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세계 제일의 제조업 대국이다. 지난 2011년에는 도시 인구가 드디어 농촌 인구를 앞질렀다. 그럼에도 중국은 여전히 농업을 매우 중시한다.

집권 중국공산당 중앙위와 중국정부는 지난달 31일 올 들어 처음 발표하는 정책지침인 '중앙 1호 문건'에서 10년 연속 농업 문제를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중국이 이처럼 농업 문제를 중시하는 이유는 한 마디로 국민의 먹는 문제를 보장하기 위해서이다. 식량안보를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중국처럼 인구가 많고 식량 수요가 막대한 나라는 국제무역을 통해서 근본적인 식량안전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식량안보에 대한 중국의 기본 인식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하고 있다.

9년째 연속 풍작을 거둔 중국의 지난해 곡물 생산량은 5억8955만톤을 기록했다. 그 중 쌀이 2억430만톤으로 330만톤의 증산을 이룩했다.

중국은 지난해까지 연속 5년 동안 곡물 생산 안정선인 5억2500만톤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시장에서 한 해에 거래되는 곡물 무역량은 2억3500만~3억1500만톤 사이다. 이는 중국의 연간 곡물 생산량의 절반 정도다. 쌀의 연간 전 세계 무역량은 3759만톤에 달한다. 전 세계 생산량의 불과 7.7% 정도에 해당한다. 따라서 국제 곡물시장의 가격 조절 능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예측에 따르면, 2012년/2013년 곡물연도 기간 전 세계의 곡물 부족량은 3200만톤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같은 인구대국이 국제시장에서 곡물을 사들이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중국인들이 말하는 이른바 '대국 효과'에 따라 "중국이 사들이면 비싸지고, 중국이 내다 팔면 값이 떨어지는" 현상이 뚜렷이 나타날 게 분명하지 않겠는가.

농업은 10년 연속 국정 최우선 과제

중국이 지난해 꽤 많은 곡물을 수입한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세계 식량안전을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서방국가들에서 제기됐다. 그러자 중국 측은 언론을 통해 이를 애써 해명하고 나섰다.

중국당국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쌀 231만톤, 밀 369만톤, 옥수수 521만톤 등을 수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정도 물량은 각각 세계 무역량의 6.2%·2.7%·4%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쌀은 주로 베트남·파키스탄·태국 등에서 수입했는데, 수입한 이유는 쌀의 중국 국내가격이 국제가격보다 비싸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직은 중국이 세계 식량안전에 대한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 않다는 중국당국의 설명에도 설득력이 없지는 않다. 그것은 중국이 줄곧 식량 증산을 핵심으로 하는 농업 중시 정책을 펴오고 있기 때문이다.

13억여 인구의 식량을 보장하기 위해 중국은 지난 1996년 '식량 문제 백서'에서 95% 이상의 식량자급률 목표를 처음으로 제기했고, 그후 2008년 '식량안전 중장기계획 강요'를 통해 이 목표를 재확인했다.

중국은 아직 95% 이상의 기본적인 식량자급률을 유지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9년까지는 평균 100%를 초과했다는 것이 중국정부의 발표다. 그후 자급률이 다소 감소하면서 2010년 99.1%, 2011년 99.2%, 2012년 97.7% 등을 기록했다.

중국은 2008년 이전만 해도 순수한 곡물 수출국이었다. 그러다 2009년부터 소량의 곡물을 수입하면서 자칫 곡물 도입이 조금 늘기만 하면 세계 식량안전에 대한 위협 운운하며 논란이 제기되곤 한다.

그러나 중국의 국제곡물시장 접근을 경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 여파가 전 세계에 파급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과 이웃한 한국의 경우 중국의 연속 풍작으로 곡물이 풍족한 한 아무 문제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근래 들어 세계적으로 걸핏하면 기상이변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계속 풍년을 구가하리라는 보장은 아무 데도 없다.

박근혜정부, 식량안보에 총력을

상황이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한국이 고작 27% 정도의 식량자급률로 밥만 뺀 하루 세끼를 수입한 식량으로 충당하는 처지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이는 참으로 걱정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중국에서 그저 식량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만을 바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기껏 땀 흘려 만든 물건들을 수출해서 어렵사리 벌어들인 외화를 먹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 쏟아붓는 상황이 벌어질까봐 벌써부터 두려울 따름이다.

새로 집권하는 박근혜정부는 이제부터라도 농업 해외진출을 적극 추진하는 등 식량안보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베이징저널 발행인

신영수 베이징저널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