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숙 민법전문박사 법무법인 산우

A는 국내 자기소유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그런데 사업상 이유로 해외에 최소 2년 정도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일이 마무리되면 한국으로 돌아와야 하는 A는 아파트를 팔지 않고 전세를 놓기로 했다. A는 부동산을 통해 소개받은 B와 전세계약을 맺으면서 자신의 사정을 설명하고, 2년의 전세기간 만료 전이라도 자신이 돌아오게 되면 언제든 바로 집을 비워줄 것을 부탁했다. 이에 B는 동의하고 해당 내용을 특약으로 추가해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A는 1년 2개월 후 B에게 위 특약을 이유로 바로 집을 비워줄 것을 요구할 수 있을까.

최근 여당과 정부가 전월세 세입자의 장기적인 주거안정을 위해 전월세기간을 최대 4년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의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개선안에 따르면 전월세기간이 끝나는 때에 별다른 문제없이 거주해온 세입자가 계약의 갱신을 요구하면 집주인은 이를 받아들여 2년의 계약기간을 연장해야 한다.

이는 사실상 세입자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부여하겠다는 것으로 현재 ‘주택임대차보호법(주택임대차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2년의 최소임대기간 자체를 늘리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특별히 거부할 수 있는 사유가 없는 한 집주인은 세입자의 계약연장요구를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임대보장기간이 4년으로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현재 세입자는 '주택임대차법'에 따라 2년의 최소임대기간을 보장받는다. 따라서 기간을 정하지 않은 임대차계약을 맺은 경우는 물론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 별도의 합의를 통해 임대기간을 2년 미만의 기간으로 정한 임대차계약의 경우도 세입자는 2년의 임대기간을 주장할 수 있다. '주택임대차법'의 규정들은 모두 강행규정들로서 '주택임대차법'에 위반되는 내용이나 세입자에게 불리한 계약조건은 모두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또 현행 '주택임대차법'에는 '묵시의 갱신'이 이루어지는 경우를 정하고 있다. 묵시의 갱신이란 기존의 계약이 만료되기전 일정기간 내에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임대차계약의 해지나 계약변경 등을 알리지 않는 경우, 기존의 임대차계약이 동일한 내용으로 갱신된 것으로 보는 것을 말한다. 묵시의 갱신이 이루어진 경우 세입자는 다시 2년의 임대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묵시의 갱신의 경우 이번 개선안과는 달리 세입자가 먼저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요구할 수는 없다. 또 세입자가 기존의 임대기간 중 2기에 해당하는 차임을 연체하였거나 임차인으로서 현저한 의무위반이 있는 경우라면, 이러한 묵시의 갱신을 인정받을 수도 없다.

A는 합의된 특약사항에도 불구하고 1년 2개월 후 B에게 집을 바로 비워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 현행 '주택임대차법'에 의해 전월세 등 주택임대차계약의 경우 2년의 최소임대기간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또 합의된 특약사항은 애초에 2년의 최소임대보장기간에 미치지 못하는 기간을 정한 것으로 '주택임대차법'에 위반됨은 물론 세입자에게 불리한 내용이 되어 그 효력을 주장할 수도 없다.

다만 A는 계약기간이 종료되기 6개월에서 1개월 전 B에게 임대차계약의 해지를 통지하여 전세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전세기간이 만료된 후 해당 아파트로 다시 입주할 수 있다. 이 경우 '묵시의 갱신'은 인정되지 않으며 B가 계약을 연장해 줄 것을 요구하더라도 A가 이에 응할 의무는 없다.

[임경숙 변호사의 생활법률 연재기사]

[임경숙 변호사의 가족법 이야기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