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에서 '개혁'을 둘러싼 화두가 매일같이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새 지도부의 등장과 함께 중국인들의 개혁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반영한다. 그동안은 개혁 하면 주로 '경제개혁'을 거론했던 것이 요즘에는 정치개혁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개혁을 거론하는 상황으로 발전했다. 개혁에 대한 높은 기대감은 이제 개혁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개혁이냐 혁명이냐'의 절박한 과제로 격상시키는 논조까지 나오고 있다.

개혁과 관련해 최근 중국에서 '장웨이잉(張維迎)의 질문'이라는 말이 화제다. 지난 3월24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중국발전고위포럼의 토론에 참가한 장웨이잉 베이징대학 광화(光華)학원 경제학 교수가 함께 자리한 주즈신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부주임에게 "발개위는 과거에 어째서 발전에만 관심이 있고 개혁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느냐?"는 당돌한 질문을 던진 데서 나온 말이다. 중국 국무원의 경제 분야 핵심부서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명칭 상 '발전'과 '개혁'을 모두 포함하고 있으면서도 발전에 치중한 나머지 개혁에 신경을 덜 쓴 게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주즈신 부주임은 정색을 하고 질문의 내용을 부인하면서, 그 증거로 매년 발개위의 제1호 문건이 그해의 총체적 개혁방안과 실천 로드맵에 관한 것임을 상기시켰다.

장 교수의 지적대로 중국은 지난 30여년의 개혁개방을 통해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룩했지만, 빈부격차·부패·공해 등 심각한 부작용들을 해소하기 위한 개혁조치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제야말로 본격적으로 '개혁 심화'에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중국 정부와 국민들 사이에 보편적으로 형성돼 있다.

다만, 개혁을 정치개혁·경제개혁·사회개혁 등으로 세분할 경우, 중국은 일단 정치개혁은 뒤로 미루고 경제개혁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인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또한 개혁을 추진하는 데는 개혁에 대한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점도 대체로 동의가 이루어져 있다. 개혁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이란 역시 기득권세력(利益集團)이 지목된다.

개혁 최대 장애물은 기득권세력

기득권세력이 중국 경제에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후 중국에서 벌어진 상황을 들 수 있다.

당시 중국 정부는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적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2009∼2010년 2년간 무려 4조위안(약 5860억달러)의 자금을 풀었다. 대규모 금융완화 조치다. 그 당시 경제 자극을 위해 투입된 자금의 80% 이상(4680억달러)은 기초시설과 건설 프로젝트에 투입됐다. 중앙정부가 일부는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했고 나머지는 국유은행을 통해 프로젝트 수주 기업들에 장기·저리 융자로 지원됐다.

이때 가장 재미를 본 것은 지방정부 관리들이었다. 이들에게 프로젝트 시행 결정권과 함께 프로젝트 수주 기업의 결정권이 주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대부분의 경제 자극 관련 프로젝트들은 지방정부 및 국유은행과 밀착된 국유기업들에게 돌아갔다. 전국적으로 대규모 자금이 지방관리·은행가·'마당발' 국유기업 등 엘리트집단에 의해 좌지우지됐던 것이다.

은행 융자는 프로젝트 경영 능력이 아니라, 정치적 커넥션에 의해 결정됐다. 또 지방정부 관리나 지방 국유기업 간부들은 자기네 이익에 반하는 어떤 개혁도 극력 반대하는 세력이다. 이들은 실로 막강한 권력을 장악한 기득권세력이다. 이들 지방 기득권세력으로부터 그 기득권(자금지원 대상 기업의 선택권과 대규모 기초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제공권)을 회수하지 않는 한 중국의 경제개혁은 실현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또 한 가지 사례를 보자. 중국은 최근 전략적 신흥산업을 지정하고 이 분야에 집중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신흥산업 발전이 궤도에 올라가기도 전에 기득권세력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시진핑 지도부 결단·능력에 달렸다

현재 중국의 태양전지판 제조업체들은 제품의 90%를 해외에 수출한다. 제조업체로서는 수출보다 내수 확대를 희망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고 한다. 중국의 전력 분야는 대규모 탄광을 보유한 국유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어 태양에너지보다 석탄을 사용한 화력발전 쪽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중국의 에너지 분야는 석탄에너지에 의해 볼모로 잡혀 있는 형국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요컨대, 중앙정부가 모처럼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려 해도 실제로 각종 '힘'에 의해 저지되는 형국인 것이다.

개혁의 걸림돌이 되는 강력한 기득권세력이 버젓이 존재하는 한, 중국이 경제개혁을 제대로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문제는 이들 개혁 반대세력의 저항을 어떻게 물리치고 개혁을 단행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는 전적으로 시진핑 지도부의 결단과 능력에 달렸다.

신영수 베이징저널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