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액 증가로 보험료 인상 불가피

누구나 보험 하나쯤은 가지고 있지만 정작 내가 가입한 보험이 정확히 어떤 건지, 무엇을 보장해주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어렵고 복잡한 보험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별 걸 다 이야기하는 '보험 TMI'(Too Much Information)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실손보험은 전 국민의 60% 이상이 가입했을 정도로 큰 인기를 가진 보험입니다. 국민 2명 중 1명이 가입해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도 불리죠.

실손보험의 기본 개념은 보험소비자가 실제로 낸 의료비를 보상해준다는 겁니다. '실제로 낸 의료비' 보상에 방점이 찍혀 있는데, 대다수 국민들이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돼 있기 때문에 희귀질병이나 특수한 치료가 아닌 이상 건강보험에서 의료비의 많은 부분이 충당됩니다. 건강보험에서 보장되지 않은 나머지 부분을 보상해주는 게 실손보험입니다.

조금 어려운 말로 쓰면 국민건강보험의 급여항목 중 본인부담액과 비급여항목의 합계액에서 자기부담금을 공제한 금액을 보장해주는 것입니다. 비급여는 건강보험에서 부담해주지 않고 환자 본인이 전액부담해야 하는 부분을 말합니다.

실손보험이 처음 도입될 때 취지는 좋았습니다. 의료비 지출이 큰 비급여 부분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공적인 기능이 부각됐기 때문이죠. 2000년 전후 실손보험 출시 초반에는 의료비 지출을 100% 보상해줬습니다.(지금은 80% 보상으로 줄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소비자들이 실손보험을 너무 잘(?!) 활용하는 바람에 보험사의 부담이 점점 늘어났습니다. 도수 치료을 받거나 비타민 주사 같은 비급여 주사를 맞는 이들이 예상보다 너무 많았던 것이죠.

병원 입장에서는 의료수가가 정해져 있는 급여 항목보다 비급여 치료가 경제적으로 이득이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맞아떨어지면서 비급여 치료가 많아졌습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실손보험금 지급이 많아졌다는 얘기죠.(이 때문에 2017년 4월에 도수치료와 비급여 주사제, MRI 등을 특약으로 분리한 신실손보험으로 실손보험이 한차례 개편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 되다 보니 보험사로 들어오는 보험료보다 나가는 보험금이 더 많아졌습니다. 이 비율을 손해율이라고 하는데 실손보험 손해율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문제는 손해율이 오르면 보험사가 이 부담을 다 짊어지지 않고 결국 보험료를 올리기 때문에 실손보험에 가입한 뒤 꼬박꼬박 보험료 잘 내고 보험금 청구 한번 안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게 됩니다. 갱신형으로 설계돼 있는 실손보험은 3년, 5년 단위로 보험료가 조정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손해율 상승이 계속되면 현재 40세가 60세에 부담해야 할 보험료는 7배가 되고, 70세가 되면 17배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매년 10% 보험료 인상을 가정했을 때.)

3000만명이 넘는 국민이 실손보험에 가입한 상황에서 정부에서 보험료 인상을 쉽게 용인하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실손보험의 보장범위가 조금씩 축소되는 방향으로 조정돼 왔습니다. 가격(보험료)은 그대로 두고 서비스(보장내용)를 줄인 거라 실질적으로는 비싸진 셈이죠.

의료계의 과잉진료 또는 소비자의 도덕적 해이는 100% 보상을 내걸며 실손보험을 출시했던 보험사들의 탓도 있습니다.

상품을 팔아 시장 점유율 올리는 데 혈안이 돼 '퍼주기용 보험'을 만든 보험사들은 이제 와서 손해율이 너무 높아서 힘들다고 아우성이죠.(이렇게 될지 모르지 않았을 텐데요.) 뒤늦게 고치려고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은 상황입니다. 현재 실손보험 손해율 개선을 위해 보험료 차등제 도입·비급여 보장구조 개선 등이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보험 TMI 연재기사]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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