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정상회담 제의 선공 - 남, 즉답 않고 가능성만 - 미, 해상봉쇄 등 압박유지

평창올림픽이 한반도 운명을 가를 중대한 외교무대가 됐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형성된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은 북측의 정상회담 제의로 절정에 달했다.

박수치는 문 대통령과 김여정-현송월│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대표단과 함께 공연을 마친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단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문 대통령,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하지만 미국의 입장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북에 대한 제재와 압박 기조에는 한 치의 변함도 없는 분위기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방한해 보여준 북측에 대한 냉랭한 태도는 이런 기류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미국과 북한사이에서 동분서주하고 있는 문재인정부 외교력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 대표단장으로 방한했던 펜스 부통령은 북한 대표단의 김영남 상임위원장, 김여정 부부장이 지근거리에 있었음에도 악수조차 나누지 않는 냉랭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북한 역시 이런 미국의 태도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방문과 3차 남북정상회담을 공식 제의하면서 남북한은 물론이고 미국까지 한반도 명운을 건 외교전에 발을 담글 수밖에 없게 됐다.

해석은 분분하다.

김 위원장 제안으로 한미 양국은 거절할 수도 없고 비핵화 진전 없이는 추진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는 관측이다.

미국도 당장 정상회담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선 비핵화 진전' 등 대화 여건부터 조성해야 남북대화 진전도 가능하다는 논리로 사실상 제동을 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내걸기 보다는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기본 입장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미 관리들은 "지난 20년 이상 북한과의 대화는 단지 압력만을 느슨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면서 그런 형태의 대화나 협상은 거부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미국에게 "북한이 비핵화 쪽으로 움직일 때에만 국제사회의 대북압박을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미 관리들은 강조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펜스 부통령도 귀국길에 수행기자들에게 "북한의 비핵화를 진전시키는데 있어서는 한미동맹 사이에 빛 샐 틈이 없다"면서도 "과거에 실패한 방식과 비슷하게는 결코 북한과 협상에 돌입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한 것으로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앞으로 어떠한 대화나 협상에서도 김정은 정권이 반드시 비핵화를 테이블위에 올려놓고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할 것이며 그래야만 북한과 새 대화나 협상에 돌입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미 관리들은 설명했다.

외교전의 첫 시험대는 4월로 잠정 연기한 한미군사훈련이 될 전망이다. 북한은 한국을 통해 한미군사훈련을 추가로 더 연기할 것을 요구했거나 요구할 것으로 미국은 관측하고 있다. 미 관리들은 4월에 실시되는 한미군사훈련을 또다시 연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못박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외교통로를 열어놓기 위해 한미군사훈련의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미 언론들이 내다봤다.

트럼프의 선택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와 관련해 완전치 못하고 불만족스럽지만 일단 북한과 대화테이블에 앉을 것인지, 아니면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는 강경 태도를 고수하며 문재인 대통령과도 틈새가 더 벌어지는 사태를 감수할 것인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으로 관측했다.

물론 이런 과정에 북측이 추가도발을 시도한다면 모든 것은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비핵화에 대해 요지부동이고 추가도발까지 강행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전화기의 수화기를 내려놓게 될 것으로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그렇게 될 경우 문 대통령 평양방문 초청과 10여년만의 3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 역시 한꺼번에 날아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을 포함한 미국 최고 수뇌부들은 아직까지는 김정은 정권의 시도를 대화평화 공세일 뿐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할 때까지는 대북제재와 압박을 지속적으로 강화시켜 나갈 것이며 군사옵션의 실행태세도 갖춰 나갈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이르면 이달 중 '포괄적 해상차단'(maritime interdiction)을 포함한 강력한 대북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해상차단은 군사적 행동을 제외하고는 가장 강력한 제재로 여겨지며 물자수송을 거의 배에 의존하는 북한 경제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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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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