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률 20년 내 최저수준, 한국과 정반대 … 교육-직업 연계 강조한 '직업사슬' 덕분

청년일자리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저출산으로 2000년 이후 2017년까지 20~29세 우리나라 청년층 인구가 102만5000명 줄었다. 하지만 청년인구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경제활동 기회는 확대되지 않았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청년층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4.9%에서 64.2%로 감소했다. 그들의 실업률은 7.5%에서 9.9%로 증가했다.

독일은 2001년 이후 전체인구에서 15세에서 29세 청년층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청년층 노동력 공급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률이 상승했다. 2001~2007년 평균 53%에 머물렀던 고용률이 2010~2013년 평균 58%에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은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이 44%에서 40%로 감소했다. 한국에서 연일 청년실업률 최고를 갱신하는 동안 2016년 독일 청년실업률은 지난 20년 중 가장 낮은 수준, 유럽국가들 중 가장 낮은 청년실업률을 기록했다.

직업선택을 위해 직업탐색프로그램 (Berufsorientierungsprogramm des BMBF (BOP))에 참여하고 있는 독일의 청소년들. 출처: https://www.berufsorientierungsprogramm.de


독일 '교육·직업 연결된 것'으로 생각

일자리수요는 파생수요이다. 가격을 낮추면 수요가 느는 상품 및 서비스와 달리 먼저 고객이 상품과 서비스를 수요해야 노동력수요가 그 뒤를 따라 창출된다. 따라서 일자리 창출의 기본조건은 고용을 창출하는 산업수요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기술수요에 맞춰 인력이 양성·공급이 돼야 한다. 산업과 노동의 고리, 그리고 노동과 교육훈련의 고리가 잘 들어맞아야 교육에서 직업으로 이행과정에 있는 청년실업문제에 답을 찾을 수 있다. 이 두 개의 고리 중 이 글은 두번째 연결고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직업과 교육의 연결성을 강조하는 독일식 표현에 베루프스케테(Berufskette)라는 말이 있다. 직업사슬 또는 직업생태계라고 번역할 수 있다. 이는 '졸업과 연결-양성교육 종료까지의 교육사슬(Abschluss und Anschluss-Bildungsketten bis zum Ausbildungsabschluss)'이라는 프로젝트의 제목을 줄인 말인데 짧게 '직업사슬'이라고 부른다. 교육과 직업을 연결된 것으로 보는 독일식 사고방식을 반영한 표현이다.


실업계 진학자수, 인문계보다 많아

독일은 전통적으로 실업계 진학자의 수가 인문계열 진학자의 숫자보다 많다. 다수교육에 속하는 실업계 교육은 실업계 중학교에서 시작된다. 5학년부터 시작되는 실업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은 7학년, 우리의 중학교 1학년 과정에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 잠재력분석(PotenzialAnalyse)을 받는다. 전문가가 학생의 자질을 분석해 학생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준다. 8학년이 되면 학생들은 잠재력 분석에 기초해서 직업탐색프로그램(Berufsorientierungsprogramm des BMBF(BOP))에 참여하게 된다.

학생들은 기업현장과 똑같은 시설을 갖춰놓은 교육기관에서 2주 동안 2~3개의 직업을 직접 수행한다. 9학년, 중학교 3학년이 되면 학생들은 스스로 선택한 직업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기 위해 훈련기업에 구직을 한다. 이렇게 선택한 훈련기업은 평생을 근무할 수도 있는 직장이 된다.

일반대학에 진학한 경우 법으로 명시된 직업훈련은 없다. 그러나 대학을 다니는 동안 학생들은 방학을 이용해 1개월에서 3개월에 달하는 실습을 자발적으로 수행한다. 그리고 직장에 취업을 하면 정규직으로 채용되기 이전에 기업과 한시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직업훈련을 받곤 한다. 기업은 대학을 졸업한 사회초년생이 이미 해당 직업에 대해 유경험자인 것으로 간주한다.

독일 청년실업, 저학력층 문제

이러한 독일 교육의 직업현장 연결성은 청년실업에서 한국과 상당히 상이한 인구학적인 특징을 만든다. 유럽연합(EU)의 공식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Eutostat)에 따르면 2017년 독일 니트족(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비율, 즉 학업이나 훈련을 계속하지 않으면서 무직자인 청년층의 비율이 저연령층(20세~24세)의 경우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저학력자의 26%, 직업학교(실업계 고등학교)이상 전문대학 이하 즉 고등학교 졸업자의 약 5%였다.

25세~29세의 청년층에서는 저학력자의 40%가 니트족인 반면 고등학교 졸업자의 9%가 니트에 속했다. 그리고 마이스터학교 졸업(한국의 전문대학 졸업학력)이상의 고등교육소지자의 경우 7% 만이 청년니트였다. 30세~34세에서는 저학력자 중의 40%가 니트인 반면 고등학교 졸업자의 약 13%가 니트에 속했고 고등교육소지자의 경우 8% 만이 니트에 속한다.

청년층 일자리 문제의 중심이 되는 그룹은 소위 문제 청소년, 장애인 청소년, 독일어에 익숙하지 못한 외국계 청소년, 조기 출산한 나이 어린 엄마 등 실업계 고등학교까지 학업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었던 저학력 층이 주를 이룬다.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CED)자료는 독일의 경우 전체 니트 중 절반 이상인 51.7%가 고등학교를 마치지 않은 저학력자인데 반해 한국은 청년 니트의 학력수준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아 전체 청년니트 중 대졸자가 42.5%에 달했다. 학업과 직업의 연결성과 관련된 한국과 독일 교육제도의 차이가 만들어낸 결과 중 하나이다.

정미경 박사는
현재 독일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이며 단국대 초빙교수로 있다.

독일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하고 동 대학에서 강의했다.

독일의 직업훈련제도, 한국과 독일 인적자본투자의 경제적인 효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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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용을 싣습니다]
독일은 청년일자리창출을 위해 어떠한 제도를 수립하고 있을까? 여섯번에 걸친 본 기고는 청년일자리 분야에서 보여주는 독일식 방법론을 소개한다. 청년일자리에 대한 독일제도의 특징은 학업과 직업의 연결성이다. 독일은 학업에서 직업으로 이행과정을 중시하는 제도를 구축하고 있다.

먼저 한국과 상이한 독일의 청년일자리제도가 만들어낸 한독 청년실업자의 인구학적 특성의 차이를 본다. 두번째 글부터는 독일의 학업과 직업의 연결성을 강조하는 제도를 소개한다. 독일에서 중학교 학생이 어떻게 직업을 선택하는지를 두번째 글로 소개한다. 세번째 글은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실시되는 실업교육제도와 취업에서 보이는 성과를 소개한다. 네번째 글은 대학과정의 직업과 교육의 연결성을 소개한다. 이를 위해 먼저 산업 및 실업대학의 이원화 제도를 소개한다. 다섯번째는 일반대학의 교육과 직업의 연결성을 소개한다. 이 연재기사의 마지막으로 직업생활과 동반된 직업훈련(공식적 또는 사적 향상훈련, 재훈련)과 독일중소기업의 경쟁력 및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