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청원 비해 투명·신속성 떨어져 참여 큰 차

"국민 정치참여 욕구 존중할 새 방안 마련해야"

국회 청원이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청원이 빠르게 줄어드는 추세다.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반면 청와대 청원은 '새로운 참여문화'를 만들 정도로 성황이다. 국회의 국민 소통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1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 들어 169건의 청원이 들어왔다. 16대 국회에 765건이 들어와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매년 감소세다. 17대 432건, 18대 272건, 19대 227건이었다.

'함께 갑시다' |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왼쪽부터), 한국당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민주당 이철희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33개월동안 20대 국회의 월평균 접수건은 5.1건이었다. 처리된 청원은 모두 26건으로 월평균 0.8건에 그쳤다. 채택된 게 4건, 본회의에 올리지 않기로 한 게 22건이었다. 처리율이 15.4%였다.

반면 청와대는 2017년 8월 17일 이후 30일 동안 20만명 이상이 동의한 청원 82건에 대해 답했다. 월평균 4.3건이었다.

청와대 답변 의무가 생긴 청원에 비해 국회 청원 접수건수가 많기는 하지만 실제 답변이나 의결까지 이어진 건수는 청와대 청원이 크게 앞섰다. 답변이 이뤄진 청와대 청원이 의결까지 마무리한 국회 청원에 비해 5배 이상 많은 셈이다.

◆청와대 청원의 강점은 '편리성' '투명성' = 청와대 청원의 강점은 무엇일까. 청와대는 지난 1월 8일 "하루 약 1000개의 청원이 새로 올라오고 있다"며 "11만명 이상이 청원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500여일동안 47만여건의 청원이 들어왔고 5600만 여 건의 동의가 있었다"고도 했다.

기준(30일에 20만명 동의)을 넘어 청와대의 답변을 요구할 수 있고 실제 답변을 받은 청원은 6000건 중 한 건이지만 10만명 이상의 국민들이 참여했다는 데에 더 큰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국회 청원은 '오프라인'으로만 진행돼 어떤 청원이 접수됐고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청와대 청원은 자신이 올린 청원이 얼마나 많은 동의를 얻고 있는지 실시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눈으로 보이는 동의건수는 주변에 청와대 청원을 홍보하며 독려하는 효과가 있다. 또 같은 목표를 겨냥한 집단적 행동이 '유력한' 청와대 답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도 국민 참여를 부추겼다는 평가다.

청원자나 동의자가 공개되지 않는 익명성과 함께 스마트폰 등으로 쉽게 참여할 수 있다는 편리성도 한몫을 하고 있다.


◆너무 큰 속도차 = 국회 입장에서 눈여겨봐야 할 또다른 대목은 '속도'다.

청와대는 30일간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에 빠르게 답해주고 있다. 30일의 기간이 경과된 이후 답변시점까지 따져보면 평균 15.8일이 걸렸다. 30일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답변한 청원도 13건이었다. 사안에 따라 청와대는 청원마감기준인 30일 이전에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https 차단정책에 대한 반대의견' 청원은 청원에 들어간지 열흘만에 답했다.

국회에서 최종결정인 의결까지 이어진 26건을 분석해보면 1년 이상 지나고 나서야 결론을 낸 게 6건이었다. 지원금 수령 입주기업 확인 요청에 관한 청원(2016년8월12일 접수, 2018년11월29일 의결), 노인문화건강증진센터 건립지원에 관한 청원(2016년11월18일 접수, 2018년12월7일 의결) 등은 2년이 넘어서야 본회의에 올리지 않겠다는 '본회의 불부의' 판정을 받았다.

나머지 20건 중에서도 10건에 대해서는 계류기간이 6개월을 넘어선 후에야 결론에 도달했다. 최단시간에 의결된 청원은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 통과 촉구에 관한 청원'으로 2017년 11월21일에 접수됐으며 3개월이상 지난 2018년 2월 27일에 '본회의 불부의'로 결정됐다.

계류돼 있는 143건 중 42건이 2016년에 접수된 것이며 이날기준으로 접수한지 2년 이상 지난 계류청원(2017년3월18일까지 접수한 청원)이 56건(39.2%)에 달했다. 1년~2년 경과한 청원이 54건(37.8%), 1년 이내 청원이 33건(23.1%)이었다.

국회 핵심관계자는 "들어온 청원 중에서는 상당수가 수용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은데 이런 것들에 대해 그냥 계류시키는 관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의장 직속 혁신자문위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활성화는 국민들의 높은 정치 및 정책참여 욕구를 확인시켜주고 있다"면서 "사회변화와 그로부터 발생하는 국민적 입법 및 정책수요를 적시에 국회의 의제로 받아들이는 것은 국회 고유가능의 출발점"이라고 지적했다. "정당과 국회의원을 통한 사회적 요구반영이라는 오래된 방식이 제대로 작동하게 만드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라며 "온 국민의 온라인 사용이라는 매체환경의 변화에 적극 부응하고 높아진 국민들의 정치참여 욕구를 존중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도 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 3월국회 개회사를 통해 "헌법상 국민은 국회에 청원할 수 있고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창구도 국회"라며 "그럼에도 청와대로 청원이 몰리는 것은 옳은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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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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