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보험 하나쯤은 가지고 있지만 정작 내가 가입한 보험이 정확히 어떤 건지, 무엇을 보장해주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어렵고 복잡한 보험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별 걸 다 이야기하는 '보험 TMI'(Too Much Information: 과한 정보)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보험 가입할 때 아마도 가장 많이 들어본 말은 '저축한다고 생각하고 하나 들어놓으라'는 말일 겁니다. 그런데 진짜 보험 들면서 저축이라고 마음을 놔도 되는 걸까요? 은행 적금을 떠올리면서 보험을 들었다가 중간에 해약하게 됐을 때, 받게 되는 환급금을 보면 '보험사는 도둑'이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올지 모릅니다.

계약자로부터 받은 돈의 일부를 사업비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보험은 저축과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은행에 1000원을 저금하면 1000원이 그대로 입금돼 있지만, 보험료로 1000원을 내면 사업비 100~300원이 빠진 700~900원 정도만이 적립됩니다. 대신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1000원밖에 내지 않았더라도 계약내용에 따라 훨씬 큰 액수의 보험금을 받게 되는 게 보험입니다.

미히르 데사이 하버드경영대학원 금융학 교수는 '금융의 모험'이라는 책에서 '궁극적으로 금융이란 위험하고 불확실한 세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도구 모음'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과거에 풍랑이나 해적 등으로 인한 해상 운항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생겨난 보험은 '선주나 화주 등 관계 당사자 모두가 함께 이 일에 대처하자'는 상부상조의 정신에서 시작됐습니다.

해상보험이 처음 나왔을 때 풍랑이나 해적을 만나는 일은 '우연한 사고'였지만 보험의 빈틈을 노려 우연을 가장해 보험금을 타내는 이들이 생겨난 게 사실입니다. 보험을 일종의 도박, '로또'로 보기 때문이겠죠. 또 포화된 보험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올리려 '로또 보험(보험금 지급기준이 낮은 보험)'을 만들어내는 보험회사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험은 저축도 아니고 로또는 더더욱 아니라는 사실, 불확실한 세상의 대처수단 중 하나라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보험 TMI 연재기사]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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