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사회부총리 간담회

유치원 영어, 놀이중심으로

유치원과 초등 1~2학년 영어교육에 대한 유은혜 사회부총리와 학부모들간 시각 차이는 컸다. 유 부총리는 공교육의 출발선이 달라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교육격차 해소차원에서 과도한 학습이 아닌, 놀이중심 영어학습을 강조했다. 반면, 학부모들은 놀이가 아닌 조기교육 차원의 영어교육을 주문했다.
참샘초유치원을 방문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전호성 기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5일 취임 후 첫 행보로 세종시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찾았다. 이날 현장 교사 및 학부모들과 열린 간담회는 사전에 아무런 주제나 주문 없이 진행됐다. 학부모들은 "유치원 방과후 영어교육을 허용했으므로, 초등 1~2학년도 당연히 허용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자녀 교육에 대한 조급성과 불안감이 깔렸다. 질문과 주장에는 선행학습을 통한 '내 자식만의 학력강화' 경쟁이 묻어났다.

유 부총리는 즉석에서 "정치권 역시 놀이 중심으로 1∼2학년 방과 후 영어교육을 허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이러한 흐름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이어 "이는 법 개정 사항(초등 1~2학년 영어교육)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개정안이 처리돼야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유 부총리는 "다만, 과도한 교육, 지식 전달 위주 영어수업 때문에 (초등 1∼2학년은) 방과 후 수업도 금지한 것"이라며 "놀이·체험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서 영어에 노출되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의미에서 (유치원과 영어교육과의) 연속성을 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유 부총리의 이러한 발언에 간담회 참석 교사와 학부모들은 유치원에 이어, 초등 1~2학년 영어교육도 가능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간담회 답변하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사진 전호성 기자


학교 영어교육은 초등 3학년 정규 교육과정부터 편성됐다.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1∼2학년에게는 수업시간과 방과 후 활동 시간에 영어를 가르칠 수 없다. 유치원은 법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탄력적 운영이 가능한 상태다. 다만, 학습이 아닌 놀이 중심의 방과 후 영어교육의 기준이 어디까지인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 부총리의 발언을 두고 그동안 정부정책이 획일적이고 일관성만 앞세운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유 부총리는 지난 4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유치원 영어 방과 후 수업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정책의 탄력적 운영'이라는 분석과 함께 갈등을 피해가려는 행보라는 2가지 유권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저학년 오후 3시 하교 반대 = 저학년 하교 시각을 오후 3시로 제시한 것에 대해서도 학부모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학부모 이미라씨는 "저출산, 직장맘의 육아 고충 등 사회적 문제 때문에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희생양이 돼서는 안된다"며 "아이들을 오후 3시까지 학교에 잡아두는 것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현재 돌봄은 아이들을 '방치'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방과후 학습의 질이 떨어진다는 게 학부모들의 평가다. 차라리 돈을 들여서라도 이 시간에 학원을 보내는 게 더 낮다는 것이다.

답변에 나선 유 부총리는 "의무적으로 모든 학생이 오후 3시까지 학교에 남아있도록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내놓은 초등학교 저학년의 오후 3시 하교 방안에 대해 모든 학생에게 일괄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이어 "학교 현장이나 선생님, 부모님 의견을 종합해 선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아직 저학년 하교 시각을 3시로 확정한 것은 아니니,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협의해 현실에 맞는 대책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유치원에서 놀이를 통해 한글 자·모음을 익힐 수 있어야 한다는 교사 주장도 제기됐다. 초등 1학년 학급 24명 중에 22명이 한글을 알고 입학해 아이들의 출발선은 이미 다르다는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교사와 학부모들은 △돌봄 교실 내실화 △유치원 학급 당 학생 수 감축 및 교사확충 △체험학습 확대 △등하교 안전 도우미 제도 도입 등을 주문했다.

이날 첫 간담회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국가교육 정책에 대해 학부모들과 충분한 소통과 차이를 좁히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며 "이를 통해 공교육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만이 갈등과 차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부총리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아이들이 출발선의 차이가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공교육에 대한 국가책임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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