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해당, 반발 거세

세부 평가방안도 안 나와

보험사 자본규제로 검토

금융그룹의 자본적정성 산정 방식에서 집중위험이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은 비금융계열사의 위험이 금융회사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과제다. 금융그룹이 위험 상황을 견뎌내도록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적정성을 갖추도록 하게끔 만드는 게 금융당국의 목표다.

자본적정성을 갖추려면 금융그룹 전체의 적격자본이 필요자본 보다 더 많이 있어야 한다. 필요자본 산정에는 계열사의 '집중위험과 전이위험' 등을 반영하도록 했는데, 그룹의 위험을 가산하기 위해서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전이위험 산정 방식은 어느 정도 세부적인 평가방안이 마련돼 7개 금융그룹에 대한 적용이 가능한 반면, 집중위험은 아직 세부 방안과 관련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집중위험은 지난해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안이 발표될 때부터 삼성생명에게 가장 곤혹스러운 부분이다. 비금융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의 보유 규모가 과도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발표한 자본적정성 지표 산정 방식에 따르면 집중위험이 높을수록 필요자본은 증가하고 금융그룹은 필요자본 이상으로 적격 자본을 쌓아야 하는 만큼 자본확충을 해야 한다.

19일 삼성전자 주식의 종가 기준으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시가는 23조원이 넘는다. 금융권에서는 삼성생명이 집중위험을 반영할 경우 자본적정성 비율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집중위험을 적용하면 삼성전자 보유주식 전부를 매각하는 게 나을만큼 사태가 심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금융그룹통합감독법안 역시 집중위험 부분에 대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거센 반발로 논의 자체가 막힌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계속 논란이 돼왔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대주주 및 특수 관계인 관련 회사가 발행한 주식과 채권을 보험사 자기자본의 60% 또는 전체 자산의 3% 중 적은 금액까지만 보유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30조원 가량되는 삼성생명 자기자본의 60%는 18조원이다. 자산(289조원)의 3%는 8조7500억원이다. 따라서 보험업법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8조7500억원을 초과하는 삼성전자 주식 14조2500억원 가량을 매각해야 한다.

하지만 보험업법에도 불구하고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보험업법 감독규정 때문이다. 은행이나 증권 등 다른 업권과 달리 보험업법 감독규정만 보유주식에 대한 평가를 시가가 아니라 취득원가로 하고 있다.

삼성을 위한 특혜규정이라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다. 감독규정은 법개정 사안이 아니라서 금융위원회가 바꿀 수 있지만 '시장에 미치는 충격' 등을 이유로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

보험업법 감독규정 개정이 어려워지면서 금융그룹 통합감독을 통한 압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금융위는 집중위험과 관련해 "금융그룹감독을 위한 자본규제 방식과 관련해 집중위험의 반영 여부에 대해 현재 정해진 바가 없다"며 "향후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에 대한 국회 논의 등을 통해 정해질 사항"이라고 말했다.

국회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결정날 지 정해지지 않았지만 금융위는 집중위험과 관련한 세부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법안 통과를 위해 양보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집중위험에 대한 통합감독이 어려워질 경우 다른 방법의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금감원은 올해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금융회사의 계열사 투자자산 과다 보유에 따른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통제할 수 있도록 자본규제 강화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집중위험을 보험사 RBC비율(지급여력비율) 산정에 반영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집중위험을 반영할 경우 삼성생명의 RBC비율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 현재는 300%가 넘지만 RBC비율이 크게 떨어질 경우 금융당국이 기준으로 제시한 150%를 맞추기 위해 자본확충을 해야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집중위험을 보험사의 RBC비율에 반영하는 형태의 간접규제는 통합감독법을 적용하는 것보다 강도가 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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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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