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에 따른 당연한 절차로 장관 후보자나 청와대 등을 맡을 여러 주요 인사들의 과거의 족적이 세상에 공개되었다.

'저런 사람이 어떻게... 저런 사람을 꼭 고집해야하나'는 국민의 한탄에 담긴 '저런' 행위의 종류는 여러가지이고 다 잘 아는 바라 또 거론해본들 입만 아프다.

보수인사들 중에도 하자가 적고(하나도 흠결없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들 하니까 이해하기로 한다) 능력있는 인물들이 많을 것이고 그들을 찾아 정부를 꾸렸다면 박수를 받고 출발도 산뜻할텐데 정말 안타깝다.

아무튼 그런 과정에서 다른 '저런' 행위들에 묻혀 비교적 쉽게(?) 넘어간 한가지가 새삼 우리사회의 병리현상을 일깨워 준다. 바로 표절을 해서라도 석박사가 되려는 현상과 공직자의 학위취득과정이 합당한가의 문제이다.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의 경우 박사과정기간 동안 충북도지사와 한국 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을 지내고 있었다. 이때 한 사립대 교수의 논문을 '복사' 수준으로 표절한 논문으로 학위를 취득했다는 지적을 받았고 본인이 여러가지 변명을 붙이기는 했으나 일단 사과함으로써 얼렁뚱땅 넘어갔다.

그동안 표절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아 문제가 된 사람들은 수 없이 많다. 당장 엊그제 단국대학교의 표절 판정을 받고도 사퇴를 거부하며 버티다 박사학위취소결정이 난후에야 결국 사퇴한 김재우 전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도 있다. 명지대 박사학위자의 논문을 표절해 국민대에서 체육학 박사학위를 땄다는 의혹을 받고 새누리당에서 탈당한 문대성 의원도 있다.

허술한 박사학위 논문심사
표절뿐 아니다. 대필의혹을 받는 박사학위소지자들도 문제가 되고는 있다. 하기야 댓가를 받고 대필해주는 사람들이 무슨 신명이 나서 남의 논문을 열심히 쓸까. 대필은 표절이 되기 십상이다.

애초에 박사학위 논문의 심사는 왜 이리 허술한지도 모르겠다. 말썽이 난후에야 판정이니 취소니 하는데 이러고서야 대학생 리포트 표절근절을 말하기도 민망할 뿐이다.

우리사회에 넘쳐나는 각 분야 박사 중 속이 뜨끔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여기서 근본적인 질문하나. 누가 봐도 공부에 매진할 여건이 안 되는 사람들이 왜 이리 각종 무리수를 두며 학위를 따려할까?

문대성의원의 경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 IOC위원인데 그것으로는 동아대 교수가 될 수는 없는가. 표절논문으로라도 박사학위를 따야만 교수가 된다는 것은 버려야할 관행 아닌가?

김이사장이나 허실장의 경우 구태여 박사여야 할 까닭이 있는지 알 수 없다.

공무원이나 산하단체 임직원들의 학위취득 장려정책도 꼭 박수쳐야 할일인지 솔직히 의문이다. 어제 자 기사 하나가 눈에 띄었다. 경남도가 도청 공무원 중 소방직을 제외한 전체 직원 2000여 명 중 6.5%인 130명이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사과정 수료자와 박사학위 과정 이수 중인 직원도 100여 명에 이른다 한다. 경남도는 석사과정(2년 6월 이내)과 박사과정(3년 이내)에 입학하는 직원에게 학위 취득시 까지 인문계열 500만원, 이공계열 560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하고 있다. 매년 40명 정도를 선발해 국내 대학원 석·박사 과정에 위탁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285명(박사 74명, 석사 211명)이 지원을 받았다.

학위취득지원 프로그램 재검토 해야
물론 '담당직무와 관련된 과제의 전문적 연구를 통해 행정의 전문성을 향상하고 도정 각 분야의 정책수행 능력을 높이기 위한것'이라니 취지는 좋다. 이중에는 전문성을 쌓아 업무실력이 향상되어 세금이 아깝지 않게 국민에 보답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 그럴까. 굳이 표절이니 그런 것은 아니더라도 '학위 따 둬서 나쁠것 없다'는 자세인 경우는 없을까.

마침 어제 기사가 났길래 경남도를 예로 든 것일 뿐 중앙정부 지자체 산하기관 등에 해외유학을 포함하여 각종 학위취득지원프로그램이 많이 있다. 다 효과적인지 살펴봐야 할 일이다. 학위취득보다 알차고 내실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찾고 지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사회의 학력인플레 현상은 거의 병적 수준이다. 이 병리현상을 공직자와 지도층인사들이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제는 진지하게 검토해 볼 일이다.

본지 이사
 

이옥경 내일신문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