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중 60세이상 54.6%, 고위공직자 40.7%, 남성 87.0%

당 지도부, 공무원 일색 … 10년간 대표 7명 중 5명 판검사

박근혜정부 고위직 출신 '진박' 즐비 … 탄핵책임 '모르쇠'

자유한국당이 인적쇄신 태풍 앞에 섰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20일 단식에 들어가며 "국민의 눈높이 이상으로 처절하게 혁신하겠다"고 다짐했다. 총선기획단은 지역구 의원 3분의 1 컷 오프와 현역의원 절반 물갈이를 내걸었다. 제1야당에 전례없는 대대적 물갈이가 예고된 것.

한국당이 실제 대대적 인적쇄신을 이뤄낼지는 미지수다. △당 지도부의 의지와 전략 부실 △현역의원들의 반발과 이탈 △보수통합 과정에서의 지분배분 등 전망을 어둡게 하는 변수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의를 위해서 우리 모두 물러나야 할 때이다. 우리가 버티고 있을수록 이 나라는 더욱 위태롭게 된다"(김세연 의원)는 말이 여전히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당은 대한민국의 대표적 '3대 꼰대'가 다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따라잡기 버거운 '꼰대'로 가득차있다는 지적. 더욱이 이들 중에는 박근혜정부 고위직 출신이 즐비하다. '진박'으로 불리던 그들은 지금껏 탄핵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한국당 현역의원은 108명. 이중 60세이상이 54.6%인 59명에 달한다. 20대는 한 명도 없고 30대는 신보라 의원이 유일하다. 40대도 김세연 김성원 전희경 의원 3명에 불과하다. 2019년 현재 전국 유권자 4307만명 가운데 2040대는 전체의 53.7%에 달한다. 한국당의 2040대 의원이 3.7%(108명 가운데 4명)인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당 의원은 유권자 연령대에 비춰봤을 때 '기형적 비율'인 것.

결과적으로 '늙은 한국당'은 2040세대로부터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19∼21일, 1001명 조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20대의 한국당 지지율은 11%에 그쳤다. 30대는 12%, 40대는 13%였다. 민주당(20대 40%, 30대 46%, 40대 51%)과 차이가 크다.

한국당의 주축은 전직 고위공직자다. 판검사와 경찰, 군인, 장차관 등 출신이 40.7%에 달한다. 판검사 출신만 무려 15명(13.9%)이다.

당 지도부의 공직자 편중현상은 더욱 심하다. 현재 당 지도부를 구성하는 대표(검사)와 원내대표(판사), 사무총장(관료), 전략기획부총장(관료), 대표 비서실장(검사) 등도 대부분 판검사나 고위관료를 지냈다.

1997년 한나라당이 출범한 이후 새누리당과 한국당으로 변신하면서 18명의 총재 또는 대표를 배출(권한대행이나 비대위원장 제외, 중복 포함)했는데, 이중 절반인 9명이 판검사 출신이다. 특히 2010년 이후 최근 10년 동안 당 대표 7명 가운데 5명이 전직 판검사다. '법조당'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성별 편향도 극심하다. 현역의원 108명 가운데 여성은 14명(13.0%)에 불과하다. 지역구 의원 91명 가운데 여성은 불과 5명(5.5%)에 머문다. 남녀비율이 완전히 무너진 상황이다.

한국당 의원이 △60세이상 54.6% △고위공직자 출신 40.7% △남성 87.0%인 상황에서는 급변하는 시대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소통과 포용, 변화, 혁신보다는 위계질서와 권위, 서열, 기득권 따위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최근 갑질논란의 당사자이자 60대, 고위공직자 출신, 남성인 박찬주 전 대장을 1호인재라며 영입하려한 것은 스스로 '꼰대' 습성을 노출한 대목으로 꼽힌다.

한국당 현역의원 중에는 박근혜정권 고위직 출신도 즐비하다. 국정농단 수사에서 드러났지만, 박근혜청와대는 2016년 20대 총선에서 소위 진박(진짜친박)을 당선시키기 위해 불법을 서슴지 않았다. 그 결과, 박근혜정부 장차관이나 청와대 수석을 지낸 인사들이 영남권을 중심으로 대거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들은 탄핵 이후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 그 결과 한국당이 '탄핵당'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는 "박근혜정권 때 청와대, 정부 고위직 출신들은 탄핵 당한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이므로 전부 쇄신하라"고 황 대표에게 요구했다.

한국당 사무처의 한 당직자는 "의원들 구성이 시대착오적 수준인데다, 이미 20대 국회가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은만큼 의원 전원을 물갈이해야한다는 지적이 무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당 인적쇄신 태풍 속으로" 연재기사]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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