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대표와는 결별"

안-유 공동대표체제 추진

성찰 결과물에 관심 집중

안철수 전 대표의 '성찰의 시간'은 사실상 8개월만에 끝났다. 지난해 9월에 독일로 떠난 안 전 대표는 지난달부터 '안철수계'가 수면위로 부상하면서 국내정치의 중심에 소환됐다.

'안철수계'는 지난달부터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퇴진을 요구했다. 오신환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에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면서는 '안철수의 지침'이 개입됐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기정사실화된 안 전 대표의 복귀는 시점논란으로 번져있다. 더 큰 관심은 '성찰의 결과물'이다.

◆안철수계는 누구? = 안철수계의 수장은 이태규 의원이다. 안 전대표가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등 연이은 패배 이후 정치일선에서 후퇴하면서 이 의원을 지목해 원내책임자로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이 안철수계의 '진안'(진짜 안철수계)으로 꼽히는 이유다.

"손학규 퇴진 안철수 등판" | 지난달 30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지도부 총사퇴를 위한 전·현직위원장 및 정무직 당직자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이 의원 외에 이동섭 김중로 의원과 함께 김삼화, 권은희, 김수민, 신용현 등 'L4'(여성 4인방)까지 모두 7명의 안철수계가 원내대표 선거를 계기로 모였다. 이 과정에서 독일에 방문, 안 전 대표를 만난 이태규 의원이 '안 대표의 복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 의원은 방문, 전화, 대화방을 통해 안 전 대표와 꾸준히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안 전 대표가 구체적인 행동방침까지 정해주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득권 양당 정치를 허물 다당제'와 '개혁'을 '올바른 길'로 보는 안 전 대표의 의지를 고려하면 '선거법 패스트트랙 지정' 등에는 찬성했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패스트트랙 지정과정에서 보여준 강제사보임과 의원총회에서의 결정과정, 김관영 원내대표의 거짓말 논란 등에는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손 대표와는 사실상 결별한 상태였다. 안철수계는 당대표 선거에서 손 대표를 지원했으나 인사, 정책 등에서 소외당했다고 보고 있다. 손 대표의 퇴진론에 적극적으로 나선 과정에 안 전 대표의 용인이 있었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언제 복귀하나 = 안 전 대표의 실질적 복귀시점을 가늠할 기준은 '당원의 부름'이다. 안 전 대표가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정계에서 물러난 만큼 복귀하기 위한 명분은 최소 '당원의 부름'이다.

6월 복귀설은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의 안식년 종료시점에 맞춰 들어올 것이라는 주장에서 나왔다. 9월 복귀설은 비자만료시점이면서 추석까지 여론조사 10%를 넘지 않으면 그만두겠다는 손 대표의 약속을 고려한 판단이다. 김 교수가 현재 안 전 대표와 독일에 같이 있지 않는데다 안식년 종료와 함께 정계로 복귀한다는 시나리오는 다소 억지스럽다.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굳이 국내로 들어오지 않아도 비자연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9월 복귀설도 근거가 희박하다. 손 대표 퇴진시나리오를 고려해도 9월복귀는 촉박하다.

손 대표가 9월 이전에 퇴진할 가능성이 높아보이지 않는다. 진퇴를 결정하기로 한 '추석전 여론조사'에서 10%를 넘지 못한다면 퇴진 가능시점은 '9월 중순'이 된다. 이러한 일정대로 진행한다고 해도 손 대표 퇴진 이후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전당대회를 치르려면 2~3달이 걸린다. 총선을 고려해 속도를 내더라도 연말이다. 정기국회때 전당대회를 치르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12월에야 가능하다.

관건은 유승민 전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의 공동대표체제가 이뤄질 지여부다. 지난달 안철수계 원외위원장들은 유 전 대표와 가진 자리에서 '창당 약속에 대한 책임감'에 대한 유 의원의 답변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유 대표체제 수락'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오신환 원내대표가 원내수석부대표로 안철수계 이동섭 의원을 지명한 것은 사전 정지작업으로 읽힌다. 그러나 안철수계와 유승민계의 불신의 고리를 끊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상대적으로 약세인 안철수계는 '토사구팽' 당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안철수의 메시지는 = 안 전 대표가 '당원들의 부름'을 근거로 돌아올 때 '성찰의 결과물'로 내놓을 보따리도 관심이다. 안 전 대표는 지난해 7월 기자회견에서 "이제 더 깊은 성찰과 배움의 시간을 시작하려고 한다"며 "세계 곳곳의 현장에서 더 깊이 경험하고 더 큰 깨달음을 얻겠다"고 했다. "세계 각국이 각자 직면한 어려움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변화하는지 보고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도 숙고하겠다"며 "오늘날 대한민국이 당면한 시대적 난제를 앞서서 해결하고 있는 독일에서부터 실마리를 얻고자 한다"고도 했다. 안 전 대표의 첫 메시지는 복귀해야만 하는 이유가 담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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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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