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통합정부 외치면서 상대방 '비하·조롱' … 안, 정체성 버린 해묵은 '대북색깔공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확장성 경쟁을 벌이면서 자신들이 내세운 원칙과 정체성에서 한참 벗어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문 후보는 연대와 협치를 내세우면서 상대를 '꼬리'로 비유하고, 안 후보는 미래를 강조하면서 해묵은 색깔공세에 편승해 날을 세우고 있다. 선거캠페인이 막판으로 갈수록 중도·보수표심을 노린 양 진영의 발언수위가 높아질 전망이어서 선거 이후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문 후보는 선대위 안에 통합정부추진위원회를 꾸리고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을 '하나된 대한민국위원회 위원장'으로 영입하는 등 대통합시대를 강조했다.

여소야대가 불가피한데 인수위 없이 바로 정권을 출범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해 문 후보는 여야정 정치협의체를 상설화하고, '현재의 야권정당을 1차적 연대 대상'으로 두고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실제 선거 캠페인에선 통합이나 협치보다는 '조롱과 비하'에 의존하고 있다. 20일 강원도 유세에서 문 후보는 "국회의원 40명도 안되는 미니정당이 위기 상황 속에서 국정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면서 "연정이든 협치든 몸통이 못되고 꼬리밖에 더 하겠나"고 주장했다.

문 후보 선대위의 송영길 총괄본부장은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를 향해 '숟가락'이라고 공격했다. 경선 상황에 대한 문제제기라고 하지만 지지층의 배타성이 결합되면서 조롱과 네거티브 공세로 이어졌다. 촛불집회 문화제에 참여한 가수 전인권씨가 안철수 후보에 대한 우호적 입장을 밝힌 후 '적폐가수'로 몰렸고, 심상정 후보가 문 후보에 대한 비판적 공세를 취한 후 정의당 홈페이지에는 저주의 댓글이 쏟아졌다. 후보와 선대위는 이 과정에서 전혀 통제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오히려 민주당 선대위는 안철수 후보에 대한 공세방향을 담은 이른바 '갑철수 문건'을 만들어 내부에 공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의석수 대비 등을 통해 정국 안정성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 중도·보수층 표심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일정부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중도층이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거부감이 높은 층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네거티브 공세가 선거 이후 '문 후보가 내민 손을 잡을 수 있겠느냐'는 경계에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보수층에 대한 구애를 시도하면서 국민의당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모두 부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을 받는다.

19일 2차 TV토론부터 주적논쟁을 포함해 안보이슈를 전면에 걸고 문 후보를 겨냥했다. 계속 입장을 바꿔서 논란을 키운 가운데 색깔논쟁을 벌이고 있다. 문 후보를 향해 '대북송금 특검으로 김대중 대통령을 골로 보냈다'던 박지원 대표가 '북한은 주적'이라며 해묵은 논쟁에 동참한 것이 대표적이다. DJ정부의 햇볕정책과 대북평화 정책의 정통성을 강조하며 호남의 지지를 호소하던 세력이 맞나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학과 교수는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의 공세를 피하기 위해 정체성에 의심이 가는 모호한 전략이 등장한다"면서 "지지층의 강력한 요구가 거세지는 상황인 만큼 정제된 표현과 신중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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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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