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는 1965년 청구권 협상으로 해소 … 정부, 소신과 용기 갖고 국민 설득해야

외교부에서 30여년 동안 근무하고 지난 9월 퇴임한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전 동북아국장)은 "지금이 그동안 경험한 한일관계 중 가장 심각한 냉각기"라고 평가했다. 조 교수가 우려하는 것은 "일본에서 한국을 보는 시각이 가장 차갑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에서 한국인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증오발언)와 혐한 시위가 계속되는 상황을 크게 우려했다.


<사진:외무고시 18회로 외교부에 입부한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는 외교통상부 동북아통상과 과장, 주중국대한민국대사관 경제참사관, 주일본 대사관 공사참사관, 외교통상부 동북아국장을 역임했다. 사진 박소원 기자>

일본의 역사문제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지적할 필요가 있는데 자칫 모든 것을 역사문제로 귀속시킨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 국제사회나 국민들로부터 그런 오해를 사지 않고 한일관계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여기에서 분리대응이라는 말을 쓰고 싶다. '단호한 트랙'과 '실리의 트랙'을 분리해서 대응하자는 것이다. 과거사 문제는 따지고 안보나 경제 분야는 실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볼 때도 '한국이 그렇게 할 만하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 국격을 생각해서라도 시시비비를 가리는 게 필요하다. 한일 간 쟁점 중 대표적인 것이 군대위안부 문제이고 또 하나는 강제징용자 문제다. 군대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국정부의 일관된 입장은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문제는 단호하게 따져야 된다.

반면에 강제징용자 문제는 1965년 청구권 협정을 체결했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책임을 갖고 해결하는 것이 맞다. 적어도 정부 차원에서는 일본에 배상을 요구할 문제가 아니다. 시시비비를 가려서, 무엇이 해결됐고 무엇이 해결되지 않았는지 우리 정부가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고 교통정리를 해줘야 한다.

따질 것을 제대로 따지지 못하니까 어중간하게 주저앉아 협력할 것도 못하고 있는 '축소균형'의 상태가 되고 말았다. 따질 건 따지고 협력할 건 협력한다면 '확대균형'이 이뤄질 수도 있다. 정부에서 소신과 각오와 용기가 없다면 할 수 없다.

■ 강제징용 피해보상 문제의 경우, 사법부가 일본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는데 정부가 일본에 책임이 없다고 국민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대법원 판결은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따라 법적인 논리에 맞게 나온 타당한 판결이다. 그런데 왜 그걸 일본에 요구하지 않고 우리가 해결해야 하느냐. 그것은 한일관계에 근본 모순이 있기 때문이다.

1965년 한일기본조약을 체결하면서 한일은 일제 식민지 지배에 대해 합의를 보지 못했다. 우리는 불법이라고 주장했고 일본은 합법이라고 맞섰다.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로 국교 정상화를 하면서 우리는 '불법 식민지배에 의한 손해배상'을 받은 것이 아니라 '재산관계를 정리하는 청구권 협정'을 체결한 것이다. 강제징용자 문제는 청구권 협정 대일 8개 항목에 들어가 있다. 2005년 공개된 협정 관련 문서에도 당시 일본이 청구권 자금을 우리한테 주면서 '개개인에 대한 보상을 어떻게 할 것이냐'라고 물었을 때 우리 대표단은 한국 정부가 일괄해서 처리하겠다고 답한 기록이 나온다.

그래서 우리 정부는 징용자 문제에 대해 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것은 일본에 요청할 문제가 아니라 우리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한다는 방향으로 정리해서 대응해야 한다. 그리고 그 내용을 국민들에게 명확히 설명해야 된다. 물론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고 반발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국격과 프라이드를 가진 나라라면 국가 대 국가의 조약으로써 명시적으로 해결됐다고 한 내용은 지켜야 된다. 물론 일본 정부나 기업이 자발적으로 보상한다면 그것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 위안부 문제는 강하게 따져야 하는데, 어떤 방법이 있나.
우선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충실해야 한다고 본다. 헌재가 '정부에 부작위가 있다'고 결정했기 때문에 그 부작위를 해소해야 한다. 정부가 청구권 협정 3조에 따라서 양자협의를 요청했는데 일본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음 단계는 중재 절차를 밟는 것이다. 지금 이 단계가 숙제로 남아있다.

■ 강제적인 효력이 없어 중재위 회부가 소용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일본이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보다 더 관계만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일본이 응하지 않을 거란 걸 알지만 그래도 헌재의 결정이 '정부가 한일청구권협정의 해석과 실시에 따른 분쟁을 해결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는 것이기 때문에 '위헌'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중재위 회부를 해야 한다. 또 중재 회부를 하게 되면 일본이 응하지 않더라도 국제적인 여론이 환기될 수 있고 일본이 그 여론에 직면하게 되면 상당한 효과가 있을 거라고 본다.

관계 악화 우려도 나오지만 해결이 안 된 것은 다소 경색될 우려가 있더라도 정면승부를 해야지 어떻게 하겠나.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이 납득하질 않는데. 그래서 따질 건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 일부 학자들은 일본이 만든 기금을 받는 방법으로 위안부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어떻게 보나.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의 입장이다. 생존해 계시는 피해자와 지원단체들의 입장이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라고 생각한다.

그분들은 기금에 의한 해결방식을 원하지 않는다. 1995년도에 일본이 아시아여성기금이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런데 이것을 피해자 할머니들이 반대했다. 국민여론도 이쪽을 지지했다. 아시아여성기금 그 자체가 나쁜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당사자들이 원치 않았다. 이것을 20년이 지나서 또 시도하자는 것인데 그분들이 받겠다고 하면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런데 그 방식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이지 않다.

최근 원로 언론인으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일찌기 1980년대에 일본 외무성이 자기에게 은밀하게 기금 형태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데 한국에서 수용할 가능성이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해 와서, 나름대로 알아봤더니 분명한 책임인정과 보상이 아니면 안 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고, 일본측에도 어렵겠다고 답해주었다는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상황은 변함없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었다.

이미 1993년 우리 정부는 위안부피해자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하는 '자구조치'를 시행했다. 일본이 요지부동이니까 금전적 배상은 우리가 알아서 할테니 필요없다고 선언하고 대신 책임 문제에 대해서는 국제무대에서 계속 추궁하겠다고 한 것이다.


■ 이명박정부 때 위안부 문제 '사과 편지' 문구를 두고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사이토 쓰요시 관방장관이 조율을 했다는 보도가 최근 나왔다.
이명박 정부 말기에 특사가 가서 위안부 문제 협상을 했다는 내용이었는데 그게 좋은 해법은 아니라고 본다. 특사를 보냈어도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도의적 책임만 얘기할 뿐이다. 아시아여성기금 때도 그랬는데, 할머니들은 그런 것은 못 받겠다는 것이다. 그 돈이 배상금이 아니고 위로금인데, 그건 아시아여성기금 아이디어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1993년에 자구조치할 때 우리 정부는 '도덕적 우위'라는 말을 썼다. 지금 와서 금전적인 문제를 갖고 협상을 해야 하나. 원칙에 관한 문제인데 궁색하게 할 필요가 있나.

■ 지난해 8월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후 한일관계가 급속도로 경색됐다. 이명박정부의 한일관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대통령이 독도에 가는 카드는 사실 유용한 카드다. 다만 어떤 맥락에서, 어떤 시기에 갔느냐가 중요하다. 당시 독도 카드와 위안부 카드가 있었는 데 내가 보기에는 카드를 쓰는 순서가 틀렸다. 그때는 위안부 카드를 써야 했다. 중재위에 회부를 하는 등 강공을 펼쳐야 했다.

대통령 방문 카드는 일본이 원인 제공을 했을 때 그 대응책으로 써야 한다. 예를 들어 일본이 독도에 해상보안청 배를 띄워서 침범했다는 등의 중대한 도발이 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카드이다. 지난해 8월 10일은 상대방이 명확한 원인제공을 했다고 보기 힘들다. 카드를 쓰는 순서가 틀리니까 대일외교가 엉망이 되어 버렸다. 지금은 위안부 카드를 쓰려 해도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

■ 최근 우리 외교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칙이 없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박근혜정부의 외교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그렇게 보이는 것이 효과 면에서는 나쁘지 않다. 우리 같은 지정학적인 위치를 가진 나라의 외교전략은 굉장히 유연해야 되고 복합적이어야 된다. 한국이 미국과 중국의 입장을 고려하는 모습이 나쁠 게 없다.

2011년 한미 FTA 비준이 된 뒤에 한중 FTA를 시작했는데 경제는 중국이 큰 축이지만 그래도 FTA는 경제를 넘어서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미국과 먼저 한 것이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그런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 협상력의 지렛대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궁리를 항상 해야 된다.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참여하기 보다는 차라리 한일FTA를 추진하는게 낫지 않을까.

■ 타이밍이 중요한데 정부 출범 1~2년 안에 중대 외교 현안에 대해 용기와 결단을 내려줘야 한다. 그러면 국민들도 정부가 세운 입장에 무게를 두고 바라보게 돼 있다. 그 때를 놓치면 새로운 시도를 하기가 어렵지 않나.
1993년을 회고해보면 김영삼 대통령 취임 직후에 위안부 관련 자구조치를 발표했다. 그 당시 실무자로 일본 도쿄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였는데 자구조치에 대해 여론 반응이 다 좋았다. 그렇게 되니까 일본이 바늘방석에 앉게 됐다.

현대외교에서는 국민들의 이해를 얻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외교정책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소신을 가지고 판단한 것이라면 정부가 용기와 각오를 가지고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일본 '이미종중(離美從中 한미 이간책)' 이간책 어떻게 풀까

역사문제는 한국과 중국이 공통분모를 갖고 있지만 안보는 한국과 일본이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한국이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할 경우 우왕좌왕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일본은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해결을 미루는 한편 한국이 미국에서 벗어나 중국에 종속될 것이라는 이미종중(離美從中)론을 제기하면서 한미간 이간책을 쓰고 있다.

지정학적 현실이나 경제 상황 등에 비춰 한미동맹과 한중관계를 조화시키는 것이 우리의 외교전략일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균형을 잘 잡아 유연하면서도 복합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
일본의 이간책을 해소해나가기 위해서 미국이 중국을 경쟁상대이면서도 협력상대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파고들어야 한다.

조세영 교수는 "미국은 미일동맹으로 진영을 짜서 중국을 견제하거나 봉쇄하겠다는 생각 하나만 갖고 있는 게 아니다"라며 "미중정상회담에서 나온 신형대국관계라는 것도 핵심이 견제할 것은 견제하되 협조할 것은 협조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일본이 그런 식으로 대응한다면 우리는 미국에 중국과의 대결, 대중국 포위전략을 노골적으로 전개하는 방향으로 끌고 나가는 것이 미국의 아시아 정책이나 동북아 정책에 도움이 되냐고 되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승승장구 아베정부, 미래는 없다
아베정부는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향후 3년간 장기집권하는 롱런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여기에 2020년 올림픽 유치까지 성공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전후 레짐으로부터의 탈피'를 시도하고 있다. '전후 레짐'은 일본이 패전한 후에 만들어졌던 평화헌법 등 전후의 체제를 말하는데, 그것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 아베의 목표이다.

2차 대전에서 패전한 일본은 그후 찾아온 냉전으로 과거사를 명확히 청산하지 않고 넘어갔다. 대신 평화헌법 체제를 받아들이고 군사력을 보유하지 않는 안을 수용했다.

그 두 가지가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룬 것인데 아베는 이 '전후 레짐'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일본이 역사인식을 분명히 하면서 자신의 국가 목표를 추구해야 국제사회의 이해도 구할 수 있을 텐데 현재는 그런 방향으로 나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통국가의 바퀴는 앞으로 돌리고 역사인식의 바퀴는 거꾸로 돌리면 결국에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한국외교를 진단한다 ①  한미관계] 미국-일본 안보공조 대폭 강화 … 딜레마에 빠진 한국
-[한국외교를 진단한다 ③한중관계] 경제·북핵문제 등 중국의존성 갈수록 심화

김기수 박소원 기자 kskim@naeil.com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 인터뷰 전문

 

문: 요즘 한일관계가 많이 안 좋은데 어떻게 보시나요?

답: 제가 외교부 들어와서 한일관계를 경험한 중에는 아마 제일 차가운 냉각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외교부에서 30년 일하고 퇴직했는데, 특히 일본에서 한국을 보는 시각이 요즘이 제일 차가운 것 같아요. 헤이트 스피치 얘기도 나오고.

 

문: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해 미국이 공식 환영 입장을 밝혔습니다. 여기에 대한 외교부의 반응은 자위권 행사를 투명하게 하길 바라고 우리가 타국이 헌법 해석 변경에 대해 가타부타 얘기를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답: 이건 한일관계라고 하기보다는 굉장히 고차방정식입니다. 일본의 안보나 집단적 자위권 이슈는 그렇게 봅니다. 한일관계에서 이것을 어떻게 볼 것인지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안보정책, 대한민국의 안보적 이익, 안보전략에서 볼 때 일본하고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우리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 그렇게 풀어야 합니다.

우리 안보정책을 확립해야 그에 따른 대응방향이 나오는데 그게 그렇게 명확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어떤가 싶어요. 그게 만약에 명확하다면 대응방향, 우리 입장 표명이 후련하게 나왔을지도 모르죠. 참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문: 안보전략에 대한 청사진이 있는 것으로 보이나요?

답: 바깥에서 뭐라 말할 순 없지만 단순히 일본만을 보면서 그걸 푸는 게 아니라 우리 안보전략 문제니까 당연히 미국, 중국, 거기에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이 변수를 다 넣고 봐야 우리 안보전략이 나오지 않을까요. 그 맥락 속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미일간의 2+2 성명발표에 대해 해석하는 입장이라는 게 그렇게 해야 나올 것 같습니다.

근데 그게 참 쉽지 않아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딜레마에 끼었다는 현상적인 설명을 많이 하는데 해법을 찾으려면 미국, 중국, 한반도, 북한을 같이 보면서 대응방안과 안보전략을 짜느냐 확립하느냐, 그럼 거기 따라서 자연스럽게 일본과의 안보협력이나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어떻게 본다가 나올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게 참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전작권 전환 재연기, 헤이글 국방장관이 한국에 왔을 때 발표한 거 보면 한국형 MD와 미국이 하는 MD에 상호운용성의 증대, 그러한 흐름 속에서라면 우리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에 반대한다라는 것이 아귀가 잘 안 맞는 것이 아닌가, 정합성이 잘 안 맞는 거 아닌가 하는 느낌을 줍니다. 전작권 전환 재연기 하고 KMD와 MD 사이에 상호 운용성을 증대시킨다, 그러면 그건 상당히 미국과의 안보동맹을 굉장히 강화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방향 아니겠나요? 그런데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은 반대한다고 하면 잘 맞느냐 이거지요.

 

문: 정부 입장은 반대한다기보다는 투명하게 하길 바란다는 건가요?

답: 정부 입장을 말씀드리는 게 아니라 한국의 일반적인 여론이나 국민들의 감정이 반대다 이랬을 때 그거하고 맞느냐 이거지요. 그래서 이러한 이슈에서 고차방정식을 다 봐야 답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한미동맹과 한중협력 관계를 선순환으로 발전시킨다는 게 우리의 방향 아니겠어요. 그런 거 하고 다 정합성이 맞아야지요.

그런데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한중협력관계를 조화롭게 발전시킨다고 하는데 전작권 전환은 재연기하고 KMD와 MD 사이에 상호 운용성을 증대시키고 하는 것은 얼마나 잘 어울리느냐 하는 것이죠.

 

문: 단순히 말하면 역사문제와 관련해서는 한중이 공통분모가 많고, 안보와 현실 문제에 있어서는 한미일이 공통분모가 있고. 그런 가운데서 한국이 지혜롭게 선순환해야 한다고 하는데 구체적인 현실 사안에서는 운용하는 게 참 쉽지 않아요. 그리고 국민들이 그런 고차방정식을 참 쉽게 이해하기까지는 상당한 갭이 존재합니다. 시각차나 인식차가. 그런 부분을 어떻게 합의를 얻어 가느냐가 중요할 것 같은데 정부의 역할이 어떻다고 생각하나요?

답: 우리의 안보전략을 확고하게 갖고 있어야 지금 말씀하신 부분의 해법이 될 것 같습니다. 역사인식 문제가 나오면 역시 한중간이 협조하고 일본이 반대편에 서는 그런 전선이 형성되고. 현실적으로 안보관계나 이런 쪽에는 일본하고 일정 협력 관계에 있고.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문제라고 할 때, 우리가 일본의 역사인식 문제 때문에, 일본이 과거를 반성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집단적 자위권의 해석변경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런 입장을 취한다면 저는 모순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인식만 분명히 하면 그거 다 괜찮나?

순수한 우리 안보적 이익의 관점에서 볼 때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느냐, 그런 부분들도 봐야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것에 대해 우리가 일정부분 수용해서 협력해야 된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고 역시 우리 외교 안보적 이해관계를 볼 때 그걸 수용하기 어렵다, 하는 입장이 나올 수도 있겠지요. 그 부분이 아직 교통정리가 명확하게 안 돼 있는 것 같습니다.

 

문: 일본에서 한국을 볼 때는 한국은 모든 걸 다 역사문제로 귀속시키면서 현재와 미래를 너무 도외시하는 것 같다, 그렇게 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고집불통과 소아적인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국제무대에서는 한국과 일본만 있는 것이 아니고 미국, 중국 여러 나라가 있기 때문에. 일본의 주장에 말리지 않으면서 지혜롭게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답: 역시 우리가 외교를 할 때 일본만 생각할 게 아니라 청중을 생각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역사인식 문제는 우리가 강하게 문제제기를 해도 국제사회 청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상당히 있다고 봐요. 왜냐면 중국의 경우에는 일본의 그런 역사인식의 결여에 대해 2차 대전의 결과로 형성된 국제질서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말을 쓰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2차 대전에서 일본이 패전을 했고 그 패전의 결과로서 전후 질서가 형성된 건데 그러한 기본적인 전제를 허물고 거기에 위배되는 방향으로 나가고자 한다면 그거에 대해서는 우리가 정당하게 문제제기를 할 수 있지요. 그것은 국제사회에서도 공감을 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일본의 역사인식 문제는 우리가 단호하게 문제제기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보고. 그런데 우리의 문제제기에 앞서서 일본 스스로가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서 그걸 명확히 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봐요. 아베정권이 얘기하는 것이 전후 레짐으로부터 탈각, 탈피거든요. 전후 레짐이라는 것은 일본이 패전한 후에 이뤄졌던 평화헌법이라든지 전후의 체제인데.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보겠다는 게 아베의 캐치프레이즈. 그러면 아베가 벗어나고 싶어 하는 전후 레짐은 뭐냐. 안타깝게도 과거사 청산을 명확하게 안 했어요. 냉전체제가 오면서 명확하게 안하고 덮었어요. 또 반면에 일본이 평화헌법을 가지고 군사력을 보유하지 않고 주변국가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 하는 건 또 받아들였지요. 다시 말하면 그 두 가지가 어느 정도 밸런스를 이룬 것인데 아베 자신은 그 레짐을 벗어나겠다는 것입니다. 그게 무슨 뜻이냐면 보통국가로 가겠다는 것입니다. 우리도 제대로 된 헌법, 제대로 된 군대 가지고 집단적 자위권도 행사하는 보통국가가 되고 싶다, 이렇게 벗어나면 나머지 기둥은 어떻게 하나, 보기에는 이걸 제대로 안 한 상태에서 덮고 무장해제를 했는데, 이거는 재무장을 하겠다고 하면서 덮고 지나간 것은 퇴행을 한단 말이죠. 이게 완전히 밸런스가 역전이 되는 것이죠.

오히려 일본을 위해서는 60년 지나고 했으니까 정상적인 국가로 어느 정도 하고 싶어 한다면 과거에 철저히 하지 않고 덮었던 역사인식 부분을 오히려 지금 와서 진전시키고 하면 균형이 이뤄지지 않겠어요.

보통국가의 바퀴만 앞으로 굴리려 하고 역사인식의 바퀴는 거꾸로 퇴행시키려고 하면 전 잘 안될 것이라고 봅니다. 역시 두 가지를 같이 굴려줘야 균형이 맞죠. 역사인식을 분명히 하면서 자기들의 국가목표를 추구해야 비로소 이해도 구할 수 있고 한데 안타깝게 지금 그렇질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역시 정당하게 역사문제에 대해서는 지적을 하고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문: 역사문제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하는 게 중요한데 그것으로 모든 걸 귀속시키려는 오해를 살 수 있지 않을까. 청중으로부터. 그런 오해를 사지 않고 풀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답: 저는 분리대응이라는 말을 쓰고 싶어요. 단호하게 대응하는 단호한 트랙이 있고, 우리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부분에 있어서는 실리적으로 나가는 실리의 트랙이 있고. 그 두 가지 트랙을 분리해서 대응하자는 거죠. 쉽게 얘기하면 따질 건 따지고 협력할 건 협력한다, 따질 건 따지고 그 대신에 우리 스스로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게 있다면 실리적으로 한다는 것. 대표적인 게 안보 또는 경제 이런 것들입니다.

안보, 다시 돌아가면 우리의 안보전략이 우선 청사진이 딱 돼 있다면 그 속에서 일본과는 어느 정도 해야 한다는 게 나올 것이고 그건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단호한 트랙은 따져야 한다는 것이죠.

근데 이게 잘 안되면 어떻게 되느냐. 따질 건 안 따지고 협력할 것만 협력하면 받아들이지 않는 거죠. 반대로 협력할 건 하지도 않으면서 따지기만 한다, 이것도 역시 우리한테 도움 되는 길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결국 따질 건 따지고 우리한테 도움이 되는 실리적인 분야는 또 협력한고, 그런 식으로 분리대응을 해야 합니다.

 

문: 일본과 이해관계가 많은 분들은 후자 쪽으로 너무 경도된 거 아니냐. 따지는 쪽에만 치우친 거 아니냐 하는 입장인데.

답: 그럴 수 있죠. 따지는 데만 집중하다가 정작 우리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 게 있는데도 불구하고 부담스러워서 손대지 않는 거라고 하면 그런 것은 결과적으로 우리의 이익에 마이너스라고 봐야죠. 그런 걸 좀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어요.

 

문: 국제적인 청중들이 볼 때는 분리대응이 명확해 보일 수도 있지만 국민들이 볼 때는……. 그렇지 않을까요. 정부나 정책을 펴는 사람들이 오해를 살까봐 협력하다가 따지지도 않고 뭐하냐고 할까봐 협력해야 할 부분도 머뭇거리는 게 아닐까.

답: 좋은 지적이라고 봅니다. 따질 것도 제대로 못 따지다 보니까 축소균형이라는 말이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도저도 못하고 어중간하게 주저앉아 있는 거지요. 바람이 지나가기를 본다고 할까. 반면에 따질 건 따지고 협력할 건 협력한다면 확대균형이 이뤄질 수도 있습니다. 역시 정책을 결정하는 정부나 그쪽에서 소신과 용기와 자신감이 없다면 이것도 못하고 따라서 이것도 못할 수 있습니다.

 

문: 그렇다면 국민한테 정부가 분명한 신호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요. 이 부분은 분명히 따진다, 이 부분은 이러이러하기 때문에 협조가 필요한 영역이다라고 하는 구분이 내부적으로 설득하는 작업이 없으면 모든 걸 따지는 쪽으로밖에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인데.

답: 정확히 보셨다고 생각하는데, 정부가 용기와 각오를 가지고 해야 한다고 봐요. 설명해야죠. 국민들께. 현대외교에서는 국민들의 이해를 받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외교정책도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절대적인 관건인데, 소신을 가지고 판단한 것이라면 용기와 각오를 가지고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고, 이거는 따져야 한다, 따지고 있다, 따지겠다, 이거는 좀 다른 얘기다, 이건 우리한테 필요하다, 따라서 이건 해야 되겠다 하는 이런 식의 명확하게 보여주면서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용기가 필요하죠.

 

문: 한일관계에서 여러 항목이 있는데 지적하고 따지고 가야할 영역, 한일 수교하면서 일단락된 영역. 그걸 좀 덩어리를 나눠서 얘기를 해주셔야 할 것 같아요.

답: 예를 들면 지금 아세안+3 옆자리에 앉았는데 냉랭하고 그런 얘기를 했는데 안타까운 것들이 있는데, 여러 가지 중 대표적으로 껄끄러운 것 하나가 군대위안부 문제가 있습니다. 2011년 8월에 헌재 판결이 나왔어요. 헌재 결정이 나왔고, 또 하나는 강제징용자 문제. 2012년 5월에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 두 가지가 대표적인 안건이라고 봅니다. 둘 다 1965년 청구권협정하고 연결이 돼 있습니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대해서 좀 분명하게 정리하고 가야 됩니다. 시시비비를 가려야지요. 쉽게 말하면 무엇이 해결되고 무엇이 해결되지 않았는지. 우리 정부가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고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고 봐요.

군대 위안부 문제는 한국정부의 일관된 입장이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2005년 합동조사위원회에서도 밝혔고, 위안부 문제는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건 우리가 단호하게 따져야 돼요.

반면에 강제징용자 문제. 비록 대법원 판결이 났지만 청구권 협정 대일 8개 항목에 들어가 있습니다. 징용으로 인한 피해부분은 명확하게 포함이 돼 있어요.

우리가 국가 대 국가로 조약을 맺었어요. 그러면 그것은 우리에게 불만족스러운 부분은 있지만 그 당시 종합적인 판단하에서 명시적으로 국가 대 국가의 조약을 맺었기 때문에 그것은 우리 정부가 책임을 갖고 해결하는 것이 맞아요. 일본에 요구할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그걸 잘 정리해줘야 합니다. 똑같이 청구권협정과 관련된 사안인데 위안부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따라서 따진다, 징용자 문제는 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됐다고 보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입니다. 따라서 이것은 일본에 요청할 문제가 아니라 우리 정부가 책임을 갖고 해결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정리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거를 설명해야 됩니다.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고 반발하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특히 징용자 문제는 우리 정부가 이건 일본에 요구할 문제가 아니라고 하면 당연히 반발이 나오지만 그래도 우리 정부가 우리 국가가 국교국과 프라이드를 가진 나라라면 국가 대 국가의 조약으로써 명시적으로 해결됐다고 사인한 것은 지켜야 된다고 봅니다.

 

문: 강제징용자 문제를 사법부에서 판결이 나온 것을 행정부가 이렇게 해야 한다고 국민들에게 설득하기가,,,

답: 쉽지 않죠. 그래서 용기와 각오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그 용기와 각오라는 말을 제가 굉장히 고심해서 쓴 말인데.

대법원 판결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 저는 대법원 판결을 굉장히 고뇌에 찬 훌륭한 판결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자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비판을 하는데 저는 대법원 판결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대법원 판결은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따라서 법적인 논리에 맞게 판결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우리가 그걸 일본에 요구하지 않고 우리가 해결해야 하느냐, 한일관계의 기본 모순이 있다, 1965년 한일기본조약을 체결하는데 우리의 입장은 일제 식민지 지배가 불법이었다는 입장이었다, 일본은 불법이 아닌 합법이라는 입장이었다, 서로 다음 입장을 가지고 국교를 정상화하는 조약을 맺는데 결국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따라서 기본조약을 보면 과거의 조약들은 이미 무효다라는 서로가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는 표현을 썼다, 따라서 식민지배가 합법이냐 불법이냐에 따라서는 양국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로 국교정상화를 단행한 거죠. 여기에 한일 관계의 근본 모순이 있습니다. 그러면 그런 식민 지배가 불법이었다면 손해배상을 받아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청구권 협정은 그런 손해배상을 받는 협정은 아니었다, 재산관계를 정리하는 협정이었다, 따라서 대법원의 판결은 한국의 영토 내에서 이뤄진 재판이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은 일제 식민지배가 불법이었다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강제 동원된 피해는 당연히 손해배상 청구권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청구권 협정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판결한 건데 그건 존중해야 된다고 본다, 그 판결 자체가 잘못됐다고 보지 않아요.

다만 일본은 일본의 헌법정신이 있고 일본의 영토 내에서 재판이 이뤄지는 경우에는 일본은 일본의 헌법정신에 따라서 일본의 법규에 따라서 재판을 한다. 똑같은 사안이 일본에서는 패소하는 거죠.

그러니까 모순인 거다, 모순인데, 이것은 사법의 세계입니다. 사법은 그렇게 판단할 수 있어요. 그럼 그 다음에는 외교의 세계다, 외교의 세계로 넘어가면 이제 징용자 문제로 최종 승소 판결이 확정되게 되면 서울에 있는, 한국에 있는 일본 기업에 대해서 배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강제집행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럴 경우에 일본은 당연히 자국민, 자국기업 보호의 입장에서 외교적인 문제를 제기하게 돼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외교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외교문제가 됐을 때 판단 준거가 되는 것은 1965년 청구권 협정입니다.

우리는 비록 일제 식민지배에 대한 손해배상을 받아내는 데 실패했지만 그 당시 상황에서 대국적인 관점에서 청구권 협정이라는 재산관계를 정리하는 것으로써 매듭을 짓자고 사인을 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책임은 우리 정부가 받아야 하는 것이죠.

2005년에 문서 공개를 했을 때 또 한일 청구권 협정 협상 과정에서 일본이 청구권 자금을 우리한테 주면서 개개인에 대한 보상을 어떻게 할 것이냐 라고 물었어요. 그때 우리 대표단이 그것은 한국 정부가 일괄해서 한국정부가 처리하겠다고 그런 기록이 공개돼 있거든요.

 

문: 그 협정 내용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도 있는데.

답: 그러면 결국은 65년 협정이라는 것을 허물고 다시 할 수밖에 없는 거지요.

 

문: 위안부 문제는 강하게 따져야 하는데, 정부와 국민이 강하게 따질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답: 우선은 헌재 결정에 충실해야 한다고 봅니다. 헌재 결정이 정부가 부작위가 있다라고 했기 때문에 그 부작위를 해소해야 합니다. 청구권 협정 3조에 따라서 양자협의를 요청했죠. 그러기 위해서는 두 번 독촉서를 보냈는데 그렇게 해서도 진전이 안 되면 다음 단계가 있다, 중재를 요청하는 것이다, 지금 그 다음 단계가 숙제로 남아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 그 단계로 넘어가는 액션을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첫 번째 단계에서 일본이 응하지 않았으니까 당연히 그 조향에 규정된 두 번째 액션을 하는 게 따지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 강제적인 효력이 없는데 그걸 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어요. 했다가 응하지 않으면 그만이고.

답: 물론 우리가 중재를 요청하다고 해도 일본이 응하지 않을 것입니다. 알죠. 그런데 그걸 왜 하느냐, 헌재의 결정이 그런 것을 하지 않는 것이 무작위고 위헌 상태라고 했기 때문에 부작위를 작위, 해야 하는 거죠. 둘째로 중재 회부를 하게 되면 일본이 응하지 않더라도 국제적인 여론이 환기될 수 있어요. 아마도 중재를 하면 중재위원을 한 사람 선임한다고 돼 있어요. 국제적으로 명망이 있는 인사를 유엔 인권위에서 활동한 사람을 중재위원으로 위촉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일본이 응하지 않아서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진전이 없지만 국제적인 여론이 환기되고 그 여론에 일본이 직면을 하게 되면 저는 그것도 상당한 효과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문: 그 카드에 대해 우리정부가 너무 아끼고 있다고 해야 하나.

답: 따질 건 따져야 하니까, 그렇게 소란 떨 필요가 있어, 하다보니까 국민들이 보기에 따질 건 안 따진다는 인상을 가지는 것입니다. 해결 안 된 거는 다소 경색될 우려가 있더라도 정면승부를 해야지 어떻게 하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이 납득하질 않는데.

 

문: 독도 문제는 대응방식이 거꾸로 돼 있는데. 일본이 국제여론 환기 시키고 있는데.

답: 독도 문제는 국제 홍보한다 그러는데 일본도 그렇고, 일본의 홍보 목적은 뭘까, 외국 사람들이 다케시마가 일본 땅인 것 같다는 공감을 얻는 게 목적일까, 아니라고 봅니다. 일본의 목표는 독도라는 섬이 한국과 일본이 분쟁이 있는 곳이구나라고만 알려주면 목표가 달성이 되는 거예요. 소위 분쟁지역화하는 것이죠.

우리는 목표가 무엇인가, 외국 사람들이 독도가 한국 땅인데 일본이 챌린지 하는 구나 독도는 한국땅이구하는 공감을 얻는 것이 목표이겠죠. 그런데 그 목표가 달성될 수 있을까요. 제3국의 영토분쟁에 있어서 어떤 나라든 중립이 본전이죠. 한국 편을 만든다……. 그건 좀. 그런데 그 목표를 달성했다고 치자. 전 세계 인구의 52%가 독도 한국땅 맞는다고 한다고 해서 독도영유권이 확고해지고 일본이 포기하는 건가. 그런 게 아니잖아요. 냉정하게 볼 때 독도 홍보는 일본은 홍보할 가치가 있는지 몰라도 우리는 그만한 에너지를 쏟을 필요는 없지 않나요. 국제법적인 역량을 배가해야 한다고 봅니다.

독도는 우리가 뉴스를 만들어가지고 남을 도와주는 꼴이 됐고. 위안부는……. 예를 들면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갔을 때, 대통령이 독도 가는 카드, 그건 유용한 카드. 어떤 맥락에서 어떤 타이밍에 갔느냐가 중요해요. 그 상황에서 독도 카드와 군대 위안부 카드가 있었는데 이 카드를 쓰는 순서가 틀렸어요. 제가 볼 때는 위안부 카드를 썼어야 해요. 중재위 회부 강공. 독도는 내버려둬야. 일본이 원인제공을 했을 때 카운터파트로 딱 써야 했어요.

일본이 독도에 해상보안청 배를 띄워서 침범했다, 중대한 도발이지요. 이럴 땐 대통령이 가든지. 그런데 지난해 8월 10일은 명확한 상대방의 원인제공이 있다고는 보기 힘들어요.

이 카드를 순서를 잘 못 써버리니까 한일관계가 확 경색돼버렸어요. 이제 부담스럽잖아. 그래서 위안부 카드를 못 쓰고 있어요.

 

문: 이상주의는 항상 있는데. 상대방이 납득할만한 플레이를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지난번에 불상을 훔쳐서 안주는 것이라든지, 그런걸 일본에서는 여론에서 집중적으로 문제제기하고, 류창 문제도 그렇고, 한국이 법치국가가 아닌 것처럼 공격하게 하는 빌미를 주는 건 아닐까요.

답: 한일관계를 한일관계의 맥락에서만 보지는 말자, 우리도 세계 10위권 대국. 국제사회에 청중이 많이 있어요. 국제사회에서 볼 때도 한국이 참 그럴 만 하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우리가 일본에 역사인식 얘기할 때 보편적인 가치, 이념, 여성인권 그런 얘기 많이 하잖아요.

우리도 그런 보편적인, 글로벌 스턴더드에 맞게 언행을 해야 한다고 봐요. 그런 의미에서 일본에서는 한국이 법치국가가 맞냐는 비판이 있는데 그래서 더더욱 징용자 문제 그건 한국정부가 책임을 갖고 하겠다는 입장이 필요합니다. 사실 그건 70년대 우리 정부가 보상을 했어요. 2005년에 또 한 번 했고. 강제동원진상규명위원회에서 2차 보상조치를 하고 있어요. 그런 것을 시시비비를 가려줘야 합니다. 일본에서도 한국이 법치가 작동하지 않는 나라라는 근거 없는 비난을 받을 필요가 뭐가 있나요.

시시비비 가리는 것은 우리 스스로의 국격을 생각할 때 필요하다고 봐요. 조약을 맺었는데 명문 규정이 있는데 아니라고 한다면, 위안부, 원폭, 사할린 이건 해결 안됐다고 얘기를 했고 나머지는 해결이 된 거란 말이죠.

 

문: 일부 교수 등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이 만든 기금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답: 제일 중요한 것은 당사자의 입장입니다. 생존해 계시는 피해자 할머니, 오랜 기간 지원해온 그 단체들 등 당사자들의 입장이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분들은 기금에 의한 해결방식을 원하지 않아요. 1995년도에 시도했다가 실패했어요. 아시아여성기금은 일본이 아이디어를 만들어서 우리나라 일간지 신문에 전면광고를 내가지고. 총리의 사죄편지, 위로금 4000만원인가, 의료지원 이런 거를 패키지로 해가지고, 피해자 할머니들이 반대했어요. 100퍼센트가 반대한 건 아니만, 그런데 반대하신 분들이 있고 국민여론도 그쪽을 지지했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거죠. 아시아여성기금 그 자체가 나쁜 아이디어는 아닙니다. 당사자들이 원치 않아서 문제이지요.

그거를 20년이 지나서 다시 또 시도하는 건데, 그분들이 이제는 받겠다 하면 반대할 이유 전혀 없지요. 그런데 할머니들이 그 방식을 바라지 않아요. 그래서 그 방식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헌재 결정이 있으니까, 3조에 따른 액션을 하라고 하니까, 그 액션을 해야지요.

정부가 위안부에 지원하는 것 아시지요? 김영삼 대통령 때 1993년 자구조치라고, 일본이 요지부동이니까 금전적 배상 더 이상 요구하지 않겠다, 그 대신 책임이 있는 것은 국제무대에서 계속 추궁하겠다고 했다, 그런 맥락에서 일본을 붙들고 이거하자 저거하자 붙들고 있는 게 안 맞다고 봅니다. 일관성을 얘기했는데, 징용자 문제는 우리 정부가 하는 게 맞고 위안부 문제는 따지는 게 맞아요.

이명박 대통령 말기에 특사가 가서 협상을 했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그게 옳은 건 아니라고 봐요. 특사를 보냈어도 일본은 법적 책임 인정하지 않아요. 도의적 책임만 얘기해요. 아시아여성기금 때도 그랬어요. 할머니들은 그거 못 받겠다는 것이고, 그리고 그 돈이 배상금이 아니고 위로금이거든요. 그건 아시아여성기금 아이디어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아요. 20년 전에도 안 받았던 할머니들인데,,,,

93년도에 자구조치할 때 우리 정부는 도덕적 우위라는 말을 썼어요. 그걸 지금 와서 협상을 해야 되겠나, 원칙에 관한 문제인데 궁색하게 우리가 할 필요가 있나요.

할머니들이 그러시더래, 이 문제 내가 살아있는 동안 해결 안 되는 거 나도 알아, 그렇지만 20년 동안 일본 정부에 사죄해라 하고 해왔기 때문에 일본의 죄도 여러 사람들이 알게 됐고 여러 사람들이 우리한테 관심 가져주게 됐고,,,, 해결은 우리 죽은 다음에 당신들 세대에서 해결해줘 그러시더라는 거죠.

만약에 특사를 파견해서 협상을 하고 이게 대국적 관점에서 정말 도움이 된다고 하면 용기와 각오를 가지고 설득하든가, 그 용기와 각오가 있다면 반대할 수 없죠. 근데 그 용기는 보통 용기와 각오 가지고는 안 될 것입니다. 여성인권에 관한 문제고.

 

문: 한일정보보호협정 문제도 그렇고, 일본과의 안보와 현실의 문제는 어느 정도로 맞춰야 하는 것인지, 미국이라는 중요한 변수도 있고, 실현 가능한,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지혜로운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답: 안보 전략의 기본 청사진. 한일 안보협력은 한일 이슈가 아닌 우리의 안보 이익관점에서 생각해보자 이거죠. 거기서 도출되는 일본과의 협력 범위는 어느 정도인가. 중국은 어느 정도, 한미동맹은 어느 정도. 북한 문제는 어떻게 할지. 거기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어요. 제가 딱 꼬집어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문: 이명박 대통령 때 한미관계 좋을 때 한미동맹이 미일동맹을 앞섰다는 얘기도 했는데. 린치핀, 코너스톤 얘기도 나오면서.

답: 미국의 입장에서 봤을 때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은 하나의 세트로 보이지 않을까요. 한미동맹은 린치핀이고 미일은 코너스톤이고. 그런데 거기에 위계질서적인 차별이 있다 우선순위가 있다, 꼭 그렇게 생각해야 될까요. 다시 말하면 주한미군은 육군 중심, 주일미군은 해병대. 주일미군의 2000명도 안되는데 주한미군은 육군이 2만 명인가. 패키지, 세트지요.

우리 6.25 때 봤잖아요. 유엔군사령부가 처음에 동경에 있었어요. 지금도 유엔사 후방지원기지 7군데가 일본에 있어요. 지금 정전상태인데 한반도에서 다시 열전이 일어난다면 유엔사의 후방기지는 다 일본에서 작동해요.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은 미국 입장에서 세트죠.

세트인데 한일간의 역사적 응어리와 불신감 때문에 연결이 안 되는 거죠.

 

문: 미국은 MD체제를 완성하려고 하는데 한국이 계속 참여를 안 해서 세팅이 안 되고 있다는 분위기인데,

답: MD라는 것은 무기하나 사는 게 아니잖아. 레이더 등등 종합적인 시스템인데. 레이더는 최전방 요지에 가는 게 좋고.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까지 포함하는 MD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합리적이겠죠. 근데 우리가 여러 가지 우려 때문에 들어가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 또 헤이글이 와서 KMD와 MD의 상호운용성을 증대한다 이건 뭐냐 이거죠.

전작권 전환 재연기 하고 KMD와 MD 사이에 상호 운용성 증대로 가면서 집단적 자위권에는 우리가 반대한다는 게 아귀가 잘 맞냐. 그래서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전략을 우선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거죠.

 

문: 아귀가 안 맞는다는 것은 청사진이 없다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답: 청사진이 없다기보다 보다 강한 미국 중심의 질서로 형성되는 방향을 정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문: 우리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어요.

답: 일정부분 그렇게 보이는 것이 효과면에서는, 일정부분에서는 이쪽을 우선하고 일정부분에서는 저쪽을 우선하고. 역설적으로 그것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봐요.

형식논리적인 이분법에서 구분해서 줄서기처럼 할 순 없는 거지요. 우리 같은 지정학적인 외교 전략은 굉장히 유연해야 되고 복합적이어야 됩니다. 일정부분은 한국이 중국하고 중심으로 하고 다른 것은 미국이랑 하고 그게 혼재돼 있어서 나쁠 게 없죠. 오히려 바람직할 수도 있지요.

그런데 그게 전략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안보는 미국을 기축으로 형성돼 있고, 경제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 모순되지 않고 상승작용을 일으키게 할 수밖에 없는 거 아니겠어요. 그런데 예를 들면 한중FTA를 교섭개시를 할 때 미국하고 FTA 가 비준이 된 다음이었습니다. 일본과의 FTA는 2004년 이후 중단된 상태였고 중국하고는 아직 시작 안했는데 중국으로 갔지요. 경제는 중국이 큰 축이지만 그래도 FTA는 경제를 넘어서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미국을 먼저 선택한 것이지요.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요. 끊임없이 그런 고민이 필요하다고 봐요.

추석 전쯤에는 TPP 긍정적으로 참여하는 것처럼 나왔어요. 곧 참여선언하려는 느낌을 받았는데 지금 APEC 회담에서 TPP에 대해 아무 말도 안했어요. 헷갈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떻게 보면 저울질을 하는 것처럼 보여요. 거기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전략적인 게 되겠죠. TPP에 참여한다고 하면 미국과 일본의 틀을 강화한다는 노선에 더 힘을 실어주는 게 될 것이고 반면에 TPP에 일정한 거리를 둔다면 밸런스를 맞추려고 하는구나하고 분수도 있는 것이고. 종합적으로 봐야돼요. 우리 협상력의 레버리지를 극대화하려는 궁리를 항상 해야 되겠죠. 교조적이고 이분법적인 외교를 하면 우리의 입지는 굉장히 좁아져요.

 

문: 한일관계 평가와, 후배들에게 교훈을 주의할 점을 주고 싶다면 어떤 게 있나요.

답: 대한민국의 외교가 잘 되려면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외교 관료들이 주장이 있어야 되고 주장을 해야 됩니다. 주장이 있으려면 굉장한 노력과 공부와 분석이 있어야 주장이 생기겠죠. 판단과 소신이 있으면 주장을 하고, 주장하려면 용기가 필요하고, 주장을 하지 않으면 전문외교관료의 입지는 점점 더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현대외교가 더 이상 외교관료만의 영역이 아닌 시대가 됐기 때문입니다. 외교 관료의 전문성을 별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경쟁체제가 있는데 명외교관이라는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신하려고 하면 벌집을 왜 쑤시나, 가만히 있으면 되지, 하지만 가만 있다 보면 교통정리가 안 되지요. 1993년 취임 직후 김영삼 대통령 초기에 했어요. 그때 언론이 잘했다고 했지만, 국가로서 프라이드가 있어야지요. 몇 가지 부분에서 그게 제대로 안돼서 안타까워요.

 

문: 일본의 현재, 현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나요. 아베정권의 미래는.

답: 일본사회에서 팽배한 것은 불만과 불안, 경제적인 문제에서 오는 불만, 중국의 부상, 3.11 대지진 트라우마 등입니다. 아베정권 등장해서 경제 부분에서 현재 상황에서 약간의 긍정적인 기분을 심어줬고, 국력 위상의 저하에 대해서도 중국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한다는 걸 보여주니까 일정한 지지 받고, 다음 선거 있기 전까지 앞으로 2~3년 큰 돌발 변수가 없다면 정권 강고하지 않을까요.

아베는 전후 레짐으로의 탈피하고 있어요. 보통국가의 바퀴와 역사인식의 바퀴 함께 굴리지 않으면 힘들 것입니다. 어디선가 문제가 생길 것예요.

박소원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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