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성' 없어 '고육지책'

청와대 도덕성 집중공략

문재인 대통령 집권 1년5개월만에 치러지는 이번 국정감사는 사실상 문재인정부에 대한 첫 심판대다.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예산심의를 이어지는 100일간의 정기국회는 야당이 '움직이지 않는 과녁'을 향해 공격하는 것으로 점수를 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러나 야당엔 '한반도 평화'로 지지를 얻고 있는 현 정부의 아픈 곳을 찌를 비책이 보이지 않는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결국 유은혜 교육부장관 후보자 임명강행, 신창현 여당 의원의 택지개발정보 공개와 함께 심재철 한국당 의원이 획득한 국가예산정보를 최대한 활용할 기세다.

◆"한 놈만 팬다"? = 비인가행정정보 불법획득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심 의원은 48만건의 정보중 청와대와 관련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문재인정부 청와대'의 도덕성을 겨냥한 포석으로 읽힌다. 심 의원이 제기한 의혹은 청와대의 규정에 어긋난 업무추진비 사용, 부정한 정책자문료 지급이었다. 심 의원이 직접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심 의원이 획득한 자료를 근거로 언론에 흘러 나온 것은 '청와대의 정부구매카드 승인내역에 단란주점이 포함돼 있다"거나 "해외순방때 한방병원 사용내역이 허위였다"는 것이었다.

정부와 청와대는 과하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강도높게 대응했다. 청와대는 4차례에 걸쳐 모두 적극 해명하며 방어했다. '검찰고발' 엄포까지 놨다. 심 의원이 획득한 자료를 관리할 책임이 있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재정정보원은 '불법 획득'의혹을 제기하며 심 의원 보좌관 3명에 이어 정보를 공개한 심 의원에 대해서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기재부 고발 나흘 만에 심 의원실 압수수색에 들어왔다.

◆48만건의 위력은 = 자유한국당은 전략적으로 '심'을 잡았다. 심 의원의 '취득과정의 불법' 가능성보다는 '48만건의 정보가 갖고 있는 휘발성'에 많이 기대하는 모습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48만건의 자료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등 37개 기관의 개별 지출 내역"이 포함됐다. 정부는 "이 자료들의 유출로 인해 △통일·외교·치안활동 관련 정보노출, △보안장비 등 국가 주요 인프라 관련 정보 노출, △대통령을 포함한 주요 고위직 인사의 일정과 동선 노출, △각종 심사·평가 위원 관련 정보 노출의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심 의원이나 한국당 차원에서 추가폭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기재부와 청와대의 강력한 대응이 이 자료의 외부유출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되는 이유다.

심 의원은 면책특권의 유효성과 여론전을 고려해 대정부질문이나 국정감사때 폭로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가랑비에 옷 젖나 = 청와대와 여당은 한국당의 불법취득에 초점을 맞춰 대응하고 있지만 청와대의 예산사용이 다소 방만한 게 아니었냐는 여론이 작지 않다. 업무추진비 사용이 다른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에 비해 엄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유은혜 교육부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적지 않은 만큼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경우엔 여론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여당 핵심관계자는 "야당의 공격력이 강하지 않다"면서 "한방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랑비에 옷 젖듯 '잽'이 이어질 경우엔 당청이 타격을 입을 여지도 있다.

심 의원 논란은 어디로 튈지 예상하기 어렵다. 한국당에 유리할 수도 있지만 역풍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한국당이 심재철 의원을 앞세운 데는 '한반도 평화'로 지지를 받고 있는 정부와 여당에 대한 뚜렷한 공격루트가 안 보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심 의원건에 대한 논란은 여론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면서 "한국당이 현재 상황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휘발성 재료가 없어 심 의원이 확보한 정보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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