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회 통합시스템 구축, 의회 접근성 강화

명예훼손 비방 허위사실 기밀 등은 접수 거부

브렉시트 반대 청원 동의 60만건 돌파 최대 기록

4월16일 현재 영국 e청원 사이트(petition.parliament.uk)에 들어가면 메인화면에서 정부 응답건수 328건, 위원회에서 토론중인 청원 건수 59건이라는 큰 글자를 만나게 된다. 올 1월 15일에 확인한 248건, 47건에 비해 석달여만에 정부 대답은 60건, 위원회 토론은 12건이나 늘어났다. 사이트 밑으로 내려가면 찾고싶은 청원을 검색할 수 있는 기능에 이어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청원을 만날 수 있다.

'1만명의 서명을 얻으면 정부의 대답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 정부 답변 요약을 제공한다. 구체적인 답변 내용을 보려면 클릭 한번이면 충분하다. 다양한 방식으로 읽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현해놓은 점도 눈에 띈다.


'10만명의 서명이 있으면 위원회에서 토론에 부쳐진다'는 설명 밑에는 회의내용을 동영상과 회의록(문자)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 준다. 지역 관련 청원을 검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항목도 포함돼 있다. 그러고는 맨 밑에 '영국인이거나 영국에 거주하는 누구든 청원을 할 수 있다'는 문구와 함께 청원을 시작할 수 있는 버튼이 준비돼 있다.


◆5명의 서명만으로 청원이 시작된다 = 청원을 하려면 청원 요지와 근거를 기록하고 5명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서명제출방식은 이메일로 전달된다. 중복 동의를 방지하기 위해 청원자는 이름, 우편번호, 이메일주소를 기재해야 한다.

접수가 거부될 수도 있다. 구체적인 요구사항이 제시되지 않았거나 영국 정부나 하원이 책임질 수 없는 것, 거짓된 내용을 담고 있거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 법원에서 재판중인 것, 비밀을 담고 있거나 상업적으로 민감한 것, 고위공무원을 제외하고 타인의 이름을 명시하는 것, 세훈 제공을 추천하는 것 등이 사전에 걸러진다.


청원이 접수되면 청원 공개여부를 결정하는데 명예훼손, 비방, 다른 법령 등에 의해 불법인 사항, 법원 또는 법원의 금지 명령 발부 사항, 명백한 농담스러운 청원, 일반적인 사리이치에 맞지 않는 청원은 공개대상에서 제외된다.

◆청원위원회의 중개활동 = 중개자인 청원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 정식으로 서명운동이 시작된다. 6개월동안 1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으면 정부답변, 10만명이상 서명을 받으면 의회의 토론안건으로 상정된다. 청원 진행과정은 청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 청원위원회는 하원을 대표해 하원에 접수되는 서면 청원과 전자청원을 포괄한 청원을 검토하는 하원 소속 상임위다. 내각에 속하지 않은 11명의 의원들로 정당별 의석비율을 토대로 구성된다. △청원과 관련한 서면, 구도 정보 요구 및 수집 △정부 또는 공공기관에 적절한 조치 취하도록 권고 △타 위원회에 관련 사안 검토토록 의견 전달 △하원에서 토론하도록 부의할 수 있는 권한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토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청원을 평의원위원회를 통해 본회의 안건으로 지정하도록 요청하거나 매주 월요일 오후 4시30분부터 3시간 이내에 의원 전원이 참여할 수 있는 웨스트민스터 홀 토론의 안건으로 지정할 수도 있다.

영국 e청원 사이트 | 영국의 e청원는 투명한 공개를 통해 참여를 독려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사진은 메인, 정부답변청원, 의회토론청원 내용임. 자료 웹사이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취소를 요구하는 청원이 600만명을 넘어섰다. 올 4월 1일에 위원회 토론에 들어갔다. 영국 전체인구인 6700만명의 1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2017년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에 반대하는 청원이 190만명이상의 서명을 받기도 했다. 2016년에도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일삼는다며 당시 공화당 트럼프 대통령 후보의 입국금지안이 사회활동가 수잔 켈리에 의해 제기돼 열흘만에 57만6253명의 동의를 끌어냈다. 'IS격퇴때까지 모든 이민자의 입국을 막자'는 청원과 '난민들 더 많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청원이 40만건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 B형 뇌수막염 백신접종대상을 전 어린이로 확대해달라는 청원(82만명), 보건복지부 장관을 해임자자는 청원(33만명), 대마초를 합법화하자는 청원(23만명) 등도 나왔다.

2015년 7월 이후 현재까지의 통계를 보면 청원은 모두 1만8968건이었으며 공개된 청원은 1887건, 비공개된 청원은 4013건이었다. 거부된 청원은 1만3068건에 달했다.

정부 답변이 이뤄진 것은 328건, 정부 답변을 기다라는 것은 18건이었다. 위원회에서 토론되고 있는 것은 59건, 토론되지 않은 것은 3건, 토론을 기다리는 것은 9건이었다.

국회사무처 박세용 영국 주재관은 '시민과의 소통을 위한 영국의회의 전자청원' 보고서를 통해 "대부분 논쟁적인 사안이거나 현실적으로 제도에 반영되기 어려운 사례였으나 영국의회는 이러한 내용의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실제 토론 안건으로 다루었다"면서 "의회와 정부의 전자청원을 통합하고 한정된 정부와 의회의 검토역량을 고려해 서명건수에 따라 정부와 의회가 단계적으로 청원을 심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발전시킨 영국의 검토과정과 접근방식은 우리에게 참고할만한 시사점을 준다"고 밝혔다. 영국은 2006년 정부가 전자청원제도를 최초를 도입한 이후 2011년부터 의회가 정부와 이원화된 청원시스템을 운영했다. 의회에서는 4년간 30여건의 청원이 논의되는 등 정부에 제기된 청원에 대해 효과적으로 의회가 접근하기가 어렵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영국 의회는 여러차례 검토를 통해 의화와 정부가 공동으로 청원을 접수하는 웹사이트를 통합 운영하고 청원제도의 운영을 위해 하원에 청원위원회를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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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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