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주주친화정책 가시화 … 주가에 긍정적 영향 끼칠것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KCGI 가 한진칼 지분 9.0% 확보함에 따라 향후 배당확대 등 주주친화정책 및 지배구조 개선 요구 등이 이루어 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강성부펀드의 한진칼 지분매입을 한국형 행동주의의 서막이라고 평가하며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주주친화 정책이 가시화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향후 한진칼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진칼 주가 상승세 … 우선주 상한가 = 19일 KCGI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KCGI 1호 펀드는 한진칼 주요 주주로서 경영활동 감시와 견제 역할을 충실히 할 계획"이라며 "일부 외국계 투기 자본이 요구하는 비합리적 배당정책, 인건비 감소를 위한 인력구조조정, 급격한 주가 부양을 통한 단기 이익 실현을 지양한다"고 밝혔다. 장기적인 회사 발전이나 가치 정상화에 의해 직원, 주주, 고객의 이익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KCGI는 "유휴자산 보유와 투자지연 등으로 한진칼의 기업 가치가 매우 저평가됐다"며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증대 기회도 매우 많다"고 한진칼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펀드가 주요 주주로서 감시와 견제 역할을 활발하게 수행하면 한진칼의 기업가치 증대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부터 유가증권시장에서 한진칼과 한진칼 우선주는 지난주에 이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진칼은 이날 장 초반 부터 전일 대비 5% 이상 상승세를 나타내며 오전 9시4분 기준 한진칼은 전 거래일보다 7% 오른 3만4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진칼 우선주는 9시 10분 기준 가격 제한폭에 가까운 29.97% 오른 2만125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국형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알려진 KCGI가 최대주주인 유한회사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 15일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 9%를 매입해 2대 주주로 올라선 후 한진칼을 비롯해 대한항공 등 계열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증권가는 KCGI가 한진칼의 경영권 장악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CGI는 배당 확대, 지배 구조개선 등 주주 가치를 내세운 이른바 행동주의 펀드로 주주권행사, 주주제안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 3월에 한진칼 이사회 멤버 7명 중 이사 3명과 감사의 임기가 만료된다"며 "KCGI는 내년 정기주총에서 이사회 장악을 위한 이사진 교체를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 연구원은 "KCGI가 주주인 그레이스홀딩스는 비록 9% 지분에 불과하지만 다른 기관투자자 및 외국인, 그리고 소액주주들이 변수일 것으로 판단된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활용한 주총 표 대결로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게 되면 경영합리화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그는 "향후 경영권분쟁이라는 이슈로 주가 급등락 있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지만 한진그룹이 경영쇄신을 하는 계기가 되어 계열사들의 기업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아 단기급등락에 연연하기 보다는 주요 자회사인 대한항공과 진에어 등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취약한 대주주 지분, 오너일가 갑질 = 한국형 주주행동주의 펀드는 왜 한진칼을 먼저 공격대상으로 정했을까?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한진그룹의 취약한 대주주 지분과 오너일가의 갑질 파문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가운데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일수 있는 최적의 투자처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진칼의 지분구조를 보면 19일 기준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28.95%(조양호 17.84%. 조현아 2.31%. 조원태 2.30%. 조현민 2.30% 등)에 불과하다. 아직 승계가 완료되지 않았으며, 최대주주지분율이 30%미만에 불과해 주주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 가능성이 존재했던 기업이다.

그외의 5% 이상 주요 주주로는 국민연금공단 8.35%, 크레디트 스위스 그룹 아게 5.03%, 한국투자신탁운용 3.81%가 있다. 소액주주는 44.86%를 차지하는 등 지분이 소액주주들에게 상당수 분산되어 있는 기업이다.

특히 한진칼은 오너일가의 지분을 상대적으로 낮고 칼호텔네트워크, 자동레저, 한진관광, 와이키키리조트호텔 등 비상장 자산을 대거 보유하고 있어 저평가 종목으로 꼽히고 있다. 올들어 한진그룹이 조 회장 일가의 '갑질 파문'으로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고 주가도 하락한 상황이다.

송치호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일감몰아주기, 승계이슈 등 수년간의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다양한 논란에서 목격된 바와 같이, 주주행동주의의 타겟이 될 수 있는 다양한 포인트가 존재한다"며 "한진칼의 경우 그동안 진행된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시위 및 오너일가 이슈 등 여파로, 사회적인 관심과 더불어, 그룹지배구조에 대한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온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행동주의투자의 가장 중요한 핵심인 사회적지레(Social Lever)가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기업 사례라고 평가했다.

◆일반 주주 호응 받아야 성공 가능 =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및 사모펀드 개편방안의 핵심이 10%룰 폐지"라며 이로 인해 국내 주주행동주의 펀드 활성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재벌개혁 관점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접근하기 때문에 배당확대, 이사회의 독립성 제고 등 지주회사 지배구조 개선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 연구원은 "지배구조란 투자자의 투자가치를 보호하기 위해서 경영자의 의사결정과정을 감시하는 것으로, 바람직한 지배구조는 회사의 가치, 주주의가치가 극대화 되는 것으로 특정인의 사적 이익을 위해 악용되지 않는 경영시스템으로 투명성과 책임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며 "특히 우리나라 재벌 등 그룹들의 경우 왜곡된 지배구조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총수 일가의 이익이 기타 주주의 이익에 우선시되는 결정이 내려지고 이것이 바로 지배구조의 취약한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은 지배구조 및재무구조 개선과 더불어, 경영 효율화, 외형 확장을 통한 기업의 재편과 성과 개선 등이라며 이는 여타 주주의 호응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 연구원은 "주주행동주의 펀드들이 제안하는 요구 내용은 주로 지배구조 개선, 배당 확대 및 자사주 매입, 사업전략 및 구조 조정 방안 등이어야 한다"며 "특히 유휴자산매각을 독려하고, 확보한 자금을 주주환원이나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할 것"을 제시했다.

[관련기사]
강성부 펀드, 한진 지배구조 바꿀까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김영숙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