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개혁개방 이전 철저한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영위하면서 지식교육의 중요성을 부인했었다. 수술용 메스를 잡는 외과의사에 대한 대우가 돼지고기 파는 정육점 점원보다도 못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1978년 말 시작된 개혁개방과 함께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수많은 학생들을 외국, 특히 서방 선진국들로 내보내 새로운 문물을 배워오도록 했다. 이론과 지식 학습의 중요성에 대한 재인식에서 비롯된 처사였다.

그로부터 중국에서 대학 진학 붐이 일었다.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학생을 모집하게 된 오늘날 대학 진학률은 30%대로 올라섰다. 노동인력 중 대졸학력자가 12.5%를 차지할 정도가 됐다.

올해 중국에서 배출되는 대졸자 수는 무려 699만명을 헤아리지만,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하다. 수도 베이징(北京)의 경우 오는 7월 졸업을 앞두고 현재 일자리가 정해진 학생은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처럼 대졸자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서도 중국 동남 연해지역의 기업들은 높은 보수를 주고 기술인력을 고용하려 해도 마땅한 인재를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최근 중국에서 '고학력·저기능'의 대졸자를 양산하고 있는 고등교육 제도에 대한 자성과 비판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 대학들이 기능도 갖추지 못한 채 눈만 높은(眼高手低) 고학력 무능력자를 양산하는 교육기관으로 낙인찍히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중국의 일부 식자들 사이에 개혁개방 이후의 중국 교육이 미국식 교육의 폐단을 답습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띵이판(丁一凡)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세계발전연구소 부소장은 독일식 교육과의 비교를 통해 미국식 교육의 폐단을 설명하고 있다.

대졸예정자 중 취업자 30%도 안돼

독일의 고등학교 졸업생 중 약 절반은 기술학교에 진학해 3∼5년 동안 기술인력에게 필요한 기능을 습득한다. 이에 반해 미국에서는 고작 0.3%의 노동자들만 이런 훈련을 거친다.

두 나라의 교육제도 차이는 나중에 노동력 발전의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미국의 경우 과거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겼던 제조업체들이 국내로 되돌아오는 '재공업화'가 진행 중이다.

통계에 따르면, 기술노동자의 일자리 수요가 350만개나 되지만 미국에서 적합한 기술인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유럽 투자자들이 미국 투자를 결정하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기술인력 부족을 들고 있을 정도다.

미국의 고등학교 졸업생은 대부분 대학 진학을 택하지만, 그중 46%는 4년을 마치지 못하고 중도에 학업을 포기한다. 또 대학을 졸업하더라도 적합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임시로 일하는 대졸자도 많다.

현재 미국 택시운전자의 15%는 대졸 학력이라고 한다. 미국의 상점 및 슈퍼 판매원의 25%와 수위·수리공의 5%가 대학 출신이다.

이같은 고학력·저기능 현상은 일종의 교육자원 낭비가 아닐 수 없는데, 그 바탕에 미국식 교육의 폐단이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왜냐 하면, 개혁개방과 함께 중국은 미국식 고등교육을 열심히 모방해온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교육산업화'를 모토로 중국이 미국식 교육의 전철을 밟은 결과가 오늘날 무능력 대졸자 및 실업자의 양산이라면 이건 예사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개혁개방과 함께 봇물을 이룬 '교육 중시'의 동양적 정통 미덕을 이어받은 중국인들의 대학 진학 붐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리라고는 도저히 생각하기 어렵다. '아들은 용을 만들고 딸은 봉황을 만들고자 하는(望子成龍, 望女成鳳) 중국인들의 절실한 여망을 누가 꺾을 수 있을 것인가.

"독일식 실용교육 중시해야" 지적도

하지만 어렵사리 대학을 졸업하고도 용이나 봉황으로 발전할 기회(취업)조차 주어지지 않는 지금의 현실을 타개하려면, 독일식의 실용·실기교육을 중시해야 한다는 취지의 지적은 중국 정부도 귀담아 들어야 할 듯하다.

찌바오청(紀寶成) 전 런민(人民)대 총장은 "빈곤층 자녀는 직업학교에 진학한다"는 평범한 발언으로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지만, 그의 발언은 현실적으로 정확히 들어맞는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 2012년 현재 중국 전역의 중등직업학교(고교과정) 학생 중 빈곤한 농촌 출신이 82%나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답습되는 미국식 교육의 함정이 다시 '계층 고착화(階層固化)'를 촉진하게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신영수 베이징저널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