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백신·방역조직개편 새정부에서 결정

대한양계협회, 한국육계협회, 한국오리협회, 한국토종닭협회 등이 참여한 가금단체협의회는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개선대책 규탄' 집회를 열었다.

3000여명이 참여한 이날 집회에서 축산농가들은 정부가 방역실패 책임을 농가에 떠넘기려 한다고 성토했다.

하지만 이에 호응하는 여론은 적었다. 가축전염병이 매년 되풀이되면서 국민 생활 속으로 피해가 퍼지면서 가축전염병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농가와 지자체가 방역에 대한 책임성을 갖고 행동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자체 방역재원은 재난관리기금에서 = 정부가 13일 발표한 방역대책은 그동안 축산업계에서 논의되던 내용을 대부분 담았다.

우선 겨울철 농장에서 AI가 발생하면 위기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단계로 바로 발령한다.

그리고 직업군인으로 구성된 특전사 재난구조부대를 투입해 24시간 안에 살처분·매몰 작업을 마무리하게 했다. 그동안 장병 부모들의 반대로 살처분 현장에 군을 투입하지 못하던 폐단을 직업군 투입으로 해법을 찾았다.

방역현장에서 역할하는 지자체 권한도 키웠다.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일시이동중지명령' 발령 권한을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시·도지사에 부여했다.

방역이 취약한 소규모 농가의 가축에 대한 수매·도태 권한도 지자체장에 줬다. 방역대응체계도 보강했다. 우선 AI가 반복발생하는 지자체에는 방역 전담조직을 구축하고, 농식품부도 현장 방역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전담조직을 보강하기로 했다. 지자체가 쓸 수 있는 방역재원은 1조6000억원 규모의 재난관리기금을 활용하기로 했다.

축산업 휴지기 제도를 도입하지는 않았지만 지자체장이 사육제한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해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게 했다.

지자체장은 전염병이 발생할 가능성 큰 농장이나 지역 등에 대해 사육을 제한하는 명령권을 갖게됐다.

내년 2월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AI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한 긴급 수단이다.

정부는 또 가축전염병 예방을 위한 농가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방역시설이 미흡하거나 소독 활동을 소홀히 해 5년 이내 가축전염병이 3회 발생한 농가는 축산업 허가를 취소하기로 했다.

◆지자체장에 사육제한명령권 = 농장 안으로 바이러스가 침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도 강화했다.

우선 전염병 취약지역에 있는 축산 농장은 이전하고, 시설도 현대화하는 작업을 추진한다.

전염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시기에는 사육을 제한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밀식사육도 개선해야 한다. 산란계 사육업을 신규 허가할 때 복지형 케이지 사용을 의무화하고 케이지 높이와 통로넓이에 대한 기준도 새롭게 마련했다.

가금류에 남은 음식물을 사료로 급여하는 것도 금지했다. 남은 음식물은 물기가 많아 전염병 오염에 취약하다. 하지만 정부는 민감한 쟁점사항에 대한 결정을 새정부 출범 뒤로 미뤘다. AI를 예방하기 위해 백신을 투입할 것인지 여부는 오는 6월까지 결정하기로 했다. 농식품부에 가축방역국을 신설하는 등 방역조직을 개편하는 문제는 행정자치부와 협의 중이다.

백신투입을 둘러싼 찬반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손영호 반석가금연구소장은 27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가축전염병을 막기 위해서는 방역시스템, 방역관계자들의 의식, 축산물 유통구조 등을 개선해야 하는데 핵심은 의식"이라며 "농가가 방역을 책임진다는 의식을 바탕으로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승구 전북도 축산국장도 "방역책임은 지자체와 농가에 있고 중앙정부는 농가와 지자체를 도와야 한다"며 "장기적 안목을 갖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전염병은 또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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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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