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의원 공개한 삼성 내부 문서 … '바이오에피스 콜옵션' 부채 반영에 대응방안 논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공개한 삼성 내부 문서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를 변경하지 않을 경우 회사의 자본잠식과 삼성물산 부채 증가, 삼성전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점과 이를 막기 위한 대응방안 등이 담겨있다.

국회에서 답변하는 최종구 금융위원장 |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삼성물산에 대한 감리가 필요하다는 박용진 의원의 지적에 대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박 의원이 밝힌 2015년에 작성된 '바이오, 바오젠사 콜옵션 회계처리' 관련 자료에 따르면 회계법인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콜옵션 가치에 대해 평가해 2015년도 내에 부채와 손실을 반영할 것을 요구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삼성물산은 2015년 9월 합병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업가치를 6조9000억원으로 평가하고 보유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51%에 대해 3조5000억원으로 자산평가를 실시했다.

이와 관련해 회계법인은 바이오젠사가 연내 콜옵션을 미행사할 경우 이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파생상품 부채로 간주, 콜옵션 가치를 2015년 애에 재평가해 부채 및 손실로 처리하도록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요구했다.

부채로 반영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본잠식을 예상했다. 옵션 평가 후에는 자산이 1조8000억원인 반면 부채는 2조7000억원이 되기 때문이다. 문건에는 '자본잠식시 기존 차입금 상환과 신규차입, 상장 불가'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주사인 삼성물산은 연결부채 1조8000억원 증가, 삼성전자는 손실 3000억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적시했다.

대응방안으로는 당초 2개안이 제시됐지만 이후 3개안으로 늘어났다. 1안은 바이오젠과의 콜옵션 관련 조항을 수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협상력 약화와 바이오젠사의 연내 동의 여부가 불투명하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2안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연결(종속회사)에서 지분법(관계회사) 평가 자회사로 변경하는 방안이다. 지분법 평가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조6000억원, 삼성전자는 1조2000억원의 대규모 평가이익이 발생하고 삼성물산은 합병시 바이오사업 가치를 이미 반영해서 영향이 없다고 적시했다. 다만 콜옵션 행사를 예상할 수 있는 바이오에피스의 상장신청 등 중요이벤트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앞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5년 6월 말 나스닥 상장 추진을 발표한 바 있다.

3안은 바이오에피스를 연결 자회사로 유지하되 콜옵션 평가손실을 최소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3개안 중 2번째 방안이 실제 시행됐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면서 지분 가치를 장부가격(2650억원)에서 시장가격(4조8086억원)으로 바꿨다.

박 의원은 "콜옵션 행사에 따른 부채 계상과 평가손실 반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본잠식에 빠지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막기 위해 3가지 방안을 놓고 고민하던 중 콜올션행사 가능성이 커졌다는 이유만으로 삼성바이오에피시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해 2000억원 적자회사를 무려 1조9000억원의 흑자회사로 둔갑시켰음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많은 분식회계의 동기는 장부상의 중요한 숫자를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기 위함"이라며 "이번 문건에서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를 피하기 위한 명확한 동기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이는 고의 분식의 결정적인 증거"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측은 박 의원의 내부 문서 공개와 관련해서도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증선위에서 분식회계 여부를 심의 중에 있고 콜옵션 공시누락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을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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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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