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훈련 졸업자 90%, 3개월 내 정규직 취업 … 9학년부터 노동시장 뛰어들어

독일에서는 9학년(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실업계 중학교 학생들이 직업선택을 마치고 저마다 '꿈의 직장'을 찾아 노동시장에 뛰어든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미래 자신의 직장을 찾기 위해 연방고용에이전시, 지역 상공회의소, 수공업자협회와 같은 기관을 찾는다. 이들 기관에서는 학생이 원하는 직업의 훈련조건, 경력개발 가능성을 알려준다. 또 어느 회사가 훈련생을 뽑는지 정보를 제공하고 지원서작성법도 알려준다. 필요한 지원서류는 자기소개서, 이력서, 사진, 성적표 사본, 직무관련 코스참가 증명서, 실습증명서 및 기타 증명서 등이다. 일자리 박람회나 인터넷에서도 이와 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훈련기업을 찾은 학생들은 입사원서를 들고 기업을 찾아가 원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본다. 때로는 간단한 시험을 치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실업계 고등학교인 직업학교에 입학하려면 먼저 훈련기업과 훈련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훈련계약을 체결한 기업이 직업학교를 추천하고 입학을 주선한다.

◆기업이 직업교육 주도 = 훈련기업은 훈련생을 자사의 예비노동자로 채용한다. 따라서 자사에서 현재 및 미래에 필요한 기술분야에 인력을 뽑는다. 그리고 기업이 실업계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주도하며 노동의 공급과 수요를 매칭한다. 훈련생을 채용한 기업은 학생들에게 일주일에 3~4일 직업훈련을 제공한다. 직업학교의 교육은 일주일에 하루 또는 이틀간 실시되는데 직업훈련에 필요한 이론교육을 받는다. 실업계 고등학교의 교육이 이렇게 기업과 학교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것을 이원화 직업교육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직업학교의 교육은 기업의 훈련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기업에서 제공되는 직업훈련 프로그램은 상공회의소, 수공업자협회 등 산업업종협회에서 제공하고 연방정부차원에서 승인돼 직업훈련규정으로 독일전역에 표준화된다. 기업은 최소 2년, 최대 3년 반 동안 훈련을 제공한다. 최종적으로 산업별 업종별협회에서 직업자격시험으로 학생의 직업능력을 평가하고 합격하면 졸업증명서 또는 도제인증서를 발급한다.
◆이런 훈련생을 찾는다 = 그러면 기업은 어떠한 훈련생을 찾는가? 정밀기계기사 훈련생 선발기준을 예로 들어보자. 정밀기계기사는 세계시장을 조용히 리드하는 독일 히든챔피언의 핵심기술력이다. 훈련기간은 3년 반에 이른다. 정밀기계기사 직업훈련을 위한 학력조건은 모든 종류의 중학교를 졸업한 학생이다. 지원생의 절반 정도는 일반실업계중학교(Realschule)출신이고 1/3은 중학교 학력 중 이른바 최저에 속하는 단기실업계중학교(Haupfschule) 출신이다. 학교교육과 관련된 그 외의 조건은 기계설비를 조립하고 해체하는데 기초가 되는 기술, 기계설비로 측정하고 지표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물리, 면적, 부피, 무게 계산을 위한 사칙연산, 퍼센트 계산에 필요한 수학에 능하면 훈련에 유리하다.

다른 지원조건들이 있다. 먼저 건강, 소질과 성격상의 조건이다. 기계를 정비하기 위해 공구 및 장비를 단단히 붙잡고 힘을 주어 작업할 수 있는 척추, 다리, 팔과 손의 건강, 선반이나 밀링을 수행할 수 있는 손과 팔의 기능적 유용성, 정밀한 부품조립을 할 수 있는 손과 손가락의 민활함, 캘리퍼게이지, 측미나사, 측경척, 표면측정기로 작업결과를 점검할 수 있고 치수허용치를 통제할 수 있는(최소 안경으로 교정 가능한) 근시력, 밑그림 및 제조설계를 읽고 적용할 수 있는 공간적 시각능력, 냉각 윤활유를 다룰 수 있는 건강하고 면역력 있는 손과 팔의 피부가 조건이다.

다음은 기타 기본적 능력, 그리고 업무태도와 사회성이다. 정확하게 부품을 배치할 수 있는 눈과 손의 공조성, 수공업적 재주, 주문자와 협상할 수 있는 구어적 표현력과 이해력, 사용설명서를 이해할 수 있는 텍스트 이해력, 장거리 출장을 감수할 수 있는 업무동기, 정밀기계를 오류 없이 제조할 수 있는 세심함 등 실질적인 업무에 필요한 조건들이 구체적으로 제시된다. 정밀기계기사 훈련과정을 3년 반에 걸쳐 마치면 이 분야 신입사원의 초임은 세전 1500유로-2800유로(188만~351만원)에 이른다.

한국의 대표적인 대졸직장인 은행원 훈련생의 채용조건을 보자. 2017년 독일 은행원 및 보험사직원의 학력구성은 전체 71만4836명 중 실업계고졸자 58.9%, 마이스터 학교(한국 전문대)출신 14.9%로 실업계 출신이 73.8% 로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한다. 학사 이상의 대졸자는 박사를 포함해 19%에 불과하다. 은행원 직업훈련에 참여할 수 있는 학력조건도 모든 종류의 중학교를 졸업한 학생이다. 그 외의 조건은 절대적으로 안정된 계산능력, 소통 능력, 영업을 좋아할 것, 논리적으로 사고할 것, 판매에 수완이 있을 것, 책임감이 강할 것, 외모가 세련될 것, 분명한 언어구사능력을 갖출 것, 기업 및 고객 관련 정보에 비밀을 유지할 수 있을 것, 시간적 공간적 유연성과 기동성, 은행관련 문제 및 경제상황에 대한 관심, 팀원간의 유대를 중요시 할 것, 자발성과 자기주도성, 현대적인 통신수단을 잘 활용하는 능력을 갖출 것이다. 직업훈련을 성공적으로 종료한 은행원의 초임은 세전 2100~2400유로(약 287만~328만원) 정도이다.

◆ 학생 60%, 훈련 받은 기업 취업 = 이원화 직업교육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직업자격을 취득한 학생들은 60% 이상 훈련을 받은 기업에 정규직으로 채용된다. 2014년의 경우 직업훈련을 종료한 학생 60%가 훈련을 받은 기업에 취업을 했다. 21%의 학생은 훈련을 받은 기업이 아닌 다른 기업에 실업기간 없이 바로 취업을 했다. 14%는 훈련기업이 아닌 다른 회사에 취업을 했고 그 과정에 1개월에서 3개월 정도 짧게 실업을 경험했다. 그리고 나머지 5.7%만이 다른 기업에 취업을 하기 위해 4개월 이상 실업을 경험했다. 1992년 이래 통계를 보면 훈련을 종료하고 4개월 이상 실업을 경험한 학생은 최대 9%에 달했다. 90% 이상이 3개월 이내에 직장을 찾는다. 이러한 학교-기업 연계형 인력양성제도는 고졸청년들의 실업률을 크게 낮춘다.

독일은 이원화 직업교육을 제대로 마치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여긴다. 따라서 청년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이원화 직업교육을 지원한다. 직업교육을 어려워하는 학생, 소위 문제청소년, 언어 문제가 있는 외국계 청소년, 장애 청소년, 나이 어린 엄마들이 이원화 직업교육을 중도에 포기하지 않도록 개인사정에 맞춰 인생경험이 풍부한 상담자를 지정해주고 국가가 과외수업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러한 제도 속에서 직업훈련을 마친 학생들은 90% 이상 일자리를 찾는다.

정미경 박사는

현재 독일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이며 단국대 초빙교수로 있다.
독일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하고 동 대학에서 강의했다. 독일의 직업훈련제도, 한국과 독일 인적자본투자의 경제적인 효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