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1일 최고인민회의 예정 … '빅딜' 압박 대응책이 향후 변수

미국 정부가 21일(현지시간) 북한의 제재회피를 겨냥해 중국 해운사와 각국 선박 수십척에 대한 조치에 나선 것은 압박의 고삐를 최대한 조여 '일괄타결식 빅딜'을 관철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미국의 비핵화 빅딜 요구를 거부하고 단계적 이행과 제재완화를 고수하며 협상재검토 가능성까지 내비쳐 북미간 긴장국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추가 제재 와 주의보 발령 조치로 북한의 제재회피를 틀어막고 향후 협상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셈이다.

중국 해운사에 대한 표적제재로 중국의 대북제재 이행 공조를 압박한 점도 주목할 만하고, 주의보 발령 대상에 한국 선적의 선박이 포함된 것도 눈길을 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조치들을 발표하면서 "미국과 협력국들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으며, 북한 관련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 이행이 성공적인 결과를 위해 중차대하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단계적 접근을 내세우며 비핵화 협상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해 최대압박 기조로 맞대응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빅딜 접근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처럼 미국이 대화의 틀을 유지할 것이란 점을 거듭 밝히면서도 '빅딜' 수용을 강조하자 단계적·동시적 이행과 제제 완화를 요구해온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의 접촉면을 넓혀 나름의 대응 전선을 만들어가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물론, 북한도 김정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궁합'을 강조하며 대화 유지 의사는 밝히고 있지만 양자간 현저한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의 제재 고삐 죄기가 가해지는 것이라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북한은 4월 둘째주 중요한 내부 정치행사가 예정돼 있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다음달 11일 최고인민회의가 개최될 것이라고 22일 밝혔다. 최고인민회의는 우리의 국회 격으로 노동당의 주요 전략 및 정책 결정을 법적,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실행 계획을 결정한다. 더구나 이번 최고인민회의는 이달 대의원 선거로 김정은 집권 2기를 구성하는 체제다. 통상의 관례대로라면, 최고인민회의 2~3일 전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소집돼 지난 1년을 총 평가하고 향후 전략 방향과 방침을 결정한다. 지난해 4월 20일 전원회의에서는 기존 핵·경제 병진 노선을 경제건설 집중 노선으로 변경하는 중대한 결정이 이뤄졌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대북 제재·압박을 그대로 유지하는 단독 추가조치를 발표한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내달 전원회의,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는 '포스트 하노이' 대응전략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가 향후 북미관계 향방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최선희 부상이 15일 북미협상 중단 가능성을 언급한 뒤, 미국에서는 북한의 동창리 주변 움직임을 근거로 김 위원장이 위성발사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고 이 경우의 대응책을 놓고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 논쟁이 있다는 CNN의 보도도 나온 바 있다.

한국 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 부상의 기자회견 뒤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에 다시 주목하는 분위기도 있다.

이 경우 이론적으로는 북한이 작년 6.12 1차 북미정상회담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길, 미국의 압박에 자력갱생으로 버티면서 현재의 대치 국면을 장기간 이어가는 길, 미국을 배제하고 중국·러시아의 협력을 통해 자체 비핵화 수순을 밟는 길 등이 거론되지만 핵·미사일 강경대치의 과거로 회귀하기는 어렵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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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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