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창업 10개월만에 접어, 빚만 6억

성실실패 인정돼 재창업자금 지원

재도전 2년 만에 80억원 달성 순항

국내 창업기업의 5년차 생존율은 28.5%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평균(41.7%)을 밑돈다. 국내 업종 중 가장 높은 생존율을 보인 제조업(39.3%)도 평균 이하다.

반면 중소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실패 후 재창업 지원을 받은 기업의 5년 생존율을 50.8%다. 일반창업기업 생존율의 2배다.

중소벤처기업계가 창업생태계 전면 재설계와 재도전 창업환경 강화를 요구하는 이유다.

부산시 강서구 신호산업단지에 소재한 제이베트(대표 장우진)는 재창업기업으로 의미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제이베트는 산업기계부품 정밀가공 전문업체다. 자동차의 주행감속기, 동력전달장치를 비롯해 유압작동파트, 산업용 밸브 등을 생산한다. 특허도 2개 획득했다. 주요 거래처는 글로벌기업인 이튼 인더스트리즈, S&T중공업, 남부발전 등이다. 제이베트 부품은 이튼 인더스트리즈를 통해 전세계 미국공장으로 납품된다. 올해부터는 미국 포드자동차 1차 협력사에 3만대 분량의 픽업트럭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기술력으로 2018년 설립 4개월만에 9억7000만원 매출을 올렸다. 올해 10월 현재 매출 50억원을 달성했다. 올해 매출목표는 80억원이다. 3명으로 시작한 직원은 40명으로 늘었다.

제이베트 성장은 재창업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장우진(41) 대표는 2002년 영국계 조선기자재 업체에 입사했다. 사회 첫 걸음이었다. 품질업무를 담당하던 정 대표는 지인들의 권유로 우진기공을 설립했다. 당시 호황이던 자동차부품업에 뛰어들었다.

3차 협력사 등록을 위해 기계설비를 갖추고 자동차부품을 생산했다. 하지만 생산한 부품은 얼마가지 않아 차량생산이 중단되면서 단종됐다. 무리한 시설투자와 납품중단에 따른 자금난으로 결국 첫 창업은 10개월 만에 접어야 했다.

첫 창업 실패로 6억원 가량의 빚을 떠안았다. 외아들 창업을 응원한 부모님과 가족이 눈에 밟혔다. 빚을 청산하기 위해 살던 집을 팔았다. 부인과 아이들은 부모님 집에서 생활하기로 했다.

장 대표는 내 돈이 아까우면 남의 돈도 소중하다고 생각해 모든 노력을 다해 무조건 빚을 갚았다.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자라면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그의 고집을 지킨 것이다. 약간 남은 세금은 직장생활하면서 갚기로 계획을 세웠다.

친구가 대표로 있는 회사에 영업이사로 취직했다. 이때 월급으로 납부하지 못한 세금을 전액 변제했다. 영업이사를 하면서 유압분야의 다양한 정보를 접했다. 시간이 흐르자 다시 창업 욕구가 꿈틀거렸다.

"생소한 가공분야를 알기위해 열심히 배웠다. 남의 말에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확인하고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장 대표는 또다시 실패하고 싶지 않았다. 다행이 엔지니어 출신인지라 기술이해력은 빨랐다.

2018년 제이베트를 설립, 정밀가공업에 재도전했다. 직원 2명도 고용했다. 재창업 첫발은 쉽지 않았다. 폐업으로 인해 금융권 연체, 상거래 채무, 세급 체납 등으로 신용등급은 7등급으로 떨어져 자금대출이 불가능했다.

장 대표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을 찾았다. 중진공 전문가 도움으로 재창업자금을 신청했다. 중진공은 정 대표를 성실실패자로 인정해 낮은 신용에도 회사미래를 보고 1억5000만원을 지원했다.

재창업자금으로 설비를 갖췄다. 첫 시제품은 유압밸브부품이다. 시제품은 거래처로부터 품질인증을 받아 납품하게 됐다.

장 대표는 "정책자금 지원으로 회사가 생존했다"며 "직원들과 행복하게 회사를 키울 것"이라며 웃었다.

[재도약으로 희망을 품다 연재기사]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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