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자와 고령자를 위한 보험 … 보장범위도 좁아

누구나 보험 하나쯤은 가지고 있지만 정작 내가 가입한 보험이 정확히 어떤 건지, 무엇을 보장해주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어렵고 복잡한 보험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별 걸 다 이야기하는 '보험 TMI'(Too Much Information)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최근 몇년 사이 '간편'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보험상품이 많이 보입니다. 예를 들면 간편종합보험, 간편건강보험 이런 것들인데 최근에는 '간편'만으로도 부족했는지 '초간편' 보험까지 등장했습니다. 간편이라는 말은 못 들었더라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보험은 들어봤을 겁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 간편하다는 건 가입 절차가 간편하다는 겁니다. 간편함의 비교대상은 일반보험입니다. 사실 건강한 사람이 보험에 가입할 때는 절차가 그렇게 까다롭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뇨병이나 고혈압이 있거나 입원·수술 등의 이력이 있으면 보험 계약 심사가 복잡해집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받을 보험료보다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많을 가능성이 높은 계약자를 아무런 검증 없이 받기는 어렵습니다. 자칫하면 같은 상품에 가입한 다른 보험계약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과거에는 고령자나 질병이력이 있는 '유병자'들은 보험 가입이 어려웠습니다.

간편보험은 이런 고령자나 유병자들도 쉽게 가입할 수 있도록 절차를 축소한 상품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유병자·고령자 보험'이라고 부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일반보험에 가입하려면 18개 항목을 체크해야 하지만 간편보험은 6개 항목만 확인하면 됩니다. 그 6개 항목은 △최근 3개월 이내 입원(또는 수술, 추가검사) 필요 소견 △최근 2년 이내 입원(또는 수술) 여부 △최근 5년 이내 암진단, 암으로 입원(또는 수술) 여부 △현재 직업 △현재 운전여부 △월소득입니다. 질병과 관련된 앞 3가지 항목이 유병자 보험 계약의 주요 판단 기준입니다.

간편보험은 약을 복용중인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 보유자뿐만 아니라 심근경색증, 뇌졸중 등으로 오래 전에 수술·입원한 적이 있는 사람도 가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상품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묻고 따져도 괜찮은, 건강한 소비자들이 간편보험에 가입하는 것입니다. 간편보험은 심사 절차를 줄인 대신 일반보험보다 보장범위가 좁고 보험료도 더 비쌉니다.

유병자나 고령자의 질병 발생 확률이 더 높기 때문에 보장범위가 제한적이고 보험료도 비싸게 설계돼 있습니다. 질병 이력이 없는 사람이 간편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보장도 많이 못 받고 쓸 데 없이 보험료를 더 내는 셈이 됩니다.

2016년 금융감독원이 낸 자료에 따르면 입원비와 수술비를 주로 보장하는 간편심사보험의 경우 일반보험보다 보험료가 2배 비싸고, 1000만~3000만원 정도의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무심사보험의 경우는 일반보험보다 보험료가 5배나 비싼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는 말에 현혹되지 말고 자신의 건강상태를 살펴보고 간편보험과 일반보험의 보장내용과 보험료를 비교한 뒤 보험에 가입하는 게 좋겠습니다.

[보험 TMI 연재기사]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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