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 40여명 독서코칭 적극 참여 … "군에서 책 읽는 습관 형성"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가 주관하며 국방부가 후원하는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이 2017년에도 순항 중이다.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은 군에서 체계적으로 독서를 하며 장병들 간 토론을 통해 소통하는 병영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시작됐다.

2017년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은 250개 부대에서 1825회 진행되는 병사 대상 독서코칭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군간부 인문독서 강좌' '독(讀)한 북콘서트' '신병 독서지원 프로그램' '독서동아리 활동 지원' 등 다채로운 사업으로 구성된다.

내일신문은 2015~2016년에 걸쳐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 현장을 취재, 독서하는 병영문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기여해 왔다. 2017년에도 다양한 병영독서 현장을 취재, 소개한다.

독서코칭 프로그램에 참여한 장병들이 책의 내용을 살피고 있다.

"책에서는 출산율이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여러 유전자 중 질 좋은 유전자를 남기고자 하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이와 연결해 저희 모둠에서는 최근 젊은 세대들이 결혼을 안 하고 자식을 안 낳으면서 사회 문제가 되는 현상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지 토론했습니다. 종족 번식의 본능이 있음에도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에 대해 사회적으로 노후 보장이 되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황지석 대위)
지난 9월 29일 오전 9시, 육군 72사단 명품대대 간부식당에서는 40여명의 장병들이 참석한 가운데 오혜정 강사가 진행하는 독서코칭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날 진행된 독서코칭 프로그램은 명품대대에서 진행된 5번째 강의로 주제도서는 '매일 매일의 진화생물학'이었다. 이 책은 '자식을 적게 낳고 잘 키우는 행동' '가난할수록 비만율이 높아지는 현상' 등 현대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살피는 내용. 자칫 어려울 수도 있는 책임에도 장병들은 저마다 자신의 주장을 밝히며 강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날 오 강사는 추석을 앞두고 진행된 독서코칭 프로그램을 위해 송편과 간식을 준비했고 장병들은 더욱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강의에 참여했다.

지난 9월 29일 육군 72사단 명품대대 독서코칭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장병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


책 내용 맞히면 선물 = 이날 강의는 여러 문제들을 풀이하며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독서골든벨', 6개의 모둠별로 나눠 토론을 하는 '다르게 생각하며 주장하기' 등으로 구성됐다. 독서골든벨 시간에 장병들은 "저요"라며 저마다 앞다퉈 손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이 생각하는 답을 말했다. 이창준 일병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실수로 여겨지는 발명은 농업"이라면서 "사람들이 살을 찌지 않았었는데 탄수화물을 먹게 되면서 비만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세현 상병은 "일부다처제는 남성들의 환상이 될 수 없다"면서 "여러 부인들이 질투를 하고 싸움을 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일으키고 여성들이 희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를 맞힌 장병들에게 스티커를 하나씩 나눠준 오 강사는 "'우리가 가장 스티커를 많이 받았다'고 생각하는 모둠은 개수를 말해 달라"면서 가장 많은 스티커를 가진 모둠에게 간식 등 준비한 선물을 건넸다.

육군 72사단 명품대대 병영도서관에서 장병들이 독서에 몰두하고 있다.

"책과 페미니즘을 연결하면" = 이어진 모둠별 독서토론 시간에는 모여 앉은 5~6명이 장병들끼리 토론을 통해 함께 얘기할 주제를 정하고 해당 주제에 대해 토의했다. 전창석 상병은 "성평등이 요즘 화두"라면서 "책에는 페미니즘과 관련된 내용이 없었지만 책의 내용과 페미니즘을 연결시켜 볼 수 있지 않을까"라면서 해당 모둠의 주제를 이끌어냈다. 각 모둠은 손가락 모양의 포스트잇에 다양한 주제들을 붙이며 함께 얘기할 주제를 좁혔다. 이어 발표 시간에는 각 모둠별로 논의한 내용을 함께 공유했다.

이날 독서코칭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는 독서코칭 프로그램에 열심히 참여한 장병들에 대한 격려 차원에서 포상 휴가, 문화상품권 등의 선물이 주어져 장병들의 환호를 받았다. 아울러 참관한 이경직 문화체육관광부 출판인쇄독서진흥과장은 도서를 기증하며 "독서코칭 프로그램에 열심히 참여, 군 생활을 더욱 알차게 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장병들을 격려했다.

"병사·간부 공감대 형성" = 이날 명품대대는 독서코칭 프로그램을 통해 장병들이 보다 많이 책을 읽게 되고 부대 분위기가 화목해지는 데도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박영우 중령은 "독서코칭 프로그램이 병사들의 자기계발과 정서 함양은 물론, 사고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 2년째 진행하고 있다"면서 "병사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간부들도 독서코칭 프로그램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김민수 상병은 "독서를 하는 습관이 어느 정도 형성됐으며 이는 군에 와서 배운 것 중 가장 잘 한 것"이라면서 "책의 내용에 대해 얘기를 하다 보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고 생활을 할 때도 더 화합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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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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