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보험 하나쯤은 가지고 있지만 정작 내가 가입한 보험이 정확히 어떤 건지, 무엇을 보장해주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어렵고 복잡한 보험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별 걸 다 이야기하는 '보험 TMI'(Too Much Information)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보험보장분석, 보험 리모델링, 보험 재설계, 보험 다이어트 ….

언제부터인가 보험 광고에서 자주 등장하는 어휘들입니다. 요즘 보험설계사들은 보험소비자를 만날 때 처음부터 보험 가입을 요청하는 게 아니라 기존에 가지고 있는 보험이 괜찮은지 봐주겠다면서 접근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보험증권을 분석해주겠다는 것이죠.

일반인들에게 보험은 어려운 금융상품이기 때문에 이러한 이야기를 들으면 솔깃해집니다. 실제 과도하게 많은 보험에 가입한 소비자도 있을 테고 필수적인 보장이 빠진 보험에 들었거나 필요 없는 특약까지 덧붙여져 있는 계약도 있을 겁니다. 쓸 데 없는 건 빼고 알맹이만 뽑아서 '보험 리모델링'을 해준다면 정말 좋은 일이죠.

그렇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보험이 복잡하고 보험사고가 한참 뒤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존에 가지고 있던 보험이 더 나은지, 소비자에게 필요한 보장을 제대로 넣었는지를 소비자가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불완전판매 우려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일단 보험 리모델링을 하게 되면 기존 보험계약을 중도해지하게 돼 소비자가 납입한 원금(보험료)보다 해지환급금을 적게 받을 수 있습니다. 금전적 손실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겠죠. 또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같은 조건으로 새로운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나이가 많아지고 그 사이 건강상태가 안 좋아졌다면 보험가입이 거절되거나 보험료가 기존보다 오히려 더 비싸질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잘 안 보였던 '보험 리모델링'이나 '보험 다이어트' 같은 단어가 왜 등장했을까요. 그것은 보험시장이 포화된 것과 관련돼 있습니다. 이미 웬만한 사람들은 다 보험 몇 개씩 가지고 있고 특히 생명보험의 경우 출생아가 계속 줄어드는 것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시장 포화로 신규 계약이 어려워지자 기존에 있는 보험을 해약시키고 다시 새로운 보험에 가입시키는 '보험 리모델링'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보험 리모델링은 개인 설계사나 보험대리점이 나서서 하는 경우도 있고, 보험회사가 주도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설계사는 신계약 창출을 통한 수수료 수입이 주된 목적일 테고 보험회사가 나서는 경우는 손해율 관리가 주된 이유일 수 있습니다.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고금리 상품이나 보험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계약은 부담스럽습니다. 보험금을 많이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정책적으로 보장이 약한 상품으로 권유하는 방식으로 보험 리모델링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 올해 일본에서는 KANPO생명이 수익구조상의 문제로 기존 계약을 해약하고 고객에게 불리한 신계약으로 승환계약을 권유하는 경우가 발생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보험시장 포화로 보험회사에 마지막 남은 신규 시장이 '보험 리모델링' 밖에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전가하는 '부실 리모델링'이 아닌 '알짜 리모델링'이 자리잡아가기를 바랍니다.

[보험 TMI 연재기사]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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