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야. 미즈내일이 기획한 청소년 유럽디자인투어단의 단장으로 8박 10일간 바르셀로나 밀라노 뮌헨을 다녀왔어. 남중생 12명, 여중생 6명, 여고생 12명. 남녀 초등생이 한명씩 32명에 인솔자 4명이었다.

우선 거의 500만원에 육박하는 비용을 감당하려는 부모가 90명 가까이 된다는 사실이(3차까지) 좀 놀라웠어. 거기다 참가자의 80% 이상이 지방거주자라는 것도.

물론 지방에서 꽤 산다는 집이겠지만 아주 부자들인 것 같지는 않았어. 애들말로는 '이제 우리집 몇달 동안 김치만 먹어야 해요'하더라. 교육열의 현장을 체감하는 순간이었어.

오밤중에 바르셀로나에 도착. 이틀 동안 가우디만 집중적으로 탐방했어.

피카소, 달리, 후안 미로 등이 다 바르셀로나를 빛낸 이름이지만 요즘에는 가우디가 바르셀로나 관광수입의 태반이 될 정도로 세계 각국에서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다고 하네.

디자인 전공에 뜻을 둔 아이들이 반, 탐색 수준으로 나선 아이들이 반 가량이었는데 그래서인지 애들이 흡수력이 좋네.

가우디 건축물들이 다 미소가 절로 나. 주물떡 주물떡 애가 진흙갖고 놀듯이 정형화된 것 하나 없어. 애들한테 '가우디 어렸을때 어땠을 것 같애? ' 물었더니 '개구쟁이'라는 답이 나와. 딱 그랬을 것 같아.

그런데 전시관에 있는 설명을 보니 어릴 때 워낙 몸이 약해 애들과 뛰어 놀지도 못하고 학교도 늦게 갔대. 엄마가 몸 약한 아들과 인근 자연을 많이 돌아다니며 관찰했다고 하네.

가우디의 작품은 다 자연의 모방, 변형물이더라고. 다슬기 나무등걸 솔방울 뱀 악어 연꽃 마늘 벌집 옥수수 … 등등.

가우디의 회고에 보면 "꽃들, 꼭꼬댁 우는 닭, 새, 윙윙대는 벌레들, 나는 이들에서 자연의 순수하고 즐거운 이미지를 얻었다"고 하네.

그의 믿을 수 없이 독창적인 건축스타일이 어릴 때의 자연접촉에서 나왔다니 아파트에서 태어나 살다 죽는 서울인생이 한심해지네.

가우디 작품은 어릴 때의 자연 접촉에서

참, 바르셀로나의 까딸루나 국립미술관 앞에서 입장 차례 기다리느라 30분 쯤 있었거든, 저쪽에도 한무리 스페인 중학생들이 있었는데 우리 애들 둘러싸고 '강남 스타일' 이러면서 같이 말춤 추자고 난리가 났어. 단군 이래 싸이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이야(ㅋ)

밀라노에서는 디자인학교를 방문했어. 주얼리 패션 디자인마케팅 등에 가장 체계적 시스템과 시설 갖췄다는데 교수진도 모두 현장인들이더군.

가르치다 눈에 띈 학생은 졸업 후 발탁하는 시스템이라 취업율이 6개월 안에 90% 이상이야. 해마다 한국학생들도 20여명씩 입학한다네.

남학생들이 교실 앞 두 줄 차지하고 앉아 열심히 듣는 모습이 의외였어. 여자애들 은 오히려 산업디자인 인테리어 등에 관심이 많고, 반면 남자애들이 패션에 직업적인 관심이 많더라고. 확실히 한국이 달라지기는 하나봐.

이탈리아에서 유럽열차 6시간 타고 뮌헨으로 갔어. 뮌헨과 슈투트가르트에서는 BMW·포르쉐·벤츠 뮤지엄 견학.

자동차회사들이 다 근사한 뮤지엄 지어놓고 입장료와 클래식카 모형 판매로 돈을 걷어가고 있어. 특히 BMW는 본사 건물과 뮤지엄, 전시장 셋을 어찌나 멋있게 지었는지, 거기다 뮤지엄의 전시 구성 자체가 토탈아트였어.

저녁 때는 현직 디자이너께서 자동차디자이너의 세계에 관해 영상 돌려보며 특강.

그런데 벤츠 아우디 BMW 포르쉐 벤틀리 등에 한국 출신의 여성 카 디자이너들이 꽤 된다네. 자동차 내·외관 모두에 여성적 인 감성이 점점 강조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야. 가우디도 카 디자이너들이 접목시키려는 원천 가운데 하나지.

참가한 아이들 모두가 '저질체력'

차에 대해선 거의 박사급 지식을 가진 남자애들이 몰려들어 질문공세를 퍼붓더군. 근데 너무 경쟁이 심한 분야라 직장 구하기 쉽지 않겠더라.

우리 애들이 다 성인이니 요즘 애들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잖아. 정말 오랜만에 요즘 애들을 단체로 경험해봤어. 장난꾸러기. 유식한 아이. 점잖은 아이. 지하철에서 노래부르는 스페인동냥꾼 뒤따라가 기어코 돈주고 오는 아이. 노는 언니feel인데 개념있는 아이. 벌써부터 실력이 장난 아닌 아이 등등.

사실 난 얘들 노는 것 구경(ㅋ)이 제일 재밌었어. 근데 애들이 너무 저질체력이야. 지하철에서건 어디건 자리만 보면 앉으려 해. 내가 오죽하면 '난 서 있을 거야, 이 노약자들아!'했을까. 자기네 인생이 너무 힘들어서 기운이 없대나, 참.

내일신문 이사

이옥경 내일신문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