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보험 하나쯤은 가지고 있지만 정작 내가 가입한 보험이 정확히 어떤 건지, 무엇을 보장해주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어렵고 복잡한 보험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별 걸 다 이야기하는 '보험 TMI'(Too Much Information: 과한 정보)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지난해 8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사업비 차감 문제로 논란이 된 즉시연금과 관련해 이런 언급을 했습니다. "우리가 은행 가서 100만원 넣으면 이자 2%다. 100만원에 2% 이자 받는다. 그런데 보험은, 즉시연금은, 100만원 집어넣으면 사업비 공제하고 나머지를 운용한다는 건데 사람들이 잘 모른다."

계약자들이 보험회사에 낸 보험료에서 빠져나간다는 '사업비', 그게 뭘까요. 보험회사는 계약자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보통 △위험보험료 △저축보험료 △부가보험료로 구분해 운용합니다. 위험보험료는 사고 발생시 보험수익자에게 줄 보험금을 마련하기 위한 돈이고 저축보험료는 해지환급금이나 만기환급금 지급에 쓰이는 돈입니다. 보험계약 체결, 유지, 관리에 사용되는 부가보험료가 흔히 말하는 '사업비'죠.

보험의 특성상 소비자가 먼저 찾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설계사의 적극적인 영업이 필요하고 사고 발생 시 손해사정 등의 업무도 해야 하는 등의 이유로 사업비가 필요한 건 사실입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윤석헌 원장도 인정했죠. 다만 보험료가 들어오면 사업비가 먼저 빠져나간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윤 원장은 "(은행 저축과 보험은) 차이가 있다. 은행은 2% 이자 주고 나머지로 사업비를, 경비를 충당한다. 그런데 보험은 경비 충당을 먼저 한다. 경비 충당 위험을 소비자에게 다 넘긴다"면서 "그럴 수 있다고 본다.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럼 분명히 고객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보험료에서 사업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요. 현재 자동차보험과 저축성보험의 사업비가 공시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우선 손해보험협회 홈페이지 공시실에서 '자동차보험료사업비공시' 항목을 들어가봤습니다.

2018년 4분기 기준 '오프라인(설계사)' 채널의 사업비율을 조회해보니 △메리츠화재 21.4% △한화손보 26.9% △롯데손보 23.2% △MG손보 35.7% △흥국화재 30.1% △삼성화재 25.1% △현대해상 20.6% △KB손보 20.8% △DB손보 20.3 △더케이손보 13.8%로 나타났습니다. 계약자들이 낸 자동차보험료의 20~30%가 사업비로 쓰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같은 기간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 CM(사이버마케팅) 채널 사업비율도 찾아봤습니다. △메리츠화재 16.8% △한화손보 6.2% △롯데손보 8.5% △MG손보 25.9% △흥국화재 9.6% △삼성화재 5.7% △현대해상 8.5% △KB손보 11.3% △DB손보 6.1% △AXA손보 11.8% △더케이손보 12.5%였습니다. 설계사 채널 사업비율보다 CM채널의 사업비율이 확연히 낮습니다. 인터넷으로 가입할 때 보험료가 더 저렴한 이유가 사업비가 덜 들기 때문이란 걸 알 수 있죠.

아직은 사업비 공개가 전체 보험에 적용되지 않지만 금융소비자 권익 제고를 위해 이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보험상품 사업비 및 모집수수료 개선' 공청회에서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일정한 기준을 초과해 과다하게 사업비를 부가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경우에는 이를 공시해 보험료 경쟁이 촉진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보험상품간 사업비율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으면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만큼 사업비 공개 대상을 확대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겠죠.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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