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소위 14번 개최 그쳐 … 평균 한번꼴도 안돼

법안소위 심사는 496건에 비해 크게 적은 수준

처리율 17.5%, 갈수록 줄어 … "국민관심 저하"

국회 정보위 예결위를 제외한 15개 상임위 중 7개에서 청원심사소위가 단 한 번도 가동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국회 2년 10개월동안 14번의 청원심사소위가 열렸다. 평균 한번꼴도 안되는 수준이다. '국민청원'이 찬밥취급을 받고 있다는 반증이다.

법사위 개의하는 여상규 위원장 |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여상규 위원장(왼쪽)이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등을 의결하는 회의를 개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2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6년 6월이후 34개월동안 20대 국회에서 청원심사소위를 가장 많이 연 상임위는 4번을 개최한 외교통일위였다. 정무위가 2번이었다. 국방위 산업위 복지위 국토위 여성위 등 5개 상임위가 한번씩 청원심사소위를 열었다. 청원심사소위를 열지 않은 상임위는 운영위 법사위 기재위 교문위 행안위 농해수위 환노위 등 7곳에 달했다. 기재위는 아예 청원심사소위가 구성돼 있지 않다. 청원심사소위가 열리지 않았는데도 청원심사가 이뤄진 상임위는 청원심사소위를 통하지 않고 법안소위로 넘긴 때문으로 보인다.

접수한 국민청원이 처리된 비율도 낮은 수준이었다. 정치개혁특위나 사법개혁특위에 올라온 청원을 빼면 접수된 청원은 149건이다 이중 본회의불부의, 채택건수를 합한 26건을 처리건수로 보면 처리율은 17.5%에 머물러 있다. 20대 국회에서 철회한 청원은 없었다.


특위에 접수된 청원 22건까지 합하면 처리율은 15%대로 내려앉는다. 처리율을 상임위별로 보면 '0%'가 운영위 기재위 과기정통위 국방위 행안위 농해수위 산업위 등 7곳이다. 법사위(7.1%), 국토위(8.3%), 교문위(9.1%)가 한자릿수였다. 외통위가 77.8%의 처리율을 보이며 가장 많은 관심을 보여줬다. 환노위(33.4%)가 뒤를 이었고 여성위(28.6%), 복지위(25.0%), 정무위(22.2%)는 20%대로 평균치를 소폭 상회했다.

20대 국회 청원처리율은 과거에 비해 빠르게 줄어든 수치다. 11대엔 82%였던 처리율은 14대에 43%, 17대에 27%로 떨어졌다. 20%에 머물던 청원처리비율마저 20대에서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다.


국회사무처의 의뢰를 받아 '청원권 확대를 위한 방안 연구' 용역보고서를 제출한 가상준 단국대 교수(용역 책임연구위원)는 "민주화 이후 증가하던 국회 접수 청원의 수는 제 16대 국회를 기점으로 점차 감소하고 있다"면서 "국회의 권한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증대됐으나 시민들은 국회를 통해 청원을 접수하고 채택된 청원으로써 요구사항이 관철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국민청원이 심사결과 채택되는 건수가 13대 13건, 14대 11건으로 10건을 넘었으나 15대 4건, 16대 4건, 17대 3건, 19대 2건, 20대 4건 등 '한자릿수'로 고정되는 추세다.

가 교수는 "국회에 접수된 청원의 수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의 청원 처리율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점은 상임위에서 청원심사소위의 활동이 미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국회에 접수되는 청원이 의원의 소개를 통해 접수되지만 국회가 다루기에 내용 면에서 중요하지 않은 청원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을 불러 일으킨다"고 분석했다.

그는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국민으로부터 불신받는다는 사실은 민주주의 운영을 어렵게 한다"면서 "한국의 대의민주주의가 위기라는 논의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 친화적인 국회청원으로 개혁시키는 것은 중요한 위기 극복 방안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입법전자청원시대 온다]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