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보험 하나쯤은 가지고 있지만 정작 내가 가입한 보험이 정확히 어떤 건지, 무엇을 보장해주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어렵고 복잡한 보험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별 걸 다 이야기하는 '보험 TMI'(Too Much Information)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요즘 출시되는 보험상품 이름을 보면 '저해지' '무해지'라는 글자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보험을 중도 해약하게 되면 받게 되는 해지환급금이 낮거나 없다는 뜻에서 저해지, 무해지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종신보험뿐만 아니라 암보험,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치매보험까지 다양한 상품에 저해지 무해지 옵션이 붙어 있습니다. 상품에 따라 소비자들은 해약환급금을 기존 상품과 같이 받을 수 있는 기본형을 선택할 수도 있고 환급금을 적게 주는 '저해지', 해약환급금이 전혀 없는 '무해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보험사들이 이러한 상품을 팔게 된 것은 지갑이 얇아진 고객들의 지갑을 열게 하려는 목적이 큽니다. 매달 내야하는 보험료가 작으면 아무래도 가입하는 데 부담이 적죠. 소비자 입장에서도 적은 보험료를 내고 기본형과 같은 보장을 받을 수 있다면 이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생보업계는 저해지·무해지 보험이 보험료 납입기간 내에 해지환급금이 적은 대신 동일한 보장으로 보험료를 최대 38%까지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이 보험이 소비자에게 마냥 좋기만 할까요?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생명보험협회 홈페이지에도 '해지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대신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중도해지에 따른 패널티가 있으므로 상품 가입시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는 빨간 경고글이 게시돼 있습니다.

경고글에 나오는 '패널티'는 보험 해약시 소비자는 냈던 보험료를 거의 돌려받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환급을 위한 재원(저축보험료)은 적거나 없고 위험보장을 위한 보험료(위험보험료)를 주로 책정했기 때문에 돌려줄 수가 없습니다. 해지계약자가 그동안 냈던 보험료는 유지계약자가 보험사고를 당하면 지급되는 보험료로 사용됩니다.

그런데 납입기간이 완료될 때까지 보험을 유지하는 소비자가 어느 정도 될까요?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8년 생보사 평균 13회차(만 1년) 계약유지율은 80.7%, 25회차(만 2년) 계약유지율은 65.5%로 나타났습니다. 손보사 평균 13회차, 25회차 계약유지율은 각각 81.9%, 67.8%로 집계됐습니다.

다시 말해 보험에 가입한 지 1년 만에 100명 중 20명 정도가 해약을 하고, 2년이 지나면 35명 정도가 보험을 해지한다는 겁니다. 그러면 5년 후, 10년 후, 20년 후는 어떨까요? 애석하게도 이에 대한 데이터는 공시가 되지 않고 있어 정확한 확인이 어렵습니다. 다만 관련 연구(보험연구원 '생명보험 상품별 해지율 추정 및 예측 모형' 2010)에 따르면 암보험 같은 보장성보험은 9년 후 40% 정도만이 유지하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무해지 보험의 경우 10년 동안 납입하더라도 돌려받을 수 있는 환급금이 0원에 가깝습니다. 보장성 보험 해지율 추정치를 단순 대입해 보면 100명 중 50명은 환급금을 못 받게 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가계 경제가 어려워지면 보험 해약을 하는 일이 많은 만큼 보험료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저해지·무해지 보험을 덥석 가입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만기까지 납입할 형편이 된다면 저해지·무해지 보험 가입을 권유하고 싶네요.

[보험 TMI 연재기사]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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