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윤활방식 회전축 밀폐장치 개발 … 정부지원으로 회사성장 기틀 마련

한국에서 창업 5년 이후까지 살아남을 확률은 30%가 채 안된다. 스타트업 창업 인프라가 가장 좋다는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도 평균 3번 정도의 실패 경험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창업국가로 불리는 이스라엘에서 1999~2014년 15년 동안 약 1만185개 업체가 창업했으나, 성공한 업체는 254개다. 따라서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재도전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진흥공단도 재기지원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창업 후 죽음의 계곡에 빠졌다가 다시 도전에 나선 중소기업인의 기업가정신과 꿈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2023년까지 전 세계 누출폭발사고를 1/10로 줄여 생명존중에 기여한다'

'2020년 20명에게 연봉 1억원 만들기'

지난 13일 서울디지털단지 내 아파트형공장에 둥지를 튼 씰링크(대표 이희장)에 들어서자 회사 벽에 붙여진 비전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씰링크 이희장 대표가 13일 자신이 개발한 무윤활방식 회전축밀폐장치 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형수 기자


씰링크는 2014년 3월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올해 매출 10억원, 직원 8명에 불과한 소기업이다. 씰링크 비전은 달성하기에 벅차보였다. 씰링크는 창업 5년차로 첫번째 '죽음의 계곡'에 들어서 있기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씰링크는 삼성전자와 미국 인텔의 반도체 양산라인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포스코기술투자 삼성벤처투자 IBK기업은행 등에서 투자(8억원)할 만큼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독일 일본 등 글로벌기업들과 수주 경쟁에서 이겨 제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2020년 매출은 100억원 이상 달성할 것이다." 이희장 대표의 자신감은 높은 기술력과 신뢰도에 근거하고 있다.

씰링크는 씰유니트(seal unit) 부품소재 전문기업이다. 씰유니트는 반도체나 석유화학 공정에서 회전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기체나 액체를 밀봉하는 게 핵심기술이다. 실제 상당수 국내 화학공장 폭발사고는 화학반응기 탱크내부에 모터로 돌아가는 회전축이 밀폐되지 않아 틈새로 가스가 누출되거나 기름이 흘러내려 폭발한 것이다. 1986년 우주선 챌린저 폭발사고도 씰에서 가스가 누출돼 발생했다.

씰링크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무윤활방식 회전축밀폐장치' 양산기술을 개발했다.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 독일 영국 일본 등 글로벌기업 제품은 모두 회전축에 윤활류를 공급하는 윤활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윤활방식은 장시간 사용하다보면 기름이 미세한 틈새로 흘러내리는 문제점을 안고 있어 폭발 가능성이 높다.

씰링크 제품은 윤활류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실시간으로 가스누출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탑재했다. 제품신뢰도를 인정받기 위한 인증도 획득했다.

'무윤활방식 회전축밀폐장치' 기술은 한국을 비록해 미국 일본 중국에서 특허등록이 완료됐다. 유럽은 올해 특허등록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부터 석유화학플랜트와 반도체장비 구축하거나 교체할 때 우리 제품이 납품되고 있다. 모든 회사들이 기존제품의 문제점을 해결한 우리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씰링크가 자리잡는데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재기지원정책이 마중물이 됐다.

이 대표는 30년전 첫번째 창업했다. 오링부품을 수입판매하는 회사였다. 회사는 그런데로 잘 나갔다. 이 대표는 공부를 병행하며 제품개발에 매달렸다. 하지만 내부 살림살이를 맡겼던 관리부장의 부정행위로 회사는 10억원 부채가 쌓였다.

갖고 있던 건물은 물론 다른 제품까지 팔아 빚을 갚기 시작했다. 결국 다 갚지 못하고 세금 채무가 생긴 탓에 폐업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한 동안은 수돗물로 배를 채웠다.

죽음도 고민했던 이 대표는 실패원인이 CEO로서 직무를 다하지 못한 자신에게 있다는 점을 깨닫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다시 도전했다.

이 대표는 갖은 고생 끝에 무윤활방식 가스밀폐장치를 개발하고 양산에 성공했다. 하지만 열악한 신용등급으로 사업화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웠다.

2015년 중진공 재창업자금 1억원을 지원받아 대기업에 납품할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벤처캐피털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2017년 매출증대에 따라 사업장 확대가 필요했다. 중진공은 재창업자금 5억7700만원을 지원했다. 추가로 운전자금(2억원)도 지원했다. 그해 매출은 4억6900만원을 달성했다.

"다시 사업을 할수 있었던 건 주변의 도움 때문이다. 글로벌 히든챔피언을 만들어 회사성장 과실을 주변과 나누면서 살려고 한다."

이 대표는 "매일 출근할 때마다 하늘을 볼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다"며 "직원들이 돈 걱정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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