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 설치 후 체류시간 10배 이상 늘어 … "최대 개방시 체류시간 약 65일(90%) 감소"

9일 오전 경남 창원시 동읍 본포리 본포취수장. 취수구 앞 교량 위에서는 고압호스로 물을 뿌리고 있고 취수구 바로 앞에는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수차가 돌아간다. 모두 취수구로 녹조가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환경부 '조류정보방' 자료에 따르면 5일 본포교 상류 함안보 지점의 유해 남조류 세포수는 11만3642셀(1㎖당)을 기록했다.

합천보 좌안 선착장에서 본 녹조 사태. 물 위에 녹색 방수 페인트를 부어놓은 듯하다.


이날 오후 경남 창녕군 이방면 합천보 좌안은 걸쭉한 녹조 곤죽으로 완전히 뒤덮였다. 보 상류 100미터 지점 선착장에서 보니 수면 전체가 두꺼운 녹색 방수 페이트로 칠해진 것 같다.

환경부 조사 결과 5일 합천보 지점의 유해 남조류 세포수는 4만4400셀(1㎖당)이었다. 같은날 조사에서 금강 △세종보 △공주보 △백제보의 유해 남조류 세포수는 모두 '0'을 기록했다. 보 수문을 개방한 효과가 이렇게 큰 것이다.

◆ '조류 발생시 수문 개방'은 기본적인 약속 = 10일 오후까지 낙동강 8개 보를 다 돌아보았다. 이런 녹조 사태에도 수위를 눈에 띄게 낮춘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칠곡보 구미보 등은 아예 만수위 상태였다. 고정보 위로 물이 철철 넘쳐 흐르고 있었다.

구미보. 유해 남조류 번성에도 불구하고 최고수위를 유지하고 있다.


5일 기준 낙동강 수계 유해 남조류 세포수는 △상주보 3만2525(셀/㎖) △낙단보 7만14 △구미보 1만6304 △칠곡보 1만3811 △강정보 1만2423 △달성보 2만5770으로 측정됐다.

같은날 조사에서 남한강 수계는 △강천보 0 △여주보 0 △이포보 40, 영산강 수계는 △승촌보 0 △죽산보 60 등으로 나타났다.

낙동강은 하구 부산까지 상수원수로 이용되는 하천이다. 유해 남조류가 이렇게 창궐하는데, 낙동강 보 수문은 왜 아직 꽉 닫혀 있을까?

경남 창원시 본포취수장. 유입되는 녹조를 막기 위해 취수구 입구에 수차를 돌리고 있다.


사대강사업 환경영향평가 때 환경부는 "조류 발생시 보 수문을 열어 방류하는 대책 이외에 방재대책을 추가로 수립, 제시하라"고 부산지방국토청장(당시 낙동강살리기사업 2팀장)에게 보완 요구를 했다.

본포취수장. 녹조를 막기 위해 고압호스로 물을 분사하고 있다.


그래서 국토부는 온갖 수역정화시설(△유지관리선박 운영 △태양광 물 순환장치 △수질정화 식물 식재 △주기적 퇴적토 배출 △수중믹서 등)을 추가하겠다고 약속했다. 4대강사업 환경영향평가 협의에서 '조류 발생시 보 수문 개방'은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었다.

그런데 조류가 발생한 2013년 이후 국토부는 낙동강 보 수문을 한번도 제대로 연 일이 없다. 여기에 대해서는 환경부도 꿀먹은 벙어리였다. 수자원공사가 환경부 소속으로 넘어온 지 1년이 넘었는데도 낙동강 8개 보 수문은 여전히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버티고 있다.

◆ 개방시 체류시간 72.6일에서 7.1일로 줄어 = "물은 국가자원이자 공공재라는 것에 인식을 같이하며, 낙동강 본류 수질개선을 최우선으로 안전하고 깨끗한 먹는 물을 공급하기 위해 상생 협력한다."

정부는 13일 오후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낙동강 물 문제 해소를 위한 하류지역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지난 4월 29일 체결된 '낙동강 물 문제 해소를 위한 관계기관 업무협약'의 후속 협약이다. 이제 부산 경남의 참여로 대구 울산 경상북도 구미시 등 낙동강 유역의 모든 지자체가 함께 하는 협력체계가 구축된 셈이다.

올해 경상남도가 작성한 '2019년 녹조발생 예방 및 대응 추진계획'에 따르면 8개 보 설치 후 낙동강의 흐름이 10배 이상 느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체류시간을 보면 △상주보 17.8배(보 설치 전 0.4일 → 설치 후 7.1일) △낙단보 14.3배(0.6일 → 8.6일) △구미보 17.3배(0.8일 → 13.8일) △칠곡보 19.2배(1.1일 → 21.1일) △강정보 19.1배(1.1일 → 21일) △달성보 10.3배(0.9일 → 9.3일) △합천보 4.7배(2.2일 → 10.3일) △함안보 5.2배(1.7일 → 8.9일) 등이다.

환경부가 낙동강과 금강, 영산강 한강의 10개 보 개방 후 조류농도, 체류시간 등을 모니터링한 결과도 매우 긍정적이다. 낙동강은 보 최대 개방시 오염물질 체류시간이 약 65일(9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주보에서 함안보까지 체류시간이 '보 미개방시 72.6일'에서 '최저수위 개방시 7.1일'로 줄어드는 것이다.

임희자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은 "보 설치 후 체류시간 증가로 낙동강 식수원에 유해남조류 대발생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며 "낙동강 유역 주민들의 먹는 물 안전을 위해서도 하루빨리 보 수문 완전개방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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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 글 사진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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