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연금보험보다 적립금액 비중 작아 … '저축성보험'으로 보기엔 부적절

누구나 보험 하나쯤은 가지고 있지만 정작 내가 가입한 보험이 정확히 어떤 건지, 무엇을 보장해주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어렵고 복잡한 보험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별 걸 다 이야기하는 '보험 TMI'(Too Much Information)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종신보험은 사망을 보장하는 보험입니다. 다르게 얘기하면 본인을 위한 보험이 아니라 유가족을 위한 보험입니다. 과거에는 맞벌이 가정이 적었고, 가장의 사망으로 생계가 막막해진 가족들에게 힘이 된다는 점에서 종신보험이 인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점차 수명이 길어지고 맞벌이 가구도 많아지다 보니 이러한 흐름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소비자들은 보험료를 납부한 본인이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종신보험에 관심을 덜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험사들은 이 종신보험을 변형해, 가입자도 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상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요즘 특히 많이 출시되는 상품이 '연금전환특약'을 붙인 종신보험입니다. 연금전환형 종신보험은 쉽게 말해 연금도 받고 사망보험금도 받을 수 있는 보험을 말합니다.

얼핏 듣기에는 일석이조지만 조금 더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험계약자가 납부한 보험료는 보험사에서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분류돼 운용됩니다. △적립금(또는 저축보험료) △위험보험료 △사업비가 바로 그것입니다.<내일신문 5월 16일 '[보험 TMI (3)사업비] 보험료 중 보험사가 쓰는 돈은 얼마?' 참조>

종신보험에서 사망보험금으로 지급되는 재원은 '위험보험료' 계정으로 들어갑니다. 종신보험은 사망 보장이 주계약이다 보니 일반 연금보험보다 위험보험료에 책정되는 비중이 높습니다.

연금전환특약을 적용해 받게 되는 연금은 '적립금' 계정에서 나오게 됩니다. 이 적립금은 인건비 등 사업비를 빼고, 사망보험금 지급 준비를 위한 위험보험료를 제외한 나머지입니다. 같은 보험료를 낸다고 가정했을 때 일반 연금보험보다 연금전환형 종신보험에서 굴리는 적립금이 작다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종신연금의 사업비 비중은 20~30%이고 연금보험의 사업비는 10~15%로 2배 정도 차이가 납니다. 월 10만원짜리 연금보험에 가입했다면 여기서 1만~1만5000원 정도가 사업비로 빠지고 위험보험료가 일부 차감된 6~7만원 정도가 연금 재원으로 운용되는데, 같은 액수의 연금전환형 종신보험에 가입했을 때는 사업비가 2만~3만원 빠지고 사망보험금으로 지급할 위험보험료 재원을 제외한 4~5만원 정도밖에 적립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적립금(해지환급금)으로 쌓이는 규모가 작다 보니 10년 이상 보험료를 냈더라도 그동안 납입한 보험료보다 적립금이 작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종신보험의 연금전환 기능을 보고 종신보험을 연금보험으로 생각하거나 연금보험보다 종신보험이 좋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종신보험의 보험료 추가납입기능 때문에 저축성보험이라고 보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잘못된 판단입니다. 종신보험의 위험보험료와 사업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저축성보험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종신보험이 저축성보험의 환급률보다 좋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사망보장과 연금 두 가지를 동시에 보장 받고 싶다면 사망보장은 정기보험을 통해 하고 연금보험을 따로 드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내일신문 7월 11일 '[보험 TMI (8)종신보험과 정기보험] 종신보험 비싸면 정기보험 어때요?' 참조>

[보험 TMI 연재기사]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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