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산업 분야 국내 1호 로펌

군·방사청 출신 변호사 7명

대형로펌이 장악한 법률시장에 전문성으로 자리를 굳힌 강소 로펌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방위산업 분야의 국내 1호 로펌인 법무법인 한신이 대표적이다. 한신은 2009년 방산 전문 로펌을 표방하면서 출범했다.

한신 방산팀은 북극성사업과 터키 전차사업 기술료 법률자문, 수리온 사업, K-11사업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굵직한 방산 사건의 법률자문과 소송을 수행해왔다.

이들은 국내 방위산업이 로비와 리베이트 관행에서 벗어나 합법적 사업제안과 평가를 통해 거래방식을 표준화해야 한다는데 뜻을 모아 방산팀을 만들었다.

권재갑 대표 변호사는 "로펌을 만들 때 방산분야 계약은 뒷거래로 이뤄진다는 인식이 팽배했다"며 "방산 분야에도 표준계약과 원가기준 방식의 체질개선이 절실하다고 보고 관련 법률자문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사진 왼쪽부터 박경수 노희영 유재은 강성용 권재갑 이충선 조창권 변호사. 사진 한신 제공


◆대형로펌도 방산시장 진출 = 방위산업하면 유착에 의한 무기도입, 원가부정 등의 비리를 떠올리게 한다. 린다김으로 대표 되는 로비스트 인식이 남아있는 것이 방위산업 분야의 현주소다.

2006년 방위사업청 개청 이후 국내 방산은 공개입찰과 기술표준 등의 방식을 일부 도입했지만, 매년 방산비리 수사에서 불법 로비와 리베이트 문제가 적발됐다. 결국 투명성 확보가 가장 큰 과제로 부각됐고, 방산 분야에서는 제도개선과 업무변화를 위해 법률자문이 강화됐다.

대형로펌들은 뒤늦게 방산 분야 법률자문과 송무에 뛰어들었다. 관련 시장은 커졌고, 국내 10대 로펌들 대부분이 방산팀을 꾸렸다.

한신으로서는 위기인 셈이다. 한신 구성원인 박경수 변호사는 "법률시장에도 골목시장 침해가 있는데, 방산분야의 법률자문이나 소송도 대형로펌으로 재편되는 분위기가 있다"며 "대형 로펌이 들어오면서 전체적으로 방산분야 법률시장이 대폭 커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신은 방산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입지를 이어가고 있다. 대형로펌은 방산 전문 변호사를 1~2명 두고 방산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한신에는 7명이 국방과 방산 전문 변호사다.

◆국방·방산 최고 전문가 그룹 = 권 변호사는 방위사업청 근무 당시 함께 일했던 군 법무관 출신 변호사들을 모았다. 당시 대부분 로펌에서 방산분야에 뛰어들지 않아 모험적인 시도였다.

한신의 구성원 변호사는 모두 군 판사나 검찰단, 각군 법무실장 등을 거쳐 방위사업청 근무 경력이 있다.

대표인 권 변호사는 검찰 출신(사법연수원 22기)으로 방위사업청 초대 규제개혁법무담당관을 역임했다.

구성원 변호사들은 모두 군 법무관 출신이다. 박경수 변호사는 군법무관 10기로 국방부조달본부 법무실장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법무실장을 거쳐 한신에 합류했다.

조창권 변호사는 공군 군사법원장과 국방부 고등군사법원 군판사를, 노희영 변호사는 8사단 법무참모와 방위사업청 법무지원담당을 역임했다. 이충선 변호사는 공군 작전사령부 법무실장과 공군본부 법제과장, 방위사업청 법무담당관실 파트리더 등을 거쳤다.

강성용 변호사는 국방부 검찰단 검찰1과장과 방위사업청 법무지원팀 총괄담당을, 유일한 여성 구성원인 유재은 변호사는 국방부 검찰단 보통2부장과 방위사업청 송무담당을 역임했다.

군 장성 출신의 고문 3명도 한신의 주력이다. 한신 측은 "장성 출신 고문들이 방산업체에 취업해 로비스트 역할을 하는 것보다 로펌에서 법률자문을 통해 방산 계약을 양지로 끌어올리자는 설립 취지에 동감했다"고 전했다.

◆기술보호 제도개선 공동연구 = 방위산업은 거래 금액이 크고 전문성이 높기 때문에 사업자 선정 등의 평가방식의 문제점이 심각했다. 로비와 뒷거래를 통해 사업자 선정이 이뤄지는 사안이 많아졌고, 탈락한 사업자로서는 법률적 문제제기를 하기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방산 분야에도 법률자문 시장이 커지면서 대부분의 계약 방식은 투명해지는 추세다. 법률시장이 커지다 보니 방산업체의 수출 지원과 기술유출 방지를 위한 자문건수도 늘어나고 있다.

한신은 안규백 의원과 함께 방산기술보호 제도발전을 위한 공청회를 2013년 9월 개최했다. 한신은 산업분야 중 방산 기술유출은 국가안보는 물론 심각한 산업 붕괴까지 몰고 온다는 점에서 방산기술보호 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한신 방산팀 구성원인 노희영 변호사는 "방산수출 규모는 2012년 25억 달러로 2005년에 비해 10배 이상 증가했다"며 "그러나 방산 기술보호는 독자적인 법률이 없는데다 군사용 전략물자 수출통제 법령의 이원화로 기술유출에 취약하다"고 법안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국내방산기술 수출길 열어 = 한신은 국내 방산업체의 기술력이 높아지고 시장이 커지는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시선을 해외로 돌려 국내 기술의 전략무기를 수출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아직 수출 경험이 부족한 국내 방산 분야는 관련국가로부터 무기수출입승인, 영문계약서 검토, 절충교역 및 기술료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전문 법률자문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다.

한신은 2009년 방산팀을 처음 설립할 때와 같은 심정으로 새로운 해외 시장 개척을 준비하고 있다. 방위사업청과 조달본부에서 대형무기 구매협상을 직접 수행했던 노희영 변호사와 외국 유학에서 선진국의 국방조달 시스템을 공부한 미국변호사 자격이 있는 박경수 변호사를 중심으로 방산수출지원팀 운영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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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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