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앞두고 진용 재정비 … 남·북·미 최측근, 정보수장 전진배치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합의 등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급변하면서 남·북·미 3국의 진용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도널드 프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후임에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명한 것은 대표적인 예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 대화파로 불린 틸러슨 국무장관이 사실상 경질되고 강경파로 꼽히는 폼페이오 전면등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직접 컨트롤하겠다는 분명한 의지표명으로 읽힌다. 교체 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속내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틸러슨 경질을 트위터로 알린 뒤 백악관 기자들과 만나 "틸러슨과 여러 사안에서 의견이 달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은 정권 초부터 북핵 문제와 주이스라엘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이란 핵 합의 등 주요 외교 사안을 놓고 자주 충돌했다. 오래전부터 경질설이 돌았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에 반해 폼페이오 대해서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에 대해 "엄청난 에너지와 지성을 갖고 있다"면서 "우리는 항상 마음이 잘 맞고 좋았고 그것이 내가 국무장관으로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일 정보보고를 하면서 각별한 신뢰를 얻었던 폼페이오는 북미정상회담 합의과정에서도 서훈 국정원장 등과 핫라인을 형성하면서 긴밀히 협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자신의 복심을 가장 잘 전달하고 집행할 수 있는 측근을 전면에 배치해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평가된다. 단순히 강경파와 대화파의 갈등이나 대결구도라기 보다는 트럼프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입증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틸러슨 경질 소식이 알려진 당일 캘리포니아에 있는 해군기지를 방문해 한 연설에서 북미정상회담 등에 대해 강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라건대 뭔가 긍정적인 것, 아주 긍정적인 것이 나오길 바란다"며 "우리는 어떤 것에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또 "나는 뭔가 긍정적인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정말 믿는다"면서 "한국을 위해, 북한과 남한을 위해, 또 세계를 위해, 이 나라를 위해서도 위대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이번 틸러슨 교체는 일부에서 우려하듯 미국내 대화파의 몰락이 아니라 남북관계나 북미관계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 등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흐름과 기조는 미국뿐 만이 아니다.

국내에서 남북관계가 급진전되면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전면에 등장해 외교부를 건너뛰는 이른바 '패싱' 논란이 일고 있다. 남북관계의 특수성 탓이기도 하지만 절차와 의전, 국제관례 등을 중요시 여기는 외교부보다는 대통령의 진짜 의중을 잘 알고 담판을 지을 수 있는 실질적인 협상가가 필요했다는 후문이다.

북한 역시 마찬가지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이 대남특사로 오면서 기존의 틀을 완전히 바꿔버린 측면이 있다. 여기에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통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이 부상(차관)으로 승진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관련기사]
트럼프, 강경파 폼페이오 앞세워 '대북 빅딜' 포석
틸러슨 국무장관 전격 경질 부른 5대 이슈
트럼프 "김정은과 회담 나 혼자 결정"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정재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