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총선 현역 교체율 31∼41% … 절반은 역대 최고수준

지역구 3분의 1 컷오프 … "컷오프 기준 밀봉해 공심위로"

물갈이는 '영남권·강남권·3선이상·탄핵책임자' 겨냥할 듯

자유한국당은 강력한 물갈이 압박에 시달려왔다. 21대 총선에서 이기려면 여론의 지탄을 받는 현역의원들을 대거 교체하고 새 얼굴을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불출마를 선언한 김세연 의원은 "대의를 위해서 우리 모두 물러나야 할 때"라고 말했다. 현역의원 전원이 불출마하자는 제안이다.

한국당 사무처 당직자는 "한국당 의원들에게는 탄핵과 역대 최악 국회라는 비판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역대 최고수준의 물갈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국당 "현역의원 3분의 1 이상 공천 컷오프 추진" | 자유한국당 총선기획단장이 박맹우 사무총장(가운데), 이진복 총괄팀장(오른쪽), 전희경 의원이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현역의원 3분의 1 이상 공천 컷오프 추진 등 내년 총선 내년 총선 물갈이 폭과 기준 등에 관해 설명하는 모습. 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올해 초부터 한국당내에서는 구체적인 물갈이 시나리오가 나오기 시작했다. 당 일각에서 황교안 대표에게 "지역구 의원 40%를 컷오프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올리기도 했다. '지역구 의원 93명(당시 기준) 가운데 38명을 낙천시켜야 한다'는 구체적 수치가 포함된 보고서였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이 지역구 의원 25%를 컷오프했던 전례에 비춰볼 때 40%라는 수치는 한국당의 위기감이 엿보이는 장면이었다.

지난 21일 발표된 총선기획단의 물갈이 구상도 이같은 고민의 연장선에서 해석된다. 총선기획단장을 맡은 한국당 박맹우 사무총장은 "(컷오프를 포함해) 21대 총선에서 현역 의원의 절반 이상을 교체하는 개혁 공천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총장은 "현역 의원의 50%를 교체하기 위해선 최소 3분의1 정도의 컷오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의원 3분의 1 컷오프' '현역의원 절반 물갈이'라는 목표를 내건 것이다.

박 총장의 공언이 현실화된다면 한국당의 물갈이 수위는 역대 최고수준이 될 전망이다. 한국당은 2000년 이후 총선에서 최저 31.0%(2000년 16대 총선)에서 최고 41.7%(2012년 19대 총선)의 현역의원 교체율을 보였다. 현역의원 절반(50%) 물갈이란 목표는 역대 총선과 비교할 때 상당히 높은 수치인 것이다.

총선기획단은 물갈이 방법으로 컷오프를 구상 중이다. 당초 신정치특위는 정치신인과 청년, 여성 등에게 가산점을 주는 간접 방식으로 현역의원 교체율을 높이려했지만, 총선기획단은 컷오프에 무게를 두는 쪽으로 선회한 것. 총선기획단 관계자는 "가산점을 준다고 해도 경선을 하면 현역의원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컷오프를 통해 현역을 1차로 걸러내는게 물갈이에는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총선기획단은 최근 컷오프 기준을 논의 중이다. 19대 총선에서는 여론조사(교체지수 50%, 새누리당 후보와의 경쟁력 25%, 타당 후보와의 경쟁력 25%)를 통해 하위 25%를 낙천시켰다. 총선기획단도 30% 컷오프 기준으로 △교체지수와 경쟁력이 담긴 여론조사 △막말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력 △기소와 유죄판결을 받은 경력 등을 검토 중이다. 총선기획단은 컷오프 기준이 공개되면 후보들간의 경쟁이 조기과열될 수 있다고 보고 "확정된 컷오프 기준은 밀봉상태로 공천심사위원회에 넘기겠다"는 입장이다.

물갈이는 △영남과 강남지역 △3선이상 중진의원 △탄핵책임세력을 겨냥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영남권과 강남권 현역의원은 48명. 익명을 요구한 당직자는 "역대 총선에서 영남과 강남권은 절반 이상이 물갈이됐다"며 "이번에도 물갈이공세의 집중타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에는 △3선 20명 △4선 10명 △5선 4명 △6선 1명의 중진이 있다. 중진 역시 컷오프 우선순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정권 국정농단과 탄핵사태에 직간접 책임이 있는 의원들도 책임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전 대표는 "박근혜정권 때 청와대, 정부 고위직 출신들은 탄핵 당한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이므로 전부 쇄신하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한국당 인적쇄신 태풍 속으로" 연재기사]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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