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기관과 동시에 편성되면 '대박'

하루 5개기관 해치우는 '형식적 감사'

상시·분리국감 의원·피감기관 "피곤해"

올해도 여지없이 찾아온 국정감사에 집중하는 피감기관들의 가장 큰 관심은 어느 기관과 짝이 지어졌느냐다. '국감 운수'가 잘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여야간 정쟁으로 파행을 겪게 되면 더할 나위가 없다.

국회의원과 보좌관들은 '스타'가 되기 위한 장치를 준비중이다. 몇 분만에 카메라 등 언론의 주목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정감사는 20일만에 끝나는 연례행사다. '피감기관은 '이때만 넘기면 된다'는 전략으로 방패를 세우고 피감기관을 공략하는 야당 의원은 '이때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각오로 창을 들이민다.

'상시국감'이라는 대안은 '입법부의 행정부 감시활동의 내실화'로 얘기되지만 피감기관도, 국회의원과 보좌관도 '피곤해진다'는 이유로 외면받고 있다.

2일 국회 각 상임위에서 결정한 국정감사계획서에 따르면 여야간 이견으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기획재정위, 법사위를 제외한 15개 상임위는 681개 피감기관에 대해 평균 8일(종합감사 제외) 만에 감사를 완료하기로 했다. 상임위당 평균피감기관은 45개다. 하루에 5~6개의 피감기관에 대한 감사를 진행해야 한다.

문광위가 하루에 평균 11~12개 기관의 감사일정을 잡아 가장 많은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위와 과방위가 8개, 교육위와 외통위가 7개, 환노위 산업위 여가위가 6개 정도의 적지 않은 기관감사를 하루만에 끝낼 계획이다.

과방위에서는 하루에 26개 기관을 대상으로 감사하는 날도 있다. 교육위에서는 하루에 20개 기관의 감사를 진행하는 날을 집어넣어놨다. 사실상 '뚝딱' 휘몰아치듯 행정부 감사활동을 펼치는 셈이다.

◆피감기관은 동시국감기관, 증인채택 그리고 파행에 관심 = 피감기관은 자신들이 손을 쓸 수 없는 국감일정에 가장 먼저 관심을 보였다. 자원개발, 채용비리 등으로 관심이 집중되는 기관과 동시국감일정이 잡히면 '국감 운세'가 터진 경우다. 이 기관은 표정관리를 하기에 바쁘다.

피감기관이 적극 로비하는 대목은 증인채택이다. 증인채택에서 제외되는 게 최선이고 최고경영자나 기관장이 빠지는 대신 실무자가 증인으로 나가도록 조정하는 게 차선이다.

증인을 신청한 의원과 보좌관, 증인채택 조율을 담당하는 상임위 간사 의원과 보좌관을 찾아가 합법적인 테두리내에서 로비를 펼친다. 대관을 맡은 직원들은 회사에 평소 인적 네트워크를 확인시킬 수 있는 기회다. 목표를 달성하면 '실력자'로 통하고 그렇지 않으면 혹한 후과를 피해가기 어렵다.

파행은 피감기관에겐 선물이다. 증인채택이나 현안을 놓고 상임위가 열리지 않으면 사실상 국감을 제대로 진행하기 어렵다. 일정도 빡빡하게 잡아놔 중간에 파행을 접고 재개되더라도 심도있는 국감을 물건너간 뒤다. 종합국감을 통해 보완되기도 하지만 강도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유권자에게 가장 인상적인 '국감 인물' = 국회의원과 보좌관 쪽에서는 국감을 통해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국감장에서 주어진 시간은 10여분이다.

모 상임위에서는 국감진행원칙으로 "1인당 질의시간은 주질의는 5분, 보충질의는 7분으로 하고, 추가질의 시간은 감사당일 별도로 정한다. 이 경우 질의시간에는 답변시간을 포함한다"고 해놨다. '12분+α' 동안 화제가 될 만한 발언을 해야 한다. 이에 따라 문제제기를 하는 방식에 다양한 도구나 방법을 동원하는 등 각종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한다. 여당 모 의원은 "몇 분만에 국감을 하다보니 모든 기관을 하기도 어렵고 보다 자극적인 주제를 잡을 수밖에 없다"면서 "당내에서 의원별로 역할을 나눌 수도 있지만 의원들도 화제가 되는 것을 하고 싶어해 일부 기관에만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상시국감은 왜 안되나 = 몰아치기 국감의 폐해에 대한 지적이 많아 국회는 분리국감, 상시국감 등을 검토했지만 성사되지 않고 있다.

분리, 상시국감을 기피하는 중요한 이유는 '업무량'이다. 피감기관 입장에서는 연중 긴장해야 하고 국회의원과 보좌진 입장에서는 연중 집중업무를 해야 한다. 모 의원실 보좌관은 "국감을 내실있게 하려면 분리국감이나 상시국감으로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업무량이 많아진다"며 "짧은 시간에 '짧고 굵게' 연례행사를 치르는 것을 의원실도, 피감기관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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