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대학생 A는 B와 수개월 동안 연인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교제기간 동안 수차례 성관계를 맺었다. 그러던 어느 날 A의 집에서 자고 나간 B가 A가 지난 밤 자신을 강간했다고 화를 내면서 경찰에 고소하겠다고 한 후 A에게 문자로 이별을 통보했다. 강간 주장과 이별통보에 충격을 받은 A는, B에게 전화를 걸어 B와의 성관계 동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한 후 죽어버리겠다고 말했다. 더욱 큰 충격을 받은 B는 즉시 A를 경찰에 고소했다. A는 강간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동영상 유포와 자해 발언에 관하여 협박 혐의로 결국 기소됐다.

부부간 강간과 마찬가지로 데이트 강간의 경우도 사건 특성상 범죄 성립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렵다. 성범죄 자체가 워낙 은밀하게 이뤄져 혐의 입증이 어렵고, 부부나 연인의 경우 평소 합의 하에 성관계가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기 때문에 특정 성관계만 강간에 해당한다는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드물게는 상대방에 대한 다른 불만이 있는 상태에서 성관계를 갖게 된 경우 성범죄 고소로서 그 불만을 폭발시키는 경우도 존재한다.

따라서 부부나 연인 일방이 상대방을 성범죄로 고소했다고 해도 수사과정에서 당사자 간의 소통을 통해 오해를 풀게 되는 경우도 많고, 설사 소통에 실패해도 자신이 무고하다고 생각한다면 상대방과의 진솔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위 사건의 경우 성관계에서 강압성은 전혀 없었다. 또한 B와의 성관계 동영상은 평소 둘의 합의 하에 찍은 것으로 유포 목적도 없었다. 또한 유포나 자해 발언도 B의 일방적 주장에 당황해 홧김에 내뱉은 말이었다. 하지만 B 입장에서는 자신의 사생활이 공중에 유포되고 A가 자살해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극도의 공포감을 느꼈을 것이다. 결국 A의 진정한 의사가 어떤 것이었든 간에 A의 행동은 명백한 형사 범죄에 해당하는 것이다.

A는 수사과정을 통해 먼저 무고함을 입증한 뒤 혹시 B에게 무고 혐의가 있다고 여겨지는 경우에는 B를 고소하여 법의 판단을 받게 함으로써 해결해야 할 일인 것이다. 그런데 A와 같이 당장의 분노와 공포를 이기지 못하여 오히려 B에게 위와 같은 발언을 할 경우 이는 협박에 해당하게 되어, 강간 혐의는 누명을 벗더라도 협박죄의 형사범이 되는 것은 피할 길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부부나 연인 간에 오해나 감정적인 불만이 쌓여 고소 등의 불미스러운 이야기가 오가는 상황이 발생하면 상대방과의 대화를 통해 원인을 해결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다. 협박이나 강요 등의 수단은 문제 해결이 아닌 소중한 사람과의 영원한 결별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양태정 변호사의 범죄파일 연재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