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숙 민법전문박사 법무법인 산우

A(부인)와 B(남편)는 중매로 만나 혼인을 한 법률상 부부다. 어려서부터 친정집의 재산이 넉넉하여 곱게 자란 A는 버릇이 없고 다혈질이었다. A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짜증나는 일이 있으면 그 화를 남편 B에게 풀었다. 처음에는 말로만 수다스럽게 하소연을 하다가, 어느 순간 B가 자신의 얘기에 건성으로 대답하자 A는 B를 꼬집거나 옆구리를 치기 시작하였다. A의 폭행은 처음에는 약했지만, 급기야는 물건을 던지거나 막대기로 치는 등 점점 강도가 심해졌다. A의 폭행을 피해 집을 나온 후 B는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예전에는 부부간의 가정폭력에 관하여 '남편이 가해자이고, 아내가 피해자'라는 인식이 흔했다. 그러나 최근 '매 맞는 남편'이 늘어나고 있다. 경찰에 신고 된 남편 대상 가정폭력은 2013년 830여건, 2014년 1100여건, 2015년 1400여건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고, 남성 가정폭력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한국 남성의 전화'에 접수되는 상담 건수도 2009년 856건에서 2014년 2230건으로 계속하여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 맞는 남편'에 관한 사회적 관심도 필요한 때다.

가정폭력이란 가정구성원 사이에 신체적으로나 정신적 또는 재산상으로 피해를 주는 행위를 말한다. 구체적인 폭력의 형태로는 상해, 폭행, 유기, 체포나 감금, 협박, 강간, 추행 등을 말하는데, 가장 흔한 폭력의 형태는 '폭행'이다. 가정폭력은 가정폭력 특례법이 우선으로 적용돼, 경찰은 신고를 받으면 폭력행위를 저지하고 가정폭력의 행위자나 피해자를 분리하여 수사한다. 피해자는 가정폭력 관련 상담소 또는 보호시설로 인도하고 만약 긴급한 치료가 필요하면 의료기관으로 피해자를 인도하기도 한다. 가정폭력이 심해지면 직권이나 신청으로 법원에 피해자의 격리, 접근금지 등의 긴급 임시조치를 청구할 수 있다.

위 사례에서 법원은 "혼인관계가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고, B의 이혼의사가 강력한 점, 혼인관계 회복을 위해 부부가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혼인관계는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고 보아야 한다"며 "B의 이혼 청구는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 B의 손을 들어 주었다.

성별에 관계없이 남성이든 여성이든, 부부간 폭력의 피해자는 상대방에 대하여 혼인파탄의 책임을 물어 이혼 청구를 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위자료로서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다.

임경숙 민법전문박사 법무법인 산우

[임경숙 변호사의 가족법 이야기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