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한 사람의 삶 전체를 아동기 성년기 노년기로 나눠왔다. 하지만 청년들이 사회 성원으로 활동하기까지의 교육과정이나 훈련과정이 계속 길어지고 사회 진입의 벽은 계속 높아져 왔다. 그 결과 청년들의 경제적 독립이 지체되는 현상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 요즘 흔히 말하는 '이행기'의 어려움을 겪는 청년세대가 등장한 것이다.

물론 이런 현상은 전세계적 현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한국사회의 조건은 특히 가혹하다. 청년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실질적으로 부재하고, 극단적인 경쟁이 가속화돼왔다. 청년이 만나는 사회는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라고 끊임없이 요구하는 사회다. 사실상 청년을 위한 사회적 책임이 실질적으로 방치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청년들의 입장에서 이런 사회는 자신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봉쇄된 기득권 사회일 수밖에 없다.

기득권 중심으로 굴러가는 사회에서 청년들의 처지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노동시장에서 청년들은 불안정하고 위험한 일에 내몰리며, 예술을 하고 싶어하는 청년들은 발표할 기회를 얻을 수 없고, 주머니가 가벼운 청년들은 스스로 고립을 택할 수밖에 없다. 대학가에는 '죽을 만큼 아프세요' 라는 자극적 문구가 적혀있는 상담센터 스티커가 나붙어있고 '헬조선'을 떠나 다른 나라로 가고 싶다는 청년이 80%가 넘는 절박한 상황에 이르게 됐다.

서울시 청년정책은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청년들과의 모임을 만들고, 청년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온 과정이었다. 사실상 청년들의 목소리는 기존의 정치와 행정에서 배제돼 있었다. 그 결과가 변화에 부응하지 않고 기존의 방법을 되풀이하는 정부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기존 정부의 청년정책은 청년을 팔아 발법이하는 학원과 기업에 대한 지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의 틀을 깨기 위해서는 청년의 현실에 기반해 청년의 삶으로 중심 이동하는 변화가 필요했다.

서울시는 스스로 자구적 해법을 모색하는 청년모임을 지원하고 청년 사회안전망을 조금이나마 복원하고 청년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주거 부채 등 종합정책으로 발전시키는 방향을 취해 왔다. 특히 청년들의 삶이 이력서로 한정될 수 없다는 관점에서 청년활동 생태계를 만들고 이를 위한 공간들을 확충해 왔다. 청년공간 확충, 청년수당 시행, 주거와 부채 문제에 대한 정책, 청년활동에 대한 지원 등이 서울시가 지난 몇년간 만들어 온 정책 내용이다.

새정부 들어 서울시의 청년정책이 만들어 온 내용들은 전국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단적인 예로 극심한 사회적 논쟁을 거쳤던 청년수당이 전국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서울시 정책들이 채택돼 확산될 가능성은 높다. 또한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전향적 인식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급격한 사회변화가 진행되고 청년층 내부의 분화도 상당한 수준으로 진전돼있는 현실에서 정책 사업의 확대만으로 실질적 변화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청년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철학과 관점의 변화가 보이지 않는 점은 매우 아쉬운 지점이다. 행정 주도의 시혜적 정책이 청년들의 삶에 밀착되기 쉽지 않다는 한계를 인정하고 청년 거버넌스를 통한 문제의 발굴과 해법 마련의 과정을 설계하는 것을 전제할 필요가 있다. 청년을 주체로 불러내지 않는 한 청년문제의 실질적 해법은 어려워지고 실효성 없는 대책과 사업들이 반복될 가능성은 매우 크다.

사실 청년의 현실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현재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미래의 문제다. 청년들이 기득권 시스템과 승자독식 사회만을 경험한다고 했을 때 우리 사회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청년을 위한 시간과 공간, 그리고 기회를 전면적으로 활짝 열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결단해야 할 것은 이 현실을 넘어설 다음 세대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과 사회적 투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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