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친서공개로 북미대화 동력 살리기

"변함없는 믿음과 신뢰" 김정은 친서, 트럼프 전격 공개에서 이어짐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김 위원장의 친서까지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은 폼페이오 장관의 빈손 귀국이라는 회의론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 판문점에서 12일 열릴 예정이던 북미간 미군유해송환 회담이 15일로 연기 되는 등 이상기류가 계속되자 회의론을 정면돌파하려는 것으로 AP통신 등 미 언론들은 해석했다.

미 언론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평양을 떠난 직후 북한 외무성이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를 했다면서 비난했던 것과는 상반된 입장을 보여주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이전 트윗대로 정상간 신뢰에는 큰 변화가 없음을 확인해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뉴욕 타임스 등 미 언론들은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협상에서 큰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이 친서에서도 '비핵화'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공식 친서는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달 1일 트럼프 대통령은 6.12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백악관을 예방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통해 A4 용지 크기의 친서 봉투를 전달받은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단지 안부 인사 내용이었고. 매우 따뜻하고 매우 멋진 편지였다"면서도 친서 내용 자체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우리는 당신을 보기를 고대한다. 우리는 정상회담을 고대한다. 희망컨대 멋진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는 내용 이외에 다른 것은 없었다고 소개한 바 있다.

정상 간 주고받은 친서를 한쪽이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따라서 다소 외교적인 결례를 무릅쓰고서라도 북미정상간 신뢰를 부각하겠다는 취지가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주목되는 부분은 친서를 공개한 타이밍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에서 친서를 건네받은 지 대략 1주일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영국으로 출발한 시점에 다소 느닷없이 트윗을 올린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위대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이번 평양행을 놓고 미국 내에서 제기되는 빈손 방북 논란을 정면돌파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 미국 주류언론과 전문가 진영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의구심이 적지 않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연일 "비핵화 약속을 책임지도록 하겠다", "북한과 생산적 대화를 했다"면서 적극 반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미정상회담 이후로 지연 양상을 보이는 북미대화의 동력을 되살리는 동시에, 북미대화를 총괄하며 고군분투하는 폼페이오 장관에 대한 거듭 신임을 보낸 것으로도 보인다.

한편,북한과 미국이 당초 12일 판문점에서 열기로 했던 유해 송환을 위한 실무회담은 15일로 미뤄졌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오늘 낮에 그들(북한)이 연락해서 일요일(15일)에 만나자고 제안했다"면서 "우리는 (회담)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우리 정부 소식통은 13일 "북한이 12일 오전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우리측에 '유엔사와 직접 연결하는 전화회선을 다시 연결하고자 한다'는 뜻을 전해왔다"면서 "유엔사와 전화연락을 할 수 있도록 기술적 준비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북측은 유엔사측에 직통전화를 통해 준비부족으로 유해송환회담에 참가하기 어렵다고 양해를 구한 뒤 회담 대표의 격을 올려 15일에 장성급 군사회담을 열자고 제안했다.

한국전쟁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사안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싱가포르 회담의 의미있는 성과 중 하나로 강조해왔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 김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