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통과율 10%대 최저수준, 국회법 위반도"

입법부 의무인 법안·예결산 심사도 외면"

이원욱 "파행도 아닌데 의사일정 못 잡아"

국회 운영위원회가 7개월간 법안심사를 위한 소위원회를 한번도 열지 않고 예산안, 결산안을 아예 상정조차 하지 않는 '파행'을 이어가고 있다. 헌법에서 부여한 입법부의 핵심의무이면서 권한인 법안심사, 예산심사를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공식적으로 야당이나 여당이 보이콧을 선언한 것도 아니지만 의사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5일 국회 운영위 제도개선소위 위원장인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난 5월 소위 위원장이 된 이후 단 한 차례도 회의를 열지 못했다"면서 "한국당이 의사일정에 합의해주지 않는데 여당이 다른 야당과 같이 소위를 소집하게 되면 진짜 파행으로 이어져 잘 하고 있는 다른 상임위까지 영향을 미칠 것 같아서 밀어붙이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인영 위원장에게 향하는 나경원 원내대표 |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왼쪽)가 1일 오전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등의 국정감사 오전 질의가 끝나자 운영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다가가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운영위의 파행은 주요정당의 지도부가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운영위 구성을 보면 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실무협상을 진행하는 원내수석부대표, 대외창구인 원내대변인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사실상 원내지도부들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의원들은 회의중 "운영위는 국회이 모범이 돼야 하는 상임위"라는 점을 강조라기도 했다.

주요 정당 지도부의 집합체인 운영위는 그러나 '국회법 위반' '국회의원 임무 위배'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법안처리율 10%대 = 운영위의 법안심사소위인 제도개선소위는 지난 4월 이후 지금껏 단 한 차례도 소집되지 않았다. 7개월동안 올라온 법안에 손도 안댄 셈이다. 운영위는 지난 7월17일 시행된 '법안소위 월 2회 이상 개최 의무화' 법안(국회법 개정안)을 스스로 심사해 통과시키기도 했지만 전혀 지키지 않았다. 국회법 위반이다.

운영위는 법안 처리율이 다른 상임위와 비교할때 최저수준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현재 운영위에는 20대 들어 590건의 법안이 들어왔고 이중 16.7%인 85건을 처리했다. 다른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안을 잡아두며 상왕 역할을 하고 있는 법사위의 처리율(12.6%)에 이어 두 번째(겸임상임위인 정보위 제외)로 낮은 수치다. 전체 처리율 29.6%(2만3048건 중 6823건 처리)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에서 대표적인 상임위는 운영위라고 볼 수 있다. 운영위는 원내대표단이 모여 있고, 국회 운영과 관련한 책임 주체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며 "그곳이 가장 꼴등의 법안처리율을 보이고 있다"고 자평했다.

운영위는 2018년도 결산심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으며 2020년도 예산안을 여전히 상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국회, 인권위 등 정부 주요기관의 예산이 제대로 심의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예산결산특위에서 짚고 넘어갈 수 있지만 '상임위 중심주의'를 택하고 있는 우리나라 국회운영의 취지에 위배되는 대목이다.

◆파행이 아니어도 법안심사 안한다? = 이 원내수석부대표는 "참담한 심정인 것이 2018년도 결산을 처리하지 못한 유일한 상임위원회가 국회 운영위원회였다"며 "현재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서 의사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상임위가 정보위와 운영위다. 정보위는 곧 잡힐 것 같은데, 운영위는 지난 번 국회 파행 사태 후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야 모두 '일하는 국회'를 말하면서도 실제 몸으로는 '일하지 않는 국회'를 선호하는 모습이다. 총선에 가까울수록 입법이나 예결산 감시와 심사 활동이 더 외면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원내수석부대표는 "상임위 내의 의사일정조차 잡지 못하는 상임위는 말이 안 된다"며 "자유한국당이 의사일정을 붙잡고 있다"고 했다. "운영위의 모습이 국회의 현주소"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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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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