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숙 민법박사 법무법인 산우

A는 현재 3년째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집주인 B와 계약당시 2년의 임대차기간을 설정하긴 했지만 계약이 만료될 당시 B로부터 특별히 다른 요구가 없었고, A또한 불편함이 없어 그대로 계속하여 살게 된 것이다.

그러던 중 A는 최근 B로부터 월세를 올려 달라는 연락을 받게 됐다. B가 요구한 월세는 기존 월세보다 30% 많은 수준으로 A가 매달 감당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A는 이미 '묵시의 갱신'이 이루어진 이상 기존 계약상의 월세보다 더 많은 금액을 낼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B는 주변의 부동산 시세가 너무 올라 어쩔 수 없다는 대답만 할 뿐이다.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10가구 중 4가구는 다른 사람의 집을 '빌려서' 사용하고 있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에 이르는 집값은 일반 서민에게 부담스럽다. 최근에는 집을 빌리는 일도 쉽지 않다. 보증금이나 월세가 집값과 함께 끝없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의 경우 보증금이 집값과 거의 유사한 경우도 적지 않다. 보증금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월세는 대신 다달이 높은 수준의 월세를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보증금이나 월세의 증액은 세입자에게 가장 민감한 사항이 될 수밖에 없으며, 그들의 주거보장을 위해 어느 정도 규제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 등에서 보증금이나 월세 등의 증감에 대해 기준과 한계를 정하고, 세입자를 예상할 수 없는 수준의 차임 등의 증액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등 법령에 따라 집주인은 기존에 임대차계약으로 정한 보증금액이나 차임액의 5%를 초과해 증액을 요구하지 못한다.

이미 1년 이내에 증액한 사실이 있다면 다시 증액을 요구할 수는 없다.

증액된 차임을 이미 지급했다면, 세입자는 그에 대한 반환을 청구할 수도 있다.

다만 보증금 등 차임의 증액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른바 '묵시의 갱신'이 있었던 경우라 하더라도 정당하고 합법적인 수준의 보증금 등의 증액요구는 '주택임대차보호법' 등에 위반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더욱이 이러한 증액제한은 임대차계약기간 중에만 해당하는 것이고 임대차계약기간이 만료되어 재계약을 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또 임대차계약기간 중 세입자와 집주인은 두 사람 사이에 합의를 통해 보증금 등 차임을 5% 이상 증액할 수도 있다.

A와 B의 임대차계약이 묵시의 갱신으로 연장된 경우라 하더라도 이는 B의 월세의 증액요구와는 별개의 것이어서,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라면 B는 A에게 월세의 증액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주택임대차보호법' 등에 따라 월세를 증액하려는 경우,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 합의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기존에 임대차계약상 정해진 월세의 5%를 넘을 수 없다. 따라서 B가 요구한 30%수준의 증액은 위법한 것이 된다.

이러한 경우 A와 B는 두 사람 사이의 대화나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등의 도움을 받아 월세증액의 수준을 조정하여 기존의 임대차계약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A는 이사를 가거나 B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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