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시행전 후 "달라진 모습 없다"

모험자본 흐름 안 보여

자본시장법 시행 10년이 지났지만 증권가 안팎에선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자본시장의 자금중개기능은 자본시장법 시행 전후 달라진 게 없다며 'C학점' 밖에 안되는 평가를 받았다. 자본시장내 모험자본 흐름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은 자본시장 접근조차 어려워 = 조성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 3층 불스홀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10년의 평가와 과제' 세미나에서 "자본시장법은 한국경제 발전을 위해 자본시장의 자금중개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 만들었다"며 "그런데 이 법을 시행한 후 자금중개기능이 달라진 점을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기업금융의 경우 외부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은 시장에 접근할 수 없고 대기업은 내부 자금이 잉여상태라 자금을 쓸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를 수많은 정책이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10년 평가 세미나에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증권산업의 경우 자본시장법 시행 후 꾸준히 자기자본을 늘려왔다.

조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5대 대형사의 자기자본은 자본시장법 시행 후 급속히 늘어 2008년 대비 지난해에는 1개사당 평균 2.3배 증가했다. 중소형사의 자기자본도 증가했다.

국내 증권사의 수익구조는 위탁매매 부문의 비중이 감소하고 투자은행(IB)과 자기매매 부문의 비중이 증가했다. 자본시장법 시행 이전 70%를 상회하던 위탁매매 부문의 비중은 2018년 40% 수준으로 축소된 반면, IB 부문의 비중은 같은 기간 6.8%에서 19.7%로 증가했다. 자기매매 비중은 같은 기간 16.8%에서 27.8%로 확대됐다.

◆탄력있는 규제 요구 = 자본시장법이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보다 탄력 있는 규제가 요구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패널토론에 참석한 정영채 NH투자증권 시장은 "지난 10년간 두 번의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자본시장법이 이상해졌다"며 "위기 당시 무게중심이 규제 완화에서 강화로 옮겨 가면서 새로운 포괄주의로의 변화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게 아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국내 증권산업이 당면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미래 도전의 하나는 디지털 혁명"이라며 특정 기능에 특화한 새로운 핀테크기업이 플레이어로 증권업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향후 자본시장법 시행과 규제정책은 포괄주의의 정신을 전향적으로 살려나가고, 경쟁 촉진·공정경쟁 확보의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산운용업 질적 성장 미흡 = 자산운용업은 자본시장법 도입이후 양적 성장은 이뤘지만 질적 성장이 미흡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본시장법 도입 이후 양적으로는 수탁고가 121% 증가하고 회사 수는 286%, 임직원수는 120% 증가했다"면서 "질적으로는 공사모 펀드의 불균형적 발전과 운용수익률 저하, 운용사 수익성 악화 및 법 위반 건수 증가 등 미흡한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앞으로 자산운용시장은 저성장 고령화 시대에 따라 공적·사적연금 적립금이 증가하는 만큼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적 및 사적연금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기관투자자 중심의 장기투자 행태가 고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사모, 솔루션, 패시브, 이머징마켓이 자산운용시장의 핵심 4영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또 로보어드바이저 운용, 빅데이터를 통한 맞춤형 자산관리서비스, 마이데이터 등 핀테크 기술 진화로 인한 신규시장 창출도 기대된다.

이에 이 교수는 "자산운용업 발전을 위해 공모펀드는 수수료 및 보수체계 개편을 통해 비용을 낮추고, 자산운용제한 규정 완화를 통해 수익률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며 "펀드 수익에 대한 통합적 양도소득세 부과 및 합산 손익 과세·해외펀드 등록요건 완화·자산운용사 중심의 공시강화 등을 통해 투자자의 저변을 확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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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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