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스 "영변+α 대가로 수출제재 36개월 유예" … NYT "잠정 핵동결 아이디어 탐색"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현지시간으로 4일 오전(한국시간 오후)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북미간 예비접촉과 5일(현지시간) 실무협상을 위한 예비접촉이 '비핵화와 안전보장'의 실질적 진전을 이뤄 연내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의 토대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북미 실무협상 대표단이 한 테이블에 마주앉는 것은 지난 2월 말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아무런 합의없이 결렬로 끝난 지 7개월 만이고, 6월 30일 북미정상의 판문점회동에서 2~3주 내 실무협상 개최에 합의한지 약 100일 만이다.

김명길 순회 대사 등 북미 실무 협상에 나서는 북한 대표단이 3일 오전 평양발 고려항공편으로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했다. 북한 대표단은 이날 오후 5시 40분(스웨덴 현지시간)께 스톡홀름 알란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사진은 서우두 공항에 도착한 조철수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의 모습.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북한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1일 담화로 북미간 실무협상 개최 합의 사실을 공개했고 하루 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하며 미측에 '새로운 계산법'을 압박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용인했던 단거리 미사일을 뛰어넘는 준중거리 미사일 발사라 미국측 반응이 주목받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그들(북한) 대화하기를 원한다. 곧 그들과 이야기해 볼 것이다. 지켜보자"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오히려 눈에 띈 건 북한의 반응이다. 이번 실무협상의 북한측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부 순회대사는 3일(한국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출발하기 위해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나타나 "미국 측에서 새로운 신호가 있었으므로 큰 기대와 낙관을 가지고 간다"면서 "(협상)결과에 대해서도 낙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 핵폐기-후 보상'의 대표적 사례인 리비아 비핵화모델을 줄곧 주창했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 경질하면서 "새로운 방법이 좋을 수 있다"고 언급해 미국이 '일괄타결식 빅딜' 원칙에서 일부 입장변경을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상황이다.

안전보장을 원하는 북한은 단계적 접근을 통해 북미가 신뢰를 쌓아가며 비핵화의 목표에 도달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미국은 동시·병행적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으나 비핵화의 최종상태와 로드맵 작성을 전제로 한 포괄적 접근을 내세워 왔다.

이런 가운데 나온 김명길 대사의 '미국측의 새로운 신호' 언급은 미국이 사실상 단계론에 해당하는 중간 수준의 잠정합의 타결로 목표를 잡은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미국 인터넷매체 복스는 미국이 영변 플러스 알파를 대가로 북한의 핵심 수출품목인 석탄·섬유 수출 제재를 36개월간 보류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2일 보도했다.

복스는 협상을 잘 아는 두명의 소식통을 인용, 실무협상 테이블에 미국이 내놓을 협상과 관련해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검증 가능하게 해체하고 아마도 북한의 우라늄 농축 중단일 것 같은 또다른 조치를 취하는 대가로 미국이 북한의 석탄·섬유 수출 제재를 36개월간 유예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복스는 북한이 이러한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불분명하다면서 미국 협상팀이 이를 협상의 시작점으로 삼아 북한의 반응을 볼 수도 있고 협상 개시 전에 제안을 바꿀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단계적 접근의 하나로 북한의 '잠정 핵동결'을 아이디어 가운데 하나로 탐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다룬 기사에서 북미협상과 관련해 "미국 관리들이 막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원했던 신속한 조치보다 보다 더 단계적 접근을 포함한 새로운 제안을 내놓으려고 애쓰고 있다"면서 "미 국무부가 탐색하고 있는 아이디어 중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0~60개로 추정되는 (핵)무기와 더 정교해지고 기동성이 뛰어난 미사일 등 무기고 확장을 지속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종의 '잠정 핵동결(temporary nuclear freeze)'이 있다"고 전했다.

이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하되 추가적인 핵·미사일 능력 확장을 막기 위한 중간단계의 방안으로 '잠정 핵동결'을 하나의 아이디어로 탐색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는 지난달 18일 통일연구원 주최 학술대회에서 "현재의 교착상태를 타개하고 진전 국면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완전한 비핵화의 시한과 방식에 관한 합의는 뒤로 미루고, 일정한 동결 수준의 단기적 목표 합의에 우선 집중하는 협상 전략을 취해야 할 것"이라면서 '핵동결 잠정 합의'를 주장한 바 있다.

[관련기사]
‘비핵화-안전보장’ 오늘 북미 예비접촉

김상범 기자 · 워싱턴=한면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