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박원순 바람 어디까지 … 여론조사 결과도 '엎치락뒤치락'

서울 강남 3구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자유한국당 후보가 초박빙 승부를 벌이고 있다. 지방선거 사상 처음이다. 민선 1기 이후 3개 자치구 구청장을 독식하다시피 해온 자유한국당은 '최후의 자존심'을 내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높은 대통령 지지율과 함께 박원순 시장의 화력으로 '싹쓸이'를 노리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표심도 엎치락뒤치락이다.

◆보수표 결집 주목 = 강남구는 서초구와 함께 민선 1기 이후 한번도 민주당에 구청장 자리를 내준 적이 없는 전통적 보수 강세 지역이지만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8~29일 뉴시스 의뢰로 리서치뷰가 실시한 강남구 여론조사에서 정순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45.5%를 얻어 장영철 자유한국당 후보(31.3%)를 10%포인트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강남구 조사 결과를 토대로 서울 기초단체장 싹쓸이까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당은 자체 조사 결과를 근거로 막판 숨은 보수표의 결집으로 수성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강남구 선거 결과가 갖는 상징성 때문에 여야는 당력을 동원해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박원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선거 운동 첫날에 이어 강남구에만 3번을 방문하는 등 '강남 탈환'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당도 강남권 주요 관심사인 재건축·재개발 이슈를 부각하면서 보수 표심 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강남구 최대 현안은 삼성동 국제교류복합단지와 영동대로 통합개발이다. 코엑스와 잠실종합운동장을 잇는 지역을 국제업무, 전시·컨벤션 등 마이스(MICE) 산업 핵심지역으로 만드는 사업이다. 부동산 정책도 관심사다. 재건축, 재개발은 물론 보유세 정책도 표심에 영향을 끼치는 현안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여야 간 정책 차이보다 정부·여당 지지도와 북미 정상회담 등 남북평화무드가 더 큰 변수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여야 후보 간 공약은 큰 차이가 없는 반면 남북관계 변수와 높은 여당 지지도가 선거 분위기에 영향을 끼치고 있어서다.

장영철 한국당 후보는 영동대로 통합개발과 광역복합환승센터 등을 우선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정순균 민주당 후보도 강남발전계획에 국제교류복합지구 관련 공약을 비중 있게 담았다. 재건축에 대해서도 장 후보는 노후 아파트 재건축 조기 추진을 내걸었지만 정 후보도 재건축 전담부서를 신설해 서울시-정부와 상시 논의 체계를 갖추겠다고 하는 등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강남구는 더구나 현역 단체장이 공석인 상태다. 한국당 출신인 신연희 전 구청장이 업무상 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돼 있다. 한국당이 현역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는 서초구(조은희. 초선)나 송파구(박춘희. 재선)에 비해 보수 표심이 흔들릴 가능성이 더 높게 전망된다.


한국당은 접전 중이라는 분석에는 동의하지만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여론조사 표본이 민주당 지지층에 쏠려 있는데다 밑바닥에선 부동산과 최저임금 인상, 보유세 폭탄 등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이 팽배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가 기존 선거처럼 흘러갈지는 미지수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강남 개발 공약들은 어느 후보가 당선되어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사업"이라며 공약의 차별성 보다는 남북관계 정상화를 앞세운 민주당 '바람'이 강남의 전통적 보수 표심을 얼마나 흔들 수 있을지가 관심"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보수 지지층이라고 밝힌 한 유권자는 "강남구는 자체 세수 등 자립도가 높아 서울시 지원에서 소외됐다는 민주당 논리는 그다지 먹히지 않는다"면서도 "투표장에 간다면 한국당을 찍겠지만 보수 진영에 대한 실망, '투표해도 가망이 없다'는 패배감 때문에 막판 보수표 결집까지 일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정당지지율 vs 현역 프리미엄 = 서초·송파도 접전이다. '25대 0'을 노리는 민주당 바람에 현역 구청장들이 4년 8년 경험을 필두로 한 '개인기'로 맞서고 있다. 여성 맞대결이 펼쳐지는 서초구는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표심 예측이 어려워 보인다. 지난 5월 27일 박성중 국회의원실과 유앤미리서치 조사에서는 이정근 민주당 후보와 조은희 한국당 후보가 각각 36%와 44.2% 지지를 얻었지만 6월 2~3일 현대HCN 서초방송과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두 후보 지지율이 각각 40.0%와 43.8%로 좁혀졌다. 지난 5일 뉴스토마토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36.1%, 조 후보가 33.1% 지지율을 기록해 오차범위 내 혼전 양상을 보였다.

주민들 표심을 잡기 위해 두 후보도 연일 공세를 펼치고 있다. 특히 조은희 한국당 후보는 '초보 운전자를 믿습니까 경험과 실력을 믿습니까'로 시작하는 선거 공보물을 필두로 상대 후보를 공략하다가 지난 7일에는 급기야 이정근 후보와 언론사를 검찰에 고발하겠다며 강수를 두고 있다. 지난해 말 조은희 현 구청장이 주민자치위원회 간담회 직후 위원 20여명에 식사와 선물을 제공한데 대해 이정근 후보가 '김영란법 위반 의혹'을 제기했고 조 후보는 '허위사실 유포'로 맞서고 있다. 조 후보는 연일 '행정경험 공직경험이 없는 후보가 민주당 바람을 타고 구청장을 하겠다고 한다'고 호소하고 있고 이에 대한 답은 이 후보가 아닌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하고 있다. 박 후보는 서초 지원유세에서 "저도 행정 경험이 없었지만 오히려 서울시장으로서 창의적이고 낮은 자세로 보다 더 시민들의 편에서 시정을 펼치는 시장이 됐다"며 "이정근 후보가 바로 그런 구청장이 될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

변호사와 변호사가 맞붙은 송파구는 상대적으로 조용해 보인다. 박성수 민주당 후보는 '능력있는 여당 구청장론'을 앞세워 전현직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고 있고 박춘희 한국당 후보는 각종 대외 평가를 필두로 현역 프리미엄으로 맞선다. 박춘희 후보는 '권익위 부패방지 시책평가 최우수' '공약이행평가 3년 연속 최우수' '세계여성기업인 대상 여성 혁신가 부문 금상' 등 현역 8년 경험을 강조한다. 반면 도전자인 박성수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 법무비서관' '문재인 당대표시절 민주당 법률위원장' '문재인 대선캠프 법률지원단 부단장'을 주요 이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송파구청장 선거는 특히 '문재인의 복심'을 기치로 내건 여당 후보가 나선 송파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만큼 민주당 쏠림 현상이 작동할 것이라는 예측이 대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역 구청장이 정당 색과 무관하게 생활정치를 해온 만큼 막판까지 초접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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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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