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간부 인문학강좌 100여명 함께 … "다른 사람 마음 이해하게 된다"

건강한 대한민국 청춘이라면 한번은 거쳐야 하는 곳이 군이다. 요즘 청춘들은 군에서 군사훈련을 바탕으로 체력단련을 할 뿐 아니라 책을 읽으며 지적단련도 할 수 있다. 특히 일부 부대는 독서코칭 프로그램을 마련, 독서코칭 강사와 부대원들이 함께 주제도서를 읽고 관련 내용을 토론하는 시간을 가져 화제가 되고 있다. 독서코칭 프로그램을 통해 부대원들은 독서를 즐기고 선후임들과 보다 깊이 있게 소통할 수 있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자발적으로 독서동아리를 결성해 '함께 책 읽는 즐거움'을 이어간다. 내일신문은 책을 중심으로 변화하는 병영을 찾아 그 생생한 현장을 공유한다. <편집자주>

24일 육군 종합보급창 제3보급단에서 최인아 최인아책방 대표는 '생각의 힘이 필요해요'를 주제로 군간부 인문학강좌를 진행했다. 사진 이의종


"어떻게 책방을 꾸려야 할까요. 동네책방은 교보문고가 될 수는 없죠. 책방을 어떻게 꾸려야 하는지 '왜 나는 책방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찾아갑니다. 하고 싶고 의미가 있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한다고 하더라도 책방에 독자가 오는 게 중요하죠. 최인아책방을 연 초기 대기업 임원까지 지낸 사람이 책방을 한다고 하니 미디어에서 많이 소개했습니다. 그런데 이후엔 미디어에서 그렇게 소개하지 않죠. '나는 무슨 일을 하는가' '나는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까'라는 질문을 하면서 생각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24일 육군 종합보급창 제3보급단에서 최인아 최인아책방 대표는 '생각의 힘이 필요해요'를 주제로 군간부 인문학강좌를 시작했다. 최 대표는 광고회사 제일기획에 입사, 29년 동안 카피라이터로 일하며 여러 광고를 성공시켰고 임원에까지 올랐다. 퇴직을 한 이후 그간 경험을 살려 2016년 최인아책방을 차려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최인아 최인아책방 대표가 질문하는 모습. 사진 이의종


군간부 인문학강좌는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가 주관하는 '병영독서활성화 지원사업' 중 하나다. 병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독서코칭 프로그램과는 달리 장교와 부사관 등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다. 장교와 부사관 등 군간부들이 인문학의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이날 육군 종합보급창 제3보급단에서 열린 군간부 인문학강좌에는 장교, 부사관, 군무원 등 100여명이 함께 했다.

◆'생각의 힘'으로 문제 해결 = 과제가 주어졌을 때, 혹은 어떤 해법을 내놓아야 할 때 어떤 방식으로 해법을 찾아야 할까. 최 대표는 이를 주제로 강좌를 듣는 장교, 부사관, 군무원들과 소통했다. 그는 으레 강연자들이 그러하듯 앞에서 강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장교, 부사관, 군무원들이 앉아 있는 곳까지 가서 자연스럽게 '본인들만의 과제 해결법'에 대해 질문했다.

군간부 인문학강좌를 경청하는 모습. 사진 이의종


정영신 서기관은 "과거에 했던 방법들을 떠올리면서 진행을 하고 혼자 힘으로 안 될 때는 주위의 도움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윤도밍고 상사 역시 "과거에 했던 일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러 답을 들은 최 대표는 비로소 자신만의 문제해결법을 밝혔다. '이건 뭐지?' '왜 이런 거지?'라고 질문한다는 것. '생각의 힘' '질문의 힘'이다.

그는 "올해 트렌드가 '소확행'이라고 한다면 '올해 트렌드가 소확행이래요'라고 옮기는 것이 아니라 소확행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한다"면서 "'이게 뭐지' '정체가 뭐야'라고 생각을 하다 보면 발효식품처럼 내 안에서 생각이 발효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 보면 내 안의 것들이 전원이 들어오는 '아' 하는 순간이 온다"면서 "전에 없던 좋은 생각은 질문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고객은 왜 우리 책방에 와야 할까 = 그는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갔다. '책방에 독자가 와야 한다'는 그의 고민은 '고객은 왜 우리 책방에 와야 할까'라는 질문으로 바뀌었다. 최 대표는 "이미 세상에는 수많은 제품, 기업, 브랜드가 있는데 왜 우리가 존재해야 하는가, 즉 고객은 왜 경쟁사가 아닌 우리를 선택해야 하는지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자들에게 생각의 힘을 길러줄 수 있는 콘텐츠로 책을 떠올렸다고 밝혔다. "책을 통해 미래 시대에 가장 중요한 자산인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는 것. 이를 기준으로 그는 책방의 콘셉트를 잡고 디지털 시대에 하기 힘든 '경험'을 책방에 온 독자들에게 선물하는 중이다.

김혜린 주무관(23)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책방에 접목해 운영하니까 책을 즐겨 읽지 않더라도 방문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서 "마음이 싱숭생숭할 때 가끔 책방에 가는데 최인아책방처럼 책들을 '서른 넘어 사춘기를 겪는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등의 주제로 분류하고 손글씨로 쓴 메모로 책을 추천하면 안 읽으려고 했던 책도 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학을 졸업한지 얼마 안 됐는데 사회생활을 하며 많은 경험을 하다 보니 더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면서 "군에서 인문학강좌를 듣기가 쉽지 않은데 강의를 들으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내일을 꿈꾸는 병영 연재기사]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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