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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김주언의 세상탐사]

국민 TV방송과 국민주 방송

등록 : 2013-01-25 12:56:01

대선 이후 '국민TV방송' 설립 논의가 활발하다. 18대 대선이 박근혜 후보의 승리로 끝난 뒤 인터넷 팟캐스트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대안방송을 만들자는 논의가 힘을 얻고 있다. 팟캐스트 운영자들을 중심으로 추진중이다.

국민TV방송은 협동조합 형태로 방송사를 설립할 방침이다. 생활협동조합처럼 조합원을 모집해 출자금을 마련하고, 조합비로 방송사를 운영한다는 것이다. 방송컨텐츠는 뉴스분석이나 심층취재 등을 폭넓게 다룰 방침이라고 한다.

대선과정에서 방송의 불공정보도가 대선패배의 한 원인이었다고 판단한 야권 지지자들에게 새롭게 등장한 팟캐스트는 갈증을 해결해주는 단비와도 같았다. 대선과정에서 '이슈 털어주는 남자' '뉴스타파' '고발뉴스' 등 진보성향의 팟캐스트들은 한줄기 희망이었다. 그래서 국민TV는 '멘붕'에 빠진 이들을 '힐링'시키는 창구이기도 하다. 여기에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장으로 '1인 미디어' 시대가 열리면서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방송사를 운영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권력과 자본에 예속되지 않은' 대안언론이 이들에게는 새로운 열망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국민TV방송을 설립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추진된 '국민주 방송' 사례를 보더라도 그렇다. 방송노조와 언론학자, 시민단체, 노동단체, 종교계 등 47개 단체로 구성된 방송개혁국민회의에서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국민을 주주로 하여 설립자본금 500억원 규모의 TV방송사를 설립할 방침이었다. 공정하고 공익적인 방송, 소외계층을 위한 방송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AFKN 채널을 환수하여 지상파 채널 2번으로 2000년 1월 첫 전파를 발사한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협동조합 형태로 방송사 설립

국민주방송 추진과정에서 제기된 주요 문제점은 '방송사 허가 및 채널 확보', '막대한 설립자본금', 그리고 '설립 후 방송운영 자금'이었다. 가장 커다란 난관은 방송사 허가 및 채널 확보였다.

당시 정치권력은 방송을 정권홍보 수단으로 인식하고, 방송은 정부 편에서 여론을 '관리'하려고 했기 때문에 국민주방송이 허가되지 않을 것은 불을 보듯 훤했다. 박근혜정부가 새로 출범하더라도 이러한 방송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지도 모른다.

우여곡절 끝에 김대중정부 막바지인 2002년 9월에야 시민방송(R-TV)으로 간판을 내걸고 방송을 개시했다. 그것도 국민주 형태가 아닌 재단법인이었다. 지상파 채널은 일찌감치 포기했고, 종합편성이나 보도전문이 아닌 액세스 채널로 등록했다. 시민이 직접 만든 프로그램을 케이블과 위성으로 송출하는 PP(Program Provider)였다.

그나마 초기에는 스카이라이프와 방송발전기금의 지원이 있었으나 이마저 이명박정부 들어 끊겼다. 케이블TV 의무편성이 되는 공익채널 선정에서도 탈락돼 500만 가구의 가시청이 중단됐다.

국민주방송 운동은 이렇게 소리없이 스러져 가고 있다. 국민TV방송이 추진되는 시점에서 국민주방송 사례를 끌어들인 것은 초를 치자는 것이 아니다. 당시의 상황을 면밀히 검토해 똑같은 잘못을 예방하여 적절한 대안을 찾아보자는 뜻이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방송사 설립은 쉬운 일이 아니다. 거대자본과 양질의 컨텐츠 생산, 그리고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안방송을 만들자는 국민의 열망을 꺾을 수는 없다. 비용을 상대적으로 적게 들이면서도 대안적 목소리를 대변하는 창구를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공동제작시설 마련할 필요

수많은 팟캐스트들과 오마이TV, 하니TV, 아프리카TV 등 인터넷 방송이 힘을 모은다면 얼마든지 해결해낼 수도 있다. 국민TV방송은 우선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스튜디오나 편집장비 등을 갖춘 공동제작시설을 마련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R-TV를 통해 케이블과 위성으로 송출한다면 채널확보에 들어가는 어려움도 해결할 수 있다. 인터넷 방송들은 새로운 컨텐츠 전파통로를 얻을 수 있다. '윈윈전략'인 셈이다.

국민TV방송은 절망에서 시작해 새로운 희망을 일구는 작업이다. 새로운 희망은 꿈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 꿈은 크게 꾸더라도 현실의 작은 공동작업부터 실현해나가는 것도 하나의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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