해수 유입으로 염분 높아져 … 황소개구리·붉은귀거북·블루길 서식

지하수 오염, 농경지 피해 우려 현실로 … "해수기준으로 관리해야"

경인아라뱃길에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동·식물들이 대거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라뱃길 조성 당시 환경단체 등에서 우려했던 염분 유입이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자원공사의 '경인아라뱃길 사후환경영향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아라뱃길 주변에 생태계 교란의 주범인 황소개구리와 붉은귀거북이 대거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운수로에는 담수어 대신 수질오염과 염분에 내성이 강한 어종이 주로 서식하고 있었다. 멸치 아귀 등 바다에 사는 어류 20여종과 함께 대표적인 생태계 교란종인 블루길도 발견됐다.

김성우 인천발전연구원 박사는 "경인아라뱃길에 해수가 유통되면서 염분이 침투, 생태계 교란이 심각하게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모니터링을 포함한 생태계 교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혜경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아라뱃길 염도가 기준치 이내라고는 하나 하층부의 경우 인천 연안쪽 염도가 22~25%에 달한다"며 "바닷물 염도가 33%라는 점을 감안하면 거의 바닷물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처장은 이어 "생태계 교란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고 주변 지하수도 염도가 높아졌을 것"이라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운하 내 수질이 이미 담수가 아닌 해수에 가깝기 때문에 수질관리 기준도 해수에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 담수의 경우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이 6~7ppm이면 중간 등급이지만 해수의 경우에는 등급 외에 해당한다. 이 처장은 "이미 물은 해수로 바뀌었는데 관리는 담수 기준에 맞춰 하고 있는 기형적인 일이 벌어졌다"며 "관계기관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 지역 어민들은 어업량이 급격히 줄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양성철 세어도 통장은 "아라뱃길을 만들면서 바닥을 파내 고기들이 서식할 수 없게 됐다"며 "농어 새우 숭어 등 그동안 어민들이 잡아오던 고기들이 다 줄었다"고 말했다.

아라뱃길에 해수어와 생태계 교란종이 대거 나타난 것은 운하 내 염분 농도가 급격히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심각한 2차 피해를 낳게 된다.

우선 운하 내 수질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운하내 염분 농도가 높아지면 밀도 차이 때문에 민물은 상층부로 이동하고 바닷물은 아래로 가라앉게 돼 물 순환이 이뤄지지 않는다. 운하 내 물이 순환되지 않으면 수질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염분 유입에 따른 주변 지하수 오염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바다는 뻘이 있어 염분이 지하수로 유입되기 어렵지만 이곳은 뻘이 없고 절개면도 돌로 쌓았기 때문에 지하수 염분침투 가능성이 높다"며 "주변 농경지 피해가 조만간 현실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라뱃길의 경우 하루 1~2차례 서해쪽 배수문을 열어 초당 10톤의 해수가 공급되고 있고, 한강쪽 배수문을 통해 초당 20톤의 민물이 들어오고 있다. 수자원공사가 운하 내 수질문제 해결을 위해 바닷물 유입을 당초 계획보다 늘렸다.

물류 혁신과 관광 활성화를 표방하면서 사업비 2조5000억원, 연간 운영비 200억원을 들인 경인아라뱃길이 정작 목적은 이루지 못한 채 생태계만 파괴하고 있다는 오명을 떠안게 됐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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